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 韓.中關係

북한은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인가

이강기 2015. 10. 9. 08:43

북한은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인가

 

 

김영환 

 

시대정신 편집위원

 

1

 

북한의 체제붕괴와 체제변화가 이제 시간 문제로 되고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과 중국식 연착륙을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이제는 그러한 연착륙 가능성을 낮게 보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북한 정부의 무례하고 비외교적이며 국제관례를 무시하는 언행들에도 불구하고 꾹 참고 지난 5년 동안 한국 정부는 북한을 일관되게 도와주었지만 이러한 유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혼란과 부패와 인권유린은 더 심해만 가고 경제상황은 호전될 줄 모르고 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북한에 우호적이던 사람들까지 실망해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 김정일 체제가 붕괴되는 것을 이제 많은 사람들이 기정사실처럼 간주하고 있지만 아직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북한 체제가 붕괴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다. 북한 체제가 붕괴되었을 때 남한에 가져다 줄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부담을 걱정하는 관점도 있지만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고 나면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 글에서는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었을 때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적절한지 살펴보기로 하자.

 


 

북한이 갑자기 붕괴되었을 때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은, 첫째 북한의 노동당원이나 군인들이 한국이나 미국에 비해 중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거부감이나 공포가 덜하다 것, 둘째 북한에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조·중 우호협력 및 호상원조 조약’에 의해 중국은 즉각 개입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반면 다른 나라들은 국제법적으로 적절한 개입근거가 없다는 것, 셋째 중국은 영토적 관심이 크고 주변 국가들과 끊임없이 영토분쟁을 벌여왔다는 것, 넷째 북한이 중국에게 매우 중요한 군사전략상의 요충지이기 때문에 이를 절대 잠재적 적대국의 영향권으로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것 등이다.

 


 


 

2

 


 

먼저 북한에서 중국에 우호적인, 혹은 중국에 의해 강하게 조종되는 정권이 수립될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자.

 


 

북한의 노동당원이나 군인, 보위원(정보기관원) 및 그 끄나풀, 안전원(경찰), 기타 구체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북한 체제가 붕괴되면 처벌받거나 생명의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느끼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을 공격하여 점령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북한 체제가 붕괴된 후 친미적이거나 친한국적인 정권이 수립되어도 자신들의 신변에 위협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군이나 한국군이 전격적으로 진주해 들어와 점령하게 되었을 때 이에 저항하는 활발한 활동을 벌일 가능성이 높지는 않겠지만 만약 미군이나 한국군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임시정부나 기타 권력체가 만들어진다면 치안유지, 국방, 구휼(救恤), 경제부흥 등을 중국에 많이 의존하려 할 가능성이 많다. 미국이나 남한과 연관이 없더라도 친미 혹은 친남한 경향의 개인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성향의 사람이 최고위직에 있다고 하더라도 권력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일 것이기 때문에 정권 전체로 본다면 결국 중국에 훨씬 가까운 방향의 정책을 펼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북한을 친중국적인 방향으로 내모는 동력 중에 가장 주목할 만한 동력은 북한 사람들의 미국이나 남한에 대한 공포감이다. 노동당 간부, 군 간부뿐만 아니라 하급 보위원, 하급 안전원, 평당원, 보위원 끄나풀, 심지어는 하급 군인들까지도 미국이나 남한이 지배적인 지위에 섰을 때 자신들이 무슨 처벌을 받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이런 두려움이 결국 북한을 중국에 붙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두려움은 허상에 기초한 것이다. 미국은 객관적인 제3자이고 남한도 사실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면 객관적인 제3자이다. 미국이나 남한이 북한에 가서 그 무슨 보복을 할 이유가 없다. 인민의 분노를 달래고 기타 정치적 필요를 위해 극소수 고위층을 처벌하고 그 외에 극히 악독한 짓을 한 극소수를 처벌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며 미국이나 남한이 북한에 들어가서 광범한 처벌을 할 의사도 없고 그럴 가능성도 별로 없다. 미국이 이라크에 들어가서 극소수만 처벌한 것을 보더라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남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부 탈북자나 일부 나이 많은 사람들을 제외하면 북한의 지배계급 개인들에 대해 원한을 가질 이유가 없다. 사실 결정적인 원한은 북한 내부에 있다. 북한 내에서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거나 기타 크고 작은 탄압을 받았으며 직접적 탄압이 없더라도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끼거나 반항심이 큰 경우도 많다. 그 뿐만 아니라 1945년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사회가 뒤집어질 때 단지 기회주의적 이유 때문에 앞장서서 구지배계급에 대해 가혹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따라서 중국이나 미국이나 남한 등 외부세력은 구지배계급에 대한 가혹행위를 막아주는 안전판 역할을 해주지 구지배계급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진실이 그러하다 하더라도 북한의 지배계급이 미국이나 남한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중국에 대해서는 상대적인 안도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필연적인 것이다. 따라서 김정일이 죽거나 실권한 상태에서 북한 내부의 역량만으로 더 이상 체제보전이 어렵다고 할 때 북한의 지배계급이 중국에 의존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북한에서 체제붕괴가 생기거나 내전이 일어났을 때 어느 나라가 군대를 파견할 수 있는 합법적 권리를 갖고 있는지 어느 나라가 그럴 의사를 갖고 있는지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이다.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은 한국 영토이기 때문에 한국군을 파견하는 것이 국내법상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국내법일 뿐이며 국제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에 기초해 본다면 한국군은 국내의 반란군이며 국내의 반란군이 국내의 지역에서 이동하고 공격하는 것은 국제법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도 한국 헌법보다는 조금 더 고려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국제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북한의 국내법일 뿐이다. 한국 국내법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고려대상이 될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국제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어떤 명분을 가지고 북한을 공격했을 때 UN이 그 국제법적 정당성을 마련해줄 수도 있겠지만 현재 UN의 분위기에서 그것도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미국이 UN의 동의 없이 북한을 공격했을 때 이라크의 경우보다 더 큰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도 크며 국제법적인 복잡한 논쟁에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미군이 북한의 혼란상태에서 군대를 파견하는 것은 더더욱 복잡한 문제이다. 미국이 북한에 군대를 파견하는 명분은 1) 한국의 동맹국이라는 것 2) 북한과 정전상태에 있는 당사자라는 것 3) 세계경찰이라는 지위 4) 북한 내부의 희생을 줄이기 위한 인도주의적 차원 등이다. 그러나 이 중 그 어느 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

