日本, 韓.日 關係

막가는 일본잡지

이강기 2015. 9. 23. 23:19

막가는 일본잡지   

 

嫌韓(혐한:한국을 혐오)·笑韓(소한:한국을 비웃음)… 요즘 日 일부 잡지들의 '밥벌이 메뉴'

 

  • 입력 : 2013.12.14 08:07 조선일보

    비난型…"일본에 대한 악담 퍼뜨리는 박근혜 대통령 '금주의 바보'이런 상황 타개 위해선 남자 친구가 필요한 시점"



    조롱型"한국은 바보!일본 수산물 금지하고 중국 맹독식품에 의지" "브라질戰 세계가 분노…한국축구, FIFA 추방 5초전"



    저주型"한국, 제2의 IMF 도래""자위대가 한국군 안도와주면 北포탄으로 서울 불바다"

    '열일곱 살의 광기(狂氣), 한국' '총력 특집, 한국망국론' '외자(外資)의 식민지, 한국' '삼성을 내부 고발'…. 지금 일본 서점에 가면 매대에 깔린 잡지에서 이런 제목을 발견할 수 있다. '혐한(嫌韓·한국을 혐오함)' '소한(笑韓·한국을 비웃음)'으로 불리는 최근 일본 사회 일각의 한국관을 반영하고 있다. '일본이 원래 이렇게 저질이었나' 싶을 정도로 제목과 용어들이 살벌하다.

    예를 들어 'WiLL'이란 극우 성향 월간지의 기사 '한국망국론'엔 "한국의 국민성은 노예 근성"이란 문장이 등장한다. 산케이신문 정치부 기자 출신인 야마기와 스미오(山際澄夫)란 사람이 쓴 글인데, 그는 한국에 대해 문외한에 가깝다. '열일곱 살의 광기, 한국'을 쓴 니시오 간지(西尾幹二)란 인물도 한국을 제대로 연구한 적이 없다. 문외한이 배설하듯 쓴 잡글들이 국가의 지성을 보여준다는 대형 서점 매대를 장악하는 것이다.

    비난형

    일본 잡지의 혐한 보도는 세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한국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을 헐뜯는 '비난형'.

    반한 기사로 요즘 깃발을 날리는 주간문춘(文春)은 지난달 '불량 국가 한국에서 철수하자'는 기사를 냈다. 앞서 9∼10월에는 '한국의 망언을 10배로 갚아야' '총력 특집, 그래서 한국은 미움을 받는다' 등을 잇달아 실었다.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해 "어리석은 나라"라고 말했다고 보도해 풍파를 일으킨 주간지다. 주간문춘은 문예춘추가 발행하지만, '폭로' '극우' '저질' 기사로 유명하다. 일본 출판사 관계자는 "일본 기성 언론이 거의 인용하지 않는데 한국 언론이 크게 다뤄주고 정부도 반응하니까 신이 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잡지는 '어리석은 나라' 보도 이후 '본지 기사가 한국에 대파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반일 한국 정계는 오늘도 자성하지 않는다'며 흥분했다.

    일본 잡지들은 혐한(嫌韓)·반한(反韓) 기사를 쏟아내는 것도 모자라 사진과 그림까지 동원해 ‘한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일본 잡지들은 혐한(嫌韓)·반한(反韓) 기사를 쏟아내는 것도 모자라 사진과 그림까지 동원해 ‘한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사피오(SAPIO) 12월호(윗줄 둘째)는 손바닥에 위안부 소녀상을 올려놓은 박근혜 대통령이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림을 표지에 실었다. /안준용 특파원
    이 잡지는 얼마 전 박 대통령에 대해선 "(일본에 대해) 악담을 퍼뜨리고 다닌다"며 '금주의 바보'로 지칭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잡지는 "박 대통령은 사랑받은 경험이 적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남자 친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썼다. 주한 특파원을 지낸 일본 언론인은 "요즘 주간지의 한국 관련 기사들은 거의 쓰레기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간문춘은 최신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급소'란 제목으로 최근의 퇴진 요구 시위,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산, 사생아 출산 의혹 등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주간문춘은 일련의 반한 보도로 부수를 2만부 정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라이벌 주간신조(新潮)는 최근 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일본군 위안부 사죄 요구를 겨냥, "박근혜 대통령이 인정하지 않는 베트남 전쟁의 대학살, 남녀노소 모두 죽인 한국군 잔학비도의 비(碑)"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들은 "한국군은 임신부의 배에도 총을 쐈다"면서, 기사 말미에는 "박 대통령은 올 5월 '일본이 거울을 보고 책임 있는 역사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 역사의 거울은 자신에게도 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롱형과 저주형

