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語學

노루 - 李箕永

이강기 2015. 9. 30. 16:18

노루

 

李箕永

 

「마짱 이외에 다른 소일꺼리가 업슬가?…」

 

마치 어린아이들이 지금까지 열중하엿든 작난감에 물녀서 새것을 찻듯이 학호도 자기의 오락사업에 방향전환을 하고 십헛다.

 

그리 모든 오락기관이 발단된 서울- 문화도시에서 호사는 것이 유감이엿다. 우선 화류계만 보드라도 서울 기생과 요리집은, 얼마나 고상한 취미를 자아내게 하는가? 학호는 요리집 하나 반반한 곳이 업는 자기 고향을 반가운 손님이 차저올 때마다 붓그러워 하엿다.

 

그는 새로 왓다는 기생을 번번히 보아야 하나도 신통한 것이 업는데 질색하엿다. 이러고 보니, 그는 요리집에도 자주 갈 맛이 업서서- 그러타고, 번번이 요리를 먹으러 서울로 갈 수도 업고 해서- 근년에 성풍하게 유행하는 마짱패에 자기도 입적을 해보앗다. 미상불 그놈을 붓들고 보니 재미가 부터서 한동안은 밤마다 날새는 줄을 모르고 열중하엿섯다.

 

그러나 서울다도 다른 조고만 지방에서 마짱을 언제까지 하다가는, 깻닥하면 신사 도박으로 물녀서 봉변을 당하기가 십상팔구엿다.

 

마짱과 같은 오락은 대분의 도박성을 띠고 잇다. 노름은 내기를 하지 안으면 싱겁고, 그러자니 자연 본격적으로 도박을 하지 안으면 안되엿다.

 

하긴 학호와 같은 일군의 소문난 재산가의 자질로서는, 심심파적으로 이따금 소일삼어 하는 것쯤은 문제가 안되겟지만 인제는 실증도 날만치 마짱에<70> 물렷슬 뿐 아니라 곱비도 길면 밟힌다는 격으로, - 고만저만 집어치고 다른 방면으로 새 길을 뚤어보고 십헛다.

 

그래 그는 여러날을 두고, 큰 사업이나 경륜하듯이 궁리하든 끝에 마침내 선택한 것이 수엽(狩獵)이엿다.

 

미상불 산양질이야 말로, 이상적 오락이라 할 수 잇다.

 

쳣재, 건강은 만사지본닌데, 수엽은 운동이 잘 되고, 신체를 단련식히는데 잇서서는 가장 훌늉한 방법이다. 그러지 안어도, 삼시로 진미를 먹는 것이 잘 내리지 안어서, 밤낫 껄껄 하다가, 마짱을 붓든 뒤로는 더욱 안젓기만 해서 그런지 체중은 점점 더 할 뿐이엿다. 학호는 소화제를 먹는다, 보약을 장복한다, 별별 조타는 약은 다 먹어 보아도 종시 건강은 조치 못해서, 당자은 더 말할 것 업거니와 왼집안 식구까지 여간 걱정이 안되엿다. 그런데 산양질을 시작한 뒤로부터는, 먹는 것이 쑥쑥 나리고, 팔다리에 힘이 올느는 것을, 불과 몇칠 안가서 황연이 알 수 잇섯다.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라할까? 아니 그것은 양득 뿐만 안니엿다.

 

마짱을 하게 되면 돈은 돈대로 손해나고, 몸은 몸대로 축가면서 노름꾼의 불안을 늑기는데, 산양질은 그와 반대로 잡는 즘성은 그만큼 소득이 되고, 못잡는대도 밋저야 본전이다. 그대로 몸은 건강해지고 또한 점잔은 대우를 받게되니, 세상에 소일거리로는 이만큼 이상적인 것이 다시 업슬상 십헛다. 그는 진즉 수엽을 못한 것을 도리혀 후회할 지경이다. 그래 학호는 수엽을 잡적하자, 즉시 서울로 올나가서 천여 원을 주고, 쌍혈박이 수엽총을 조흔 놈으로 골러 사왓다.