 


 

1) 미국은 한국의 동맹국으로서 북한을 자신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는 한국과 함께 북한에 개입할 수 있다고 하지만 방금 말했듯이 이것은 국제적으로 충분히 인정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한국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도 불확실하다.

 


 

2) 북한과 정전협정을 맺은 당사자는 미군이 아니라 UN군이다. 이 UN군과 주한미군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현재의 주한미군은 정전협정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정전협정은 어떻게 깨어지는지, 정전협정이 깨어졌을 때 어떤 상태로 돌입하는지, 그 이후의 결정은 누가 하는지 등등 어느 하나 명확한 것이 없는 상태이다.

 


 

3) 세계경찰로서의 미국의 지위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국가가 많지 않다.

 


 

4)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개입하는 것은 보통 인명피해가 매우 커진 이후에나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중국은 ‘조·중 우호협력 및 호상원조 조약’에 의해 북한에 군대를 파견하는 것이 비교적 자유롭다. 과거 ‘미주조약(美洲條約)’에 기초해서 미국이 중미국가의 국내 문제에 군대를 파견하곤 했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중국은 주변 국가들과 끊임없이 영토분쟁을 벌여왔다. 인도와 티벳지역 영토분쟁 때문에 전쟁을 벌였고 소련과 영토 문제때문에 국지적 전투를 벌였으며 일본과는 조어도(센카쿠열도) 때문에, 그리고 베트남, 필리핀, 브루나이 등 여러 나라와는 남사군도 때문에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근세 외세침략기에 많은 영토를 잃었고 그 중 일부를 되찾고 일부는 되찾지 못했지만 영토를 잃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크다.

 


 

미국과 중국이 미래에 우호적인 관계로 될지 적대적인 관계로 될지는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어쨌든 대만 문제 등 몇 가지 중요한 현안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뚜렷이 다르고 이것이 상당히 큰 갈등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전에서 거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상륙작전을 할 필요가 없이 육지에서 바로 공격할 수 있는 거점이 있는지 없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중국과 육지에서 상당히 긴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한을 미국이 점령한다면 중국은 매우 큰 국방상의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상의 내용이 북한에 친중 정권 혹은 중국 예속 정권이 수립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논거들이다. 위의 주장은 진실에 기초한 것이지만 이것만 가지고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3

 


 

