歷史

평양서 출토된 낙랑유물, 중앙박물관 상설展서 퇴출 위기

이강기 2015. 10. 4. 13:37

 

원문출처 : [Why] 평양서 출토된 낙랑유물, 중앙박물관 상설서 퇴출 위기

원문링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02/2012110201478.html

입력 : 2012.11.02 14:37

 

 

"식민지로 알려진 낙랑

평양에 있었다는 학설은 동북공정 인정하는 꼴"

시민들 반발 여론 거세

 

국내 역사학자 대부분은 평양설을 지지하는 입장

기원전 108, 중국 한무제(漢武帝)가 고조선을 무너뜨리고 설치한 4개 군() 중 하나인 낙랑(樂浪). 낙랑군의 문화재를 상설 전시해오던 국립중앙박물관이 이 유물들을 계속 관람객에게 공개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중앙박물관은 이달 20일부터 내년 3월까지 낙랑유물 100여점을 '테마전시' 형태로 전환해 공개한 후, 전시가 끝나면 철수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낙랑유물이 지하 수장고에 들어갈 처지에 놓이게 된 데는 출토된 문화재가 뒷받침하는 역사적 학설이 편향·왜곡됐다는 시민들의 항의와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가 크다. 지금도 낙랑군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둘러싸고 한반도 서북지역이었다는 평양설과 중국 요동지방이었다는 만주설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낙랑유물은 1911년 일본 미술사학자 세키노 다다시(關野貞·1867~1935)의 조사단에 의해 평양 인근에서 처음 발굴되기 시작했다. 낙랑의 고분과 성터에서 철기·기와·벽돌 등 수백 점의 유물이 쏟아졌다. 일본 사학계는 이 유물들을 2000여년 전 중국이 한반도 북부를 식민지배했었다는 근거로 활용했다.

 

   

낙랑이 만주에 있었다고 보는 측에선 "평양설은 일제 식민사학자들이 한국을 중국·일본·몽골 등 주변 외세의 힘에 좌우되어 온 타율적 국가로 폄훼하기 위해 조작한 이론"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낙랑의 대표적 유물인 효문묘 동종(孝文廟 銅鍾), 점제현 신사비(禾占蟬縣 神祠碑) 등 일제하에 발굴된 유물들이 식민사학자들에 의해 날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고대 중국의 사서인 사기(史記), 한서(漢書), 후한서(後漢書) 등에 낙랑군의 위치가 '베이징 일대''만리장성이 시작되는 곳' 등으로 묘사돼 있다고 한다.

 

학계의 관심을 받지 못하던 만주설은 2000년대 이후 중국의 동북공정이 거세지며 시민들의 마음을 끌기 시작했다. 중국의 관변 사학자들이 낙랑 평양설을 근거로 '한강 이북은 과거 중국의 땅'이었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중앙박물관에 민원을 제기한 A씨는 "낙랑군이 중국 하북성에 있었고, 식민지가 아닌 한민족의 독립국 중 하나였다는 학설도 있는데 어째서 동북공정에 유리한 평양설 유물만 전시하느냐"고 했다. 역사평론가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은 "2000여년 전 역사의 판단에 있어 100년 전 일제식민사학자가 뭐라고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낙랑이 존재했을 당시의 사료에 뭐라 기록돼 있는지가 중요하다""평양에서 출토된 유물은 낙랑 유물이 아니라 포로 집단 수용시설 등 중국인이 거주한 흔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기존 학계 대부분의 역사학자는 평양설을 지지하고 있다. 한국·일본에 있는 낙랑유물을 연구해온 이화여대 오영찬 교수는 "일제사학자에 의해 발굴된 70여기의 낙랑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이후 북한이 발굴한 2000여기의 낙랑 무덤에서 나온 유물들과 성격이 같다""낙랑이 평양에 있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역사학자들은 100여년 전 문화재 발굴 수준이 현재 기준에 비춰볼 때 현저히 미흡해 조사가 잘못 진행된 부분도 일부 있지만, 일부 오류를 두고 발굴 자체가 조작됐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학계는 낙랑이 평양에 있었다는 것이 곧 동북공정이나 식민사관의 논리를 긍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낙랑을 통해 평양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네트워크의 중심지 역할을 했고, 철기 등 선진문명을 받아들이는 창구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한 역사학자는 "낙랑의 역사를 동북아 문화교류의 긍정적인 측면에서 볼 수 있음에도 이를 영토주권 문제와 결부시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 때문에 우리까지 흔들리고 있다""명백히 존재하는 역사적 유물을 부정한다면 우리가 중국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고 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낙랑유물 전시에)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이번 테마전시에서는 평양설뿐 아니라 만주설에 대한 설명도 함께 게시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