 

산양질을 시작한 지 몇 달 만에 - 그는 총질도 배울겸 동무를 삼끼 겸하야, 포수(職業的 獵夫)를 구해가지고 가치 단니면서, 처음에는 한동안 날즘성을 노키 시작하엿다. 그리다가 이마 적에는, 장산으로 드러가서, 노루와 산돼지를 잡기 시작하엿다.

 

몇마리를 잡어서, 장혈(獐血)과 저혈(?血)을 생으로 먹고 보니, 더욱 수엽에 신이 나서, 그야말로 늣게 밴 도적에 날새는 줄을 모르드키 열광하엿다.

 

학호는 그날도 일직이 나서서, 전번에 노친 노루를 투겨내 가지고, 기여히 잡기를 별넛든 것인데, 천만 뜻박게 나무꾼을 노루로 잘못보고 쏘아서 큰 일을 저질넛다.<71>

 

그는 자기깐에도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업섯다. 이 역시 노름꾼이 등이 달면, 환장하듯이, 자기 역시, 산양질에 미처서, 눈이 뒤집힌 까닭인가? 그러치 안으면, 오래 묵은 노루가 도섭을 두려서 자기로 하야금 잘못쏘게 하고 다러난 것인가?…

 

二. 그날 불행히 학호의 오락적 산양질에 즘성으로 잘못 뵈여서, 왼편 다리를 총마진 사람은, 밤실 사는 나무꾼 원백이 김서방이엿다.

 

그는 한 여름동안은 산전을 파서 감자 농사로 근근히 생명을 부지하다가 가을철부터 그 이듬해 봄까지는, 틈틈이 먼산 나무를 해다가, 파러먹고 산다.

 

원백이는 그날도 나무를 갓다가 애매한 즘성이 되여가지고 총을 마진 것이다.

 

그러나 학호는 그런 줄은 꿈에도 모르고, 뿌유스럼한 노루가 자기의 총을 맛고 넘어지는 것을 이월 초생의 넘어가는 햇빛에 희미하게 먼 빛으로 보고는, 총을 메고 쪼처가게 열광해서 부르지젓다.

 

「올타! 이번이야 말로 정통을 마진게다 그러면 그러치… 튀긴 노루를 노치다니 될말인가?……

 

한다름에 쪼처가보니, 이게 웬일이야? 분명한 노루를 쏜 것이 노루는 어디로 가고, 사람이 대신 피투성이가 되여 씨러지지 안엇는가?

 

학호는 한동안 어안이 벙벙해서, 어짤 줄을 몰넛다. 다시 그 다음 순간에는 언제와 같은 자기 중심의 부애가 치미럿다.

 

그래 그는 넘어진 사람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꽥 질럿다.

 

「이 사람아! 옷을 그따위로 입엇스니, 총쟁이의 눈에는 짐생으로 보일 수 박게 잇나!…」

 

그 말은 마치 자기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 원백이가 옷을 잘못 입어서 즘성 대신 총을 마진 것처럼 들리엿다. 안닌 게 아니라, 원백이의 입은 옷은 갈갈이 찌러진 흔럴뱅이여서, 빛갈도 누른지 거문지 분간을 못한 만큼, 퇴색하엿다.

 

하나 그가 일부러 그런 옷을 입엇든가? …씨러진 사람은 그 말을 드럿는지 못드럿는지 숨소리조차 들니지 안는다.…

 

그 다음 순간에 학호가 겁이 나서, 가치 온 포수를 소리처 불넛다.

 

참으로 사람이 죽엇스면 어찌할까? 그는 죽은 사람보다도, 자기의 뒷 일이 더 켱기엿다. 그는 이렇줄 아럿스면 산양질을 공연히 시작햇다 십헛다.

 

사실, 그런 일이 잇슨 뒤로 그는 산양질은 손 떼엿다.<72> 그리고, 일껀 이상적으로 오락물을 선택한 산양질에도 이런 위험성이 잇다면, 자기는 이 앞으로 다른 무슨 소일거리를 구해야 될 것이냐고, 은근히 걱정되기 마지 안엇다.

 

급기야 그는, 오직, 다른 방법으로는 술과 계집박게 업는 줄을 깨닷고 그뒤로는 그 방면으로만, 전문을 햇지마는 - .