먼저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중국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중국은 어떤 국가목표를 갖고 있는가? 중국은 국제적으로 어떤 지향을 갖고 있는가? 중국은 과연 세계 제패나 동아시아 제패의 야망을 갖고 있는가?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느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어느 중국인도 잘 모르는 일이며 중국 공산당 지도부도 잘 모르는 문제이며 심지어 후진타오도 잘 모를 것이다. 중국이 부강한 국가를 지향한다는 것은 모든 중국인과 모든 세계인이 다 아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세계 제패나 지역 제패의 야망, 다시 말해 패권의 야망은 대부분의 선진국의 경우 비교적 약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시민의식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국가의 경우 상당 수준으로 잠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들도 역시 패권의 지향성이 잠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국력이나 조건이 그러한 욕망을 충족시킬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포기하고 지낼 뿐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그런 경향이 조금 더 강하기는 하지만 2차 세계대전 때 그런 것을 추구하다가 비참하고 굴욕적으로 무릎을 꿇은 적이 있기 때문에 주변국들에 비해서는 그런 경향이 비교적 약하다. 다만 세계적으로 볼 때 일본은 국력이 매우 강한 국가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국가들이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패권의 잠재적 지향성이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주변 국가들에 비해 강하다고도 약하다고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은 대국(大國)이다. 중국은 인구가 일본의 11배에 달하고 면적도 역시 일본의 25배에 달한다. GDP는 일본의 1/3 수준이지만 물가수준을 고려하여 환산한 GDP의 수준은 일본과 거의 비슷하다. 그리고 경제성장률과 군사력 성장률이 오랜 기간 동안 세계최고 수준을 유지해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세계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적인 강대국의 대열에 들어섰으며 날로 강대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강대국의 윤리가 요구되고 있지만 중국 국민들과 중국 정치인들은 이런 조건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딜레마이다.

 


 

