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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사업 시장 논리에 방치", 오역ㆍ중역 등 번역의 질도 문제

이강기 2015. 10. 2. 08:56

"번역사업 시장 논리에 방치"

 

오역중역 등 번역의 질도 문제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국내 번역사업이 국가 차원의 체계적 지원 없이 시장 논리에 방치되어 있으며, 번역의 질도 낮은 수준인 것으로 지적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간하는 출판저널 5월호는 표지이야기 '번역문화, 그 공식과 허실'에서 열악한 번역 인프라, 번역의 질적 수준 등 국내 번역문화 전반의 문제점을 다뤘다.

 

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번역 사업이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시장 논리에 방치되어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박 교수는 "국가 차원의 번역 지원은 1999년부터 시행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동서양명저번역 지원사업'이 전부"라며 "지원 규모도 연 평균 50과제, 17억원 안팎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868년부터 정부 내에 설치된 번역국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번역사업을 추진한 일본의 사례는 번역사업을 시장 논리에만 맡겨둘 수 없음을 보여준다""번역 사업도 사회간접자본의 범주로 간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악한 번역 인프라와 함께 번역문화의 낮은 질적 수준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출판저널이 출판 관련 언론인과 출판평론가 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번역문화의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평가한 사람은 2명에 그쳤으며, 15명이 '보통', 7명이 '낮은 편'이라고 답했다.

 

번역문화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오역 등 번역자의 자질'(15)을 주로 꼽았고, '낮은 번역료'(13)를 그 다음으로 들었다.

 

원전 번역 보다는 중역(重譯)이나 편역(編譯)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는데 특히 고전 번역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다.

 

한국철학사상 연구회 자료에 따르면 근대 이후 국내에서 나온 서양 고대철학 번역서 179종 중 81.5%146종이 중역본이다.

 

외국 서적 뿐 아니라 한문으로 된 고전문헌 번역도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신승운 교수가 발표한 연구자료 '한국 고전 번역 사업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국고문헌 3300여책, 일반고전 4600여책 가운데 국고문헌은 800여책, 일반고전은 600여책만이 번역된 상태다.

 

신 교수는 "고전 번역 사업은 한문의 한글화를 통한 자료의 민주화"라며 "지금 고전번역사업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 문화 유산의 계승은 물건너간다"고 말했다.

 

hisun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