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을 해방군처럼 쓴 교과서… 그들의 허위 광고에 속은 것"
김기철 기자 조선일보
심지연 교수, 좌·우 갈등의 뿌리 '해방전후사'를 논하다]
대한민국 원동력 된 자유민주주의… 시작 미흡했으나 그래서 수정
거듭
한국 정치, 아시아에서 B+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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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원
기자
1980년대 들어
'한국민주당연구' '조선신민당 연구' '인민당연구' 등을 잇달아 펴내며 해방전후사 연구에 불을 지핀 심지연(沈之淵·66·사진)
교수가 지난 2월 경남대에서 정년퇴임 했다. 심 교수는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 과정을 30여년간 연구해왔고 작년 이승만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다룬 '한국정당정치사' 증보판을 내기도 했다. 한국정치학회장과 정당학회장을 지낸 중진 정치학자는 좌·우 이념 갈등의 분기점이 되는 해방전후사를
어떻게 볼까. 최근 논란을 빚은 고교 한국사 교과서 얘기부터 꺼냈다.―어떤 교과서는 미군과 소련군의 포고문을 나란히 싣고, 미군은
점령군, 소련은 해방군처럼 받아들이게 기술하고 있다."공산당 이외의 정당을 불허한 소련군과 공산당까지 합법화한 미(美)군정이
어떻게 같은가. 선전 문구가 아니라 실제로 정치과정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따져봐야 한다. 소련군 포고문은 요즘 같으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허위·과장
광고로 제재를 받을 것이다. 토지개혁도 유상몰수·유상분배를 택한 남쪽보다, 무상몰수·무상분배를 한 북쪽이 나은 것처럼 얘기하는데, 처분권 없이
경작권만 준 게 어떻게 제대로 된 토지개혁인가. 소련의 허위·과장 광고에 속은 것이다."―대한민국이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출발 당시에 흠이 있었지만, 이승만 대통령이 선택한 자유민주주의는 자기 수정 능력을 가진 체제였다.
국민과 언론, 정부가 노력해서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든 원동력이 됐다. 북한은 자기 완결적인 체제라서, 수정이 안 되기 때문에 지금 이 모양이
됐다. 출발 당시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노력해서 이 정도 됐으면 성과를 인정해야 한다.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한 반성은 좋지만, 현재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어릴 때 못살고, 공부 못했다고 평생 비관주의로 사는 것은 곤란하지 않은가."―현대사 연구자들이 대한민국
출범 초기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는 게 아닌가."연구자들의 체험이 역사 인식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유신과 5·18이 현대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엔 대학 캠퍼스가 살벌했다. 몇 명만 모여 있어도 경찰이 해산시킬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386세대도 50대에 접어든 지 오래다. 한 사회의 중추를 차지하는 세대가 과거를 부정하는 건 비극이다."―해방 후
대한민국이 걸어온 정치과정에 점수를 매긴다면."한국 정치는 점점 투명해지고, 발전해왔다. 우린 주자학적 명분론이 강해서 도덕적으로
정치를 낮게 평가하는 측면이 있다. 여야(與野)를 오가는 정권 교체도 이뤄졌고, 아시아에선 가장 모범적인 정치체제다. 정당이나 의회 모두 일본과
비교해서 뒤떨어지지 않는다. B�는 되는 게 아닌가."―이승만의 단정(單政) 발언에 대한 비판과 남북협상파에 대한 기대, 둘 다
과도한 측면은 없나."이 박사는 당시 북한에 사실상 정부인 임시인민위원회가 결성됐기 때문에, 우리도 정부를 만들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말한 거다. 1948년 4월쯤 되면, 한반도에 통일정부가 들어서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는 것은 김구나 김규식 선생도 알고
있었다. 그분들은 분단으로 인한 전쟁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갔을 거다. 우리는 패자에 대한 연민이 있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이상을
실현하려 했던 노력과 비극적 최후 때문에 존경을 받는 것이다. 실현 불가능한 노력을 한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당시 국제 정세를 정확히 꿰뚫어
본 세력이 집권할 수밖에 없었다."