중국은 2천 년 동안 세계에서 경제가 가장 발전하고 정치적, 사회적으로 가장 잘 조직되어 있었다. 그러나 불과 200여 년 전부터 이것이 역전되어 세계적인 낙후국으로 되었고 세계열강들이 이권을 다투는 각축장으로 변했다. 중국인들은 조롱을 받았으며 수많은 중국인들이 세계 각지에 일꾼으로 팔려나갔고 국토의 많은 부분이 반식민지 상태로 되었으며 급기야는 일본의 전면적인 침략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근대사에 대한 뚜렷한 기억은 중국인들이 국제관계를 보는 관점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1인당 GDP가 아직 1천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이집트, 에콰도르, 투르크메니스탄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이 30년 가까이 고속성장을 지속해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중국이 스스로의 지위를 실감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은 1인당 GDP가 1만 달러 가까이 육박하던 90년대 초중반에도 후발개도국과 비슷한 지위를 인정받고자 노력했고 적지 않은 국민이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했던 것을 돌이켜본다면 1인당 GDP가 아직 1천 달러 정도 수준인(그것도 아주 낮은 상태에서 급격히 높아져온) 중국 국민들이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어떤 기분을 갖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인은 스스로에 대한 태도에서 이중적이다. 세계가 중국을 바라보는 태도 역시 이중적이다. 중국인은 스스로 가난하고 약한 나라로서 보호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중국을 강대국으로 대접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세계는 중국이 강대국으로서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중국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을 겁내고 꺼려한다. 중국과 세계의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는 지난 몇 십 년 동안의 급격한 변화가 가져온 후유증 중의 하나이다. 중국인이나 외부 세계에서나 이런 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국 정부나 중국인이 강대국으로서의 윤리를 충분히 자각하고 훈련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인들은 이를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외부 세계는 인내심을 갖고 끈기 있게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국인이 강대국 국민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언행을 했을 때 이를 따끔히 비판하면서도 이를 반중적인 방향으로 몰아가지 않고 포용하는 넓은 아량이 필요하다. 그 뿐만 아니라 중국 사람들을 충분히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이 위험한 강대국이라고 중국위협론을 말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중국 사람들을 못 사는 나라 사람이라고 업신여긴다. 중국 사람들은 강대국 국민으로 대접받는 것은 제쳐놓고서라도 최소한 주변 다른 나라 국민들과 비슷한 대접이라도 받기를 원한다. 현재 중국 사람들은 그러한 대접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중국이 패권을 추구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심지어 중국을 나치 시대의 독일과 비교하기도 한다. 중국이 패권을 추구할 것이라는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논거들에만 기초하고 있다. 중국이 급속히 경제적, 군사적 힘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과 과거 중국이 주변 국가들과 불필요한 긴장과 충돌이 있었던 점, 중국의 영토적 집착이 강하다는 점, 중국이 일당독재 체제라는 점 등이 그 대표적인 논거들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력이 급속히 발전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고 그 발전된 경제력을 기초로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도 크게 나무라기는 어렵다. 그리고 중국이 30~40년 전에 주변 국가들과 충돌을 일으킨 원인도 객관적으로 검토해봐야겠지만 그 때 충돌을 일으켰다고 해서 지난 25년 동안 평화롭게 지내온 나라를 호전적이라고 비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아시아의 모든 나라, 아니 세계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영토적 집착이 아주 강한데 중국의 영토적 집착에 대해서만 나무라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동아시아만 놓고 보더라도 독도, 조어도(센카쿠열도), 남사군도, 일본 북방 4개 섬 등 적지 않은 지역의 영토 문제를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다른 나라들도 영토 문제에서 양보할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중국의 영토적 집착에 대해서만 문제삼는 것은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중국이 일당독재라는 측면에서 나치 시대와 비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은 전혀 논리적 연관성이 없다. 마르크스레닌주의 자체가 계급투쟁과 세계혁명을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호전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일반 국민이나 정치지도자들의 마음속에는 계급투쟁이나 세계혁명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어졌다. 국가의 부강이나 개인의 영달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중국은 개개인의 정치적 행동양식이 아직 충분히 문명화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부의 행동양식도 세계적인 강대국 치고는 아직은 좀 거칠다. 이런 측면에서 비판받을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일당독재라서 호전적이고 침략적일 것이라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다. 중국의 국가운영의 방향이 이웃나라들과 다르다는 증거가 전혀 없으며 다를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주변 국가들의 역사, 이웃, 세계에 대한 인식과 태도 역시 그 경제발전 수준에 비춰봤을 때 매우 협량(狹量)한 조건에서 중국에 대해서만 과도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만약 현재 미국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패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면 중국이 현재 미국의 지위와 역할 비슷한 것을 추구할 가능성이 꽤 있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의 역할에서 충돌이 생기게 되고 이것이 국제적으로 큰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미국과 비슷한 역할을 추구하는 것)이 특별히 잘못된 길을 가는 것도 아닌데 이를 나무랄 수도 없고 또 이를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 뿐만 아니라 러시아, EU, 일본 등과 같은 다른 강대국의 지위와 역할과 미국의 지위와 역할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아무도 할 수 없다. 세계의 정치지형은 매우 빠른 속도로, 그리고 사람들이 예측하기 쉽지 않은 방향으로 변해왔다. 20년 후, 혹은 30년 후에 국제정치의 지형이 어떤 식으로 되어 있을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의 시점에서 침략적이거나 패권지향적인 행동을 특별히 보이고 있지 않은 중국에 대해, 몇 십 년 후에 그들이 가질 힘을 걱정하며, 지나친 편견을 보이는 것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아니며 중국의 힘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데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4

 


 

다시 북한 문제로 돌아오자. 결론부터 간단히 말하자면 중국은 북한을 속국으로 만들 특별한 필요가 없다. 북한이 중국의 강력한 동맹국으로 남는 것은 중국에 분명한 이익이 있다. 이것은 명확하며 더 이상 논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되는 것은 이익은 불분명하며 손해는 명확하다.

 


 