 

포수가 내려오자, 두 사람은 황황히 넘어진 사람을 안어이르키고 상처를 조사해 보앗다. 탄환은 그의 장딴지를 뚤코 나갓다. 원백이는 압푼 것도 압푼 것이려니와 몹시 놀낸 끝에 고만 딱감을 썻든 것이다. 그는 얼마 후에, 정신이 깨여낫다. 그가 깨여난 걸 보자, 학호는 참으로 죽은 조상이 사로온 것만 못지안케 깁뻐서 날뛰엿다.

 

그들은 일변 총마진 사람을 떠미여가지고 산아래 촌가로 나려갓다. 그 바람에 학호는 산양이구 무에고, 다 어듸로 가고, 오직 일심정력이 총마진 사람을 구호하기에 팔니엿다.

 

학호는 우선 응급수당을 한 뒤에 그날밤으로, 인부를 사가지고 원백이를 들 것에 태워서 자기집으로 뗌여보냇다.

 

그리고 치료비는 무러줄테니, 고소는 하지마러 달나고…그 이튼날 전인을 식혀서 현금 오십원을 보내주엇다.

 

三. 원백이가 사는 밤실 사람들은 그날밤이 이윽도록 나무를 가서 안도라온다는 원백이네 집 식구가 설네발을 노며 차저 단이는 바람에 호랑이에게 물녀갓나? 산비탈에서, 내리 굴럿나? 웬일인지 몰너서 소동을 이르켯다.

 

그러자, 원백이가 난듸업는 들거리에 담겨오는 것을 발견하고, 그들은 더 한층 놀내엿다.

 

원백이는 인부에게 업혀서 일변 그의 집 안빵 아래목으로 드려뉘엇다. 그는 경황업는 중에도 정신을 차려서 주위를 한 번, 둘너보앗다. 그의 눈에는 집안 식구가, 비로소 쳐다보엿다. 그는 그제야 자기집에 온 줄을 께다럿다.

 

「아이구, 이게 웬일이래요!」

 

안해가 남편이 눈 뜨는 것을 보고 떨면서 그의 머리맛헤 울상을 하고 안젓다가, 입을 떼엿다.

 

「아! 아이구! 구…구…구…다리야!」

 

원백이는 죽는 신융으로 엄살을 한다. 그리고 그는 다시 눈을 감는다.

 

원백이 대신으로, 그를 떠실코 온 인부들이 말해서<73> 그 집 식구와 동리사람들은, 비로소 곡절을 알 수 잇섯다. 그리고, 노루 대신으로 총을 마젓다는 말을 들은, 그들은 또다시 놀내지 안을 수 업섯다.

 

「노루로 잘못 알고 사람을 쏘다니 그게 무슨 소리람!」

 

「헤헤- 그 자식이 눈깔이 뼛든가?」

 

「대관절 총쟁이는 누구람?」

 

마을 사람들이 한 마듸씩 노까리는데,

 

「읍내 최참사 아들이라우」

 

하고, 인부가 뗑겨 준다.

 

「응…최참사 아들?」

 

「바로 최참사 아들이라?…」

 

「그럼 학호말이지.」

 

「동경가서 대학교 졸업 맛텃다는 그이 말이지.」

 

「흥!…」

 

그들은 총쟁이가 학호라는 말에, 또 한번 놀내엇다. 만일 그가 다른 아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들은, 욕을 소낙비 퍼붓듯 하고, 기고만장해서 그 놈을 당장 박살을 내든지 요정을 짓자고, 서들든지, 그러치 안으면 고소를 하라고, 충등엿슬 터인데, 하수인이 최참사의 아들이란 데는 무언중 내리 눌느는 무엇이 잇섯다. 그 집은 서슬이 시퍼런 줄을 그들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들의 입에 자갈을 물렷다.

 

그래 그들은 오직 원백이의 불행한 운명을 조상할 뿐이엿다. 그들은 그들의 일상생활에서 매사에 불리한 꼴을 당할 때, 의례히 그것을 그 날의 일수가 글은데로 돌려보내랴듯이, 오늘의 원백이도, 불운한 횡액으로 돌일 수박게 업섯다.