"8종 교과서 읽고 충격, 오류·편향
시도라니…" |
[서남수 장관 인터뷰]
교과서 발행 全 단계 책임 - 그동안 외부에 맡긴 채
제대로 모니터링 안 해…
전담局 두고 집필기간 늘릴 것
역사교육의 본령은 통합 - 국정 교과서 전환 여부
사회적 합의부터 거쳐야… 수능 한국사는 쉽게
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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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본지 인터뷰에서 “학교에 압력을 넣어 특정 교과서 채택을 번복하게 한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했다. /주완중 기자
서울 광화문의 한 회의실에서 만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작년 추석 연휴 때 집에서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읽으며 충격을 받았는데, 이 논란이 해를 넘겨 설 연휴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서 장관은 "이번 한국사 교과서 사태는
교육부가 그동안 교과서 관련 업무를 전문가의 영역으로 여기고 사실상 외주 제작 형태로 놔둔 데에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 계기로 초·중·고 모든
교과서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전면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했다.서 장관은 "한국사 교육의 목적은 역사 인식을 공유하고 사회통합을
이루자는 것인데, 오히려 한국사 교과서가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고 말했다.―교과서에 오류가 그렇게 많을 수 있느냐는 지적이
많다. (작년 8월 검정 통과 이후 이달 초까지 8종의 한국사 교과서에서 총 2250건이 수정·보완됐다.)"작년 한국사 교과서
검정 심의 중에도 편향 논란이 일었다. 그래서 추석 때 한국사 8종 교과서 내용을 집에서 살펴봤다.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다. 곳곳에
오류가 있었고, 편향된 서술을 보면서 우리 교과서가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나 생각했다."―어떤 편향성이
보였나."교과서 집필에 필자의 정치적 견해가 지나치게 반영됐다. 해방전후사와 6·25, 현대정치사 부분에 그런 서술이 있었다.
6·25 전쟁이 남북 공동의 탓인 것처럼 서술한 것은 교과서에 실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문제가 된 부분들은 교육부 수정 권고·명령 과정을
통해 고쳐졌다.)―연대 표기 등 단순 오류도 많았다."교육부가 집필, 검정 심의 등 교과서 발행 단계 전반을 외부에
맡기고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 앞으로 개선하겠다."서 장관은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는 최고의 완성도를 갖춰야
하는데, 솔직히 교과서라고 부르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미흡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교과서는 학자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
전할 만한 내용이라고 사회 모두가 공감하고 동의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했다.―앞으로 교과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2018년에 전면 도입되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에 맞춰 새 교과서를 집필해야 한다. 이 교과서들은 대폭 개선된 방식으로
발행해 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다."―교과서 발행 체계를 어떤 식으로 바꿀 것인가."교육부에 전담 국(局)을
두고 교육과정, 집필 기준, 검정 등 교과서 발행의 모든 단계를 책임지고 개선한다. 부족한 집필 기간과 검정 심의 기간도 늘려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을 고치겠다."―한국사 교과서에 근현대사 비중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다. (근현대사 비중이 교과서의 절반 이상이며,
2011년 한국사 교과서 중에는 근현대사 비중이 80%가 넘는 것도 있었다.)"세계 역사교육 흐름이 현대사 비중을 강조하는 측면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교과서에 근현대사 비중을 어느 정도까지 하느냐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정해야 한다."그러면서 그는
"불과 몇 년 전 정부의 성과에 대해 교과서에서 평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최근 주요 국가의 역사
교과서를 구해 읽어봤는데 직전 정부에 대한 평가를 담은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그는 집필을 비롯해 교과서 발행 과정 전반을 국가가 이끄는
'국정교과서'로 갈지, 현재의 '검정 시스템'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할지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때라고 했다.-이번에
채택된 한국사 교과서로 공부하게 되는 올해 고교 1학년생은 2017학년도 수능에서 한국사를 필수로 치러야 한다."수능 한국사는
쉽게 출제할 것이다. 9등급 절대평가 방식이다."-출제 범위는 어떻게 되나."8종의 한국사 교과서의 공통부분에서
출제한다. 수험생 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