북한이 중국의 동맹국으로 남았을 때 중국의 가장 큰 이익은 북한을 국제적 충돌의 완충지대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중국의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였을 때 미국은 북한을 함부로 침공할 수는 없다. 미국이 육지에서 바로 중국을 공격할 수 없다고 할 때 그 전략상의 제약이 상당히 크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되면 동맹국의 형식은 유지하고 있지만 단순한 동맹국에 비해 속국은 쉽게 침공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했을 때 미국이 중국의 단순한 동맹국을 침공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반발과 저항이 매우 크겠지만 중국의 속국을 침공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반발과 저항이 상대적으로 크게 적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되는 것은 북한의 군사전략적 지위가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개악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반론도 있을 수 있다. 북한이 중국의 동맹국으로 남는 것이 과연 그렇게 쉬운 일인가 하는 반론이다. 북한이 현재 정치적으로 극히 불안해서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의 현 체제가 붕괴된 이후에도 북한이 중국의 동맹국으로 남을지에 대해서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조건에서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된다면 북한을 중국의 동맹국으로 계속 남겨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관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자세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북한은 모두 민족주의적 성향이 매우 강한 곳이다. 북한이 중국의 단순한 동맹국으로 남는다면 이에 대한 저항감은 별로 크지 않겠지만 만약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된다면 이에 대한 북한 인민의 저항이 매우 강해져 오히려 동맹이탈의 정치적 힘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리고 남한은 재계든 정치권이든 관료든 시민단체든 정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민족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다.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되고 적극적인 개혁개방을 추진했을 때 현재에 비해 수백 수천 배 늘어난 각종 남북교류에 묻어있는 민족주의에, 북한으로 흘러가는 그 엄청난 돈에 묻어있는 민족주의에 정치적 기반이 허약할 것이 명확한 북한의 신정권(중국의 괴뢰 정권)이 견뎌낼 수가 없다. 괴뢰 정권이 붕괴된다면 그것은 바로 동맹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이 중국과의 동맹에서 이탈한다면 그것을 그냥 순리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는 것이지 북한을 동맹으로 묶어두기 위해 속국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냥 순리대로 맡겨놓았을 경우 북한이 중국의 단순한 동맹국으로 남을 가능성은 20~30%, 중립지대로 남을 가능성 40~50% 정도라고 보지만 만약 중국의 괴뢰 정권이 수립되고 이 괴뢰 정권이 정치적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된다면 그 이후 북한에는 중국에 적대적인 정권이 수립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런 어리석은 선택을 중국은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속국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만주에 세워졌던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이다. 그런 비근한 예가 있기 때문에 속국이 아주 쉬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대 세계에서 속국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만주국은 1930년대의 중국인의, 특히 동북지역 중국인의 정치의식 수준이 대체로 낮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 것을 감시하거나 저지시킬 국제적인 힘과 연대성도 약했다. 북한 민중이 오랫동안 노예처럼 지내오기는 했지만 그 잠재적인 정치적 관심도와 정치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일단 현 정권이 붕괴되기만 하면 정치적 관심과 참여가 폭발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그 뿐 아니라 북한 민중은 민족주의적 성향이 매우 강하다. 1945년 일제패망 직후에 크게 고양되었던 반일적인 민족주의 성향을 북한은 계속 반미적인 민족주의로 이어갔고 6.25전쟁을 거치면서 반미적 민족주의는 극대화되었다. 이 반미적 민족주의와 통일지향적 민족주의를 김일성·김정일 정권은 체제유지에 적절히 이용하면서 계속 유지시켜왔다. 북한을 미국이 속국화하려하든 중국이 속국화하려하든 북한 내부의 자생적인 민족주의에다가, 남한으로부터 음으로 양으로 끊임없이 공급되는 민족주의를 감당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한반도에서는 사실 언어가 많은 것을 결정한다.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이 한 민족이냐는 것은 매우 복잡한 논쟁이 필요하겠지만 설사 각각 다른 민족이라는 논리를 수용하더라도 그 언어적 호환성이 매우 높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한국어(남한어)가 중국어나 영어로부터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고 평소에 많이들 얘기하지만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와의 호환성은 극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남북한의 언어는 그렇지 않다. 특별히 공부하지 않더라도 웬만한 말은 서로 통하며 조금만 공부하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의 99%를 서로 이해시키고 이해할 수 있으며 유창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북한에 중국의 영향 하에 있는, 그리고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정부가 들어서 있는 조건에서 남한의 영화, 드라마, 서적, 음악 등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막을 수 있는 명분도 없지만 설사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내어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면 그러한 문화콘텐츠에 묻어서 들어오는 남한발 민족주의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 뿐 아니라 그러한 상황이 되면 수없이 많은 남한의 자발적 민족주의 전사들이 북한에 민족주의를 수출하기 위해 많은 어려움과 위험을 감수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모든 것들을 감당하기는 극히 어렵다. 허약한 권위와 허약한 정치체질과 허약한 정치기반을 가진 북한의 중국 예속 정권이 이를 감당하고 견뎌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중국은 현재 각종 교육기관에서 그리고 각종 선전에서 제국주의를 아주 나쁜 것으로, 제국주의를 미워하도록 교육선전하고 있으며 중국은 근현대사에서 일관되게 제국주의의 피해를 입은 국가로 선전하고 있다. 그런 중국이 속국을 만들어 스스로 제국주의 국가가 된다면 그것은 중국인의 자존심에 매우 큰 상처를 남기는 일이다. 특히 중국인은 일본의 속국이었던 만주국에 대해 매우 큰 반감을 갖고 있다. 그런 만주국과 같은 속국을 중국인 스스로가 만든다는 것은 크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또한 중국은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소련, 인도, 베트남을 비롯한 많은 주변 국가들과 이러저러한 분쟁에 휘말려서 주변 국가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줬었다. 그래서 80년대 이후 25년여 동안 국제적으로, 특히 주위 나라들에 대해 온건하고 합리적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만약 중국이 북한을 속국으로 만든다면 중국이 오랫동안 공들여 쌓아왔던 온건한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과 동남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위협론은 매우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는 중국의 외교 전략에 엄청난 타격을 가하는 것이고 아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 무대에서의 중국의 운신에 상당한 구속을 가져다주는 일로 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만 보자면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되는 것은 중국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으며 현재와 같은 수준의 우호적인 동맹국으로 남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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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중국의 속국이 들어서는 것은 1) 올바르지도 않고 2) 가능하지도 않으며 3) 반역사적이고 4) 북한 인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5)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6)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7)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이해관련국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8) 한반도 장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9) 지역평화에 유리하지 않고 10) 세계가 이를 용인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되는 것과 북한에 친중적인 정부가 들어서는 것은 좀 다른 문제이다. 일본에 친미 정부가 있고 영국에 친미 정부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그 국가와 그 지역과 세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주듯이 북한에 중국과 밀접히 협력하는 정부가 들어서는 것은 북한의 발전을 위해서나 북한의 안보를 위해서나 한반도나 지역평화를 위해서나 바람직한 일이지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이유가 전혀 없다.