 

그런 자옥에, 섯불리, 시비를 따지러 덤볏다가는 도리혀 해를 보기 쉬운 전례가 잇는 그들의 경혐이 얼마나 자기네의 생활이 무력한지 스사로 잘 알기 때문에 - .

 

그러나, 젊은 축 중에는, 그대로 잇슬 것이 안이라고 욱이는 사람이 잇섯다. 애매히 총을 맛고 가만이 잇을 사람이, 누가 잇느냐는 것이엿다.

 

밤이 깁퍼가자, 그들의 의논은 끗을 못내고, 흐지부지 제각금 헤젓다.

 

이튼날 아침에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씩 다시 원백이 집으로 모혀서 수군거렷다. 그러든 차에, 학호는 돈 오십원을 쥐여서 사람을 보냇다.

 

그 사람은 은연 중, 고소를 하면, 이편이 도려 불리할 것을 암시하며, 그리 중상은 아니니, 이돈으로 치료를 하라는 것이엿다.

 

원백이는 오십원이란 말에 정신이 펄적낫다. 오백량! 이것은 참으로 얼마나 큰 돈인가? 그는 자기의 죽기 생전 이만치 큰 목돈은 쥐여보지 못할 것이다.<74> 그는 이야말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인가 십펏다.

 

그리하야, 동리 사람들이 우선 그 돈으로 읍내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으라는 것도 듯지 안코, 그는 상약을 부치기 시작햇다. 그는 오백량이 생기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딴 힘이 솟아낫다. 아까까지도 갱신을 못하겟든 몸이 별안간 것든해지고 상처도 그리 앞푼 줄을 모르겟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의 다리는 신알신알 나키 시작햇다. 하긴 그대신 한 다리 병신이 되여서 그 다리는 절늠절늠 하는 절늠바리가 영영되고 마럿지만 - .

 

그러나 그대신 원백이는 그 돈 오백량을 똘똘 뭉처쥐고 발또야지를 삿다. 그 뒤로 원백이의 생활은 전보다 여유가 생기엿다. 그는 인제 나무를 할 수도 업섯지만 다시는 나무장사를 하지 안어도, 그냥 저냥 명맥을 부지할 수 잇섯다.

 

그만큼 동리사람 중에는, 도리혀 원백이를 부러워하는 사람까지 잇섯다. 은근히 속으로 부러워하는 사람도 잇섯다.

 

「원백이는 노루가 심평을 펴게 햇서! 아마 잔내 조상이 노루엿든 가부지!」

 

그들이 원백이를 보고, 직접 이러케 놀릴 쩍에도 원백이는 그것을 조곰도 욕으로 듯지 안코, 도리혀 자긍한 우숨을 우스며

 

「헤헤헤…옛기 이사람! 안인게 아니라 노루가 우리 집을 살린 셈일세…」

 

하고, 그는 삐딱삐딱 걸어 단인다.

 

-다리 하나에 오백량씩은, 참 갑시 비싼걸! 이왕이면, 성한 다리마저 바처서 천량을 채우게나 그랴! 그러면 땅을 더 사지 안나

 

순익이가 내심으로 부러워하면서 이런 말로 조롱해도 원백이는 여전히 별로 성내는 기색이 업시 늠을 거렷다.

 

「그럼 안저 먹을 팔자게…사람이 너무 욕심을 부려도 안되는 게야」하고 우섯다.

 

사실 순익이는 흥부가 잘된 것을 놀부가 부러워하듯이 원백이의 셈평펜 처지를 부러워햇다. 한걸음 더 나가서 시새워햇다.

 

그 후 순익이는 아무도 모르게 가만이, 산으로 나무를 갈대에는 일부러 누르꾸름한 흔럴벙이를 입고 갓다. 그는 내심으로 자기도 원백이와 같이 한편 다리에 총을 맛기를 바라고 잇섯다.

 

그러나, 학호는 그 일이 무사하게 된 뒤로는 다시는 총질을 하지 안어서, 안타까운 순익이의 바람도 영구히 수포로 도라가고 마럿다.

 

了 <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