    혐한 기사의 둘째 유형은 한국 외교 정책이나 경제·문화를 비아냥거리는 '조롱형'. 조롱형은 독도·위안부 같은 역사 문제부터 최근 한국의 대일 외교까지 소재가 다양하다. '노골적 일본 증오가 수포로 돌아간 한국의 분풀이'(주간신조), '한국은 바보! 일본 수산물 금지하고 중국 맹독 식품에 의지'(주간문춘), '세계에서 반일 발언을 퍼뜨리는 국가는 중국과 한국뿐'(주간포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주간대중(週刊大衆)이란 잡지는 지난달 한국과 브라질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을 두고 '세계가 분노하는 한국 축구, FIFA 추방 5초 전'이라는 기사까지 실었다. 한국 선수들이 반칙을 남발하며 난투 직전의 상황까지 몰고 갔다는 내용이다.

    셋째 유형은 미래 전망을 빙자한 '저주형'. 주간문춘은 '한국, 제2의 IMF 도래', 주간SPA는 '중국과 한국의 경제 붕괴에 편승하는 투자법'을 특집으로 냈다. 주간포스트는 '반일 한국에 경제 제재를! 폭주 대통령 박근혜가 울면서 사죄할 다섯 가지 제재 조치'라는 기사에서 "한국과 환율 전쟁을 벌이면 한국 수출 산업은 괴멸한다" "반도체 부품 수출을 중단하면 삼성 생산라인이 중단된다" "자위대가 한국군에 협력하지 않으면 북한 포탄으로 서울이 불바다가 된다" 등 황당한 논리를 폈다. 쓸 거리가 줄어들자 '믿거나 말거나' 기사를 쏟아내는 것이다.

    글로벌 주간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지난 10월 '반일 한국의 망상'이라는 제목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표지에 등장시켰다. 성인 잡지까지 반한 전선에 가세했다. 여성의 알몸 사진을 게재해 먹고사는 플래시(FLASH)는 '성범죄·매춘 대국, 한국', '박 대통령 사면초가! 한국 격침까지의 전 시나리오' 기사를 특집으로 게재했다.

    일본 주간지의 밥그릇

    일본 메이저 신문은 비교적 객관적이고 점잖다. 물론 일본에 저질 정보와 극단적 주장에 대한 수요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이들 수요에 맞춰 공급해 주는 역할을 일본에선 전통적으로 주간지가 담당한다. '폭로' '저질'이 일본 주간지의 밥그릇인 셈이다. 일본의 주간지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점도 이들을 더욱 저질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일본의 한 언론인은 "권력이 사라지거나, 인기가 많다고 도를 넘거나, 천황을 모독하는 불경죄로 찍히면 주간지의 공격이 바로 들어온다"며 "옥석을 구분하지 않고 폭로하기 때문에 정계에서 정적을 제거하는 도구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역시 2007년 총리에서 물러날 무렵 재일교포와의 관계로 인해 주간지의 표적이 됐었다. 한때 주가를 올리던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은 주로 불륜과 천민 출신 문제로 주간지의 집중 포격을 받았다.

    따라서 다른 표적이 생기면 혐한 기사도 시들해질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주일 한국대사관 측은 "이제 소재거리도 떨어진 데다 장성택 등 북한 관련 이슈가 부상하면서 혐한 보도도 곧 사그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본 와세다대 한국학연구소장인 이종원 교수(국제정치학)는 "우리가 과민 반응하면 그것이 곧 일본 주간지들이 원하는 '노이즈 마케팅'이 돼버린다"며 "그들의 혐한 보도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지만, 보도 내용이 일본 국민의 반한 감정이라고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안준용 |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