 


 

친중적인 것이 자주성과 배치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누구에게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고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친하게 지내는 것은 오히려 우리의 자주성의 징표이지 자주성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신정권이 중국과 친하게 지내며 중국에게 도움을 받고 긴밀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교류를 하는 것은 북한의 자주성, 북한 인민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며 이것이 그 어느 누구의 이익에도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당연히 북한과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며 남한과 일본의 이익에도 부합하며 심지어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남한도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북한이나 통일한국은 현재의 남한보다 더욱 더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중국도 정치 체제의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중국의 정치 체제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과거에 자신을 도와줬던 국가들에 대한 고마움이나 과거에 자국에 상처를 줬던 국가들에 대한 원한이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은 매우 오래 남을 것이다. 북한이나 통일한국은 시장, 생산기지, 투자, 기술제휴, 문화교류, 지역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 적극 협력해야 하며 이는 필수적인 것이다. 그리고 중국과의 정치외교적인 친소관계나 상호 간의 국민감정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미국, 일본, 러시아 등 다른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와 상관없이 그렇다. 북한이나 통일한국은 당연히 미국, 일본, 러시아와도 매우 친하게 지내고 긴밀한 협력을 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중국과의 관계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도 친하게 지내고 미국과도 친하게 지내야 하는 것이지 미국과 친하게 지내면 마치 중국과 친하게 지내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또한 중국과 친하게 지내면 미국과 친하게 지내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

 


 

북한에 기본적으로 자주적이면서도 친중적이고 친미적이고 친일적이고 친러적이며 남한과는 매우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는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다. 이렇게 되는 것이 북한에도 좋고 남한에도 좋고 중국에도 좋고 미국, 일본, 러시아에도 좋다.

 


 

그러나 이렇게 이상적인 방향으로 되지 않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북한의 신정부가 미국과 지나치게 가깝거나 중국과 지나치게 거리를 둘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이에 일정 수준 개입하여 미군의 한반도에서의 역할을 제한하든지 아니면 북한에의 미군 진입을 막든지 아니면 북한에서의 미군 역할을 일시적, 제한적으로만 인정한다든지 기타 여러 가지 형태로 자신들의 국방상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현실적이면서도 훨씬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이지 북한을 자신들의 속국으로 만드는 것은 이익보다 손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중국의 이해관계로 볼 때 절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그리고 객관적인 조건상 일시적으로 중국이 북한에 과도하게 개입할 필요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중국은 과도기적인 역할만 할 뿐 북한을 중국의 속국으로 만들려는 어리석은 시도는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지난 20여 년간의 중국 정부의 정치적 결정들과 선택들을 보면 그런 어리석은 수준보다는 크게 앞서 있기 때문이다.

 

(시대정신 2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