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상과 한국의 전략
이춘근
정치학 박사, 자유기업원 부원장
중국은 유감이 많은 신흥 초강대국이 아니라, 세계의 중심으로서 자국의 정당한 지위를 되찾을 때를 기다리는 패권국이다.[Steven W. Mosher, Hegemon: China’s Plan to Dominate Asia and the World]
1. 들어가는 말: 문제의 제기
1976년 개방과 개혁을 단행한 이후 중국은 경제력이 놀랍게 성장하고 있다. 성장 속도도 빨라 1960년대 이후 한국이 보였던 한강의 기적을 능가할 정도다. 중국이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거의 30년 동안 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9.4%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국제정치상 어떤 강국(大國)의 힘이 급격히 변동(증가 혹은 감소)할 경우 이는 국제정치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심각한 요인이 되기 마련이다. 그동안 국제체제의 안정을 유지하게 했던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 상태가 깨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경제력이 발달하기 이전에도 10억이 넘는 인구만으로도 이미 강대국의 반열에 포함되었던 나라다. 중국은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시작한 1970년대 중반 이전에도 세계 1위의 인구와 세계 3위의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로서 국제정치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강대국의 일원이었다. 그런 나라가 거의 30년 동안 연평균 10%에 육박하는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유지되어 왔던 강대국 간의 힘의 역학 관계를 바꿔 놓을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국제정치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물론, 세계의 많은 일반 시민들은 서슴없이 앞으로 미국에 도전할 강대국은 중국이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일부 논자들은 심지어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을 혐오하는 (한국의) 반미주의자들 중에는 중국의 힘이 더욱 커져서 미국을 견제해 주길 바라고 있으며, 그 경우 우리는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무엇인가 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중국의 힘이 급격히 부상(浮上)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제정치를 연구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중국의 힘의 부상이 국제체제에 미칠 충격은 무엇인가의 문제를 심각하게 분석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주로 미국 학자들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는 ‘중국의 힘의 부상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에 관한 논의는 두 가지 상반된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것이 현재까지의 연구 현황이다. 중국의 부상이 의미하는 바가 이처럼 정반대의 결론을 도출하는 이유는 중국의 국력 분석에 대한 방법이 다양하고, 중국의 의도에 대한 분석에서 학자들마다 심각한 견해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위협론」(中國威脅論)의 대표적 견해로써 미국의 저명한 평론가인 조지 윌(George Will)은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100년 전 독일의 힘의 성장을 보는 것과 같은 두려운 생각이 난다. 독일의 문제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통해 해결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중국은 아직도 미국을 위협하기에는 힘이 약할 뿐 아니라, 중국이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강해진다 하더라도 중국은 공격적이기보다는 방어적인 나라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이 같은 견해를 따르는 학자들 중에는 중국이 미국 수준의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무수히 많고, 그 결과 중국은 궁극적으로 미국과 같은 막강한 강대국이 되기는 곤란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다. 영국의 전략이론가 제럴드 시갈, 일본의 군사평론가 마츠무라 츠토무 예비역 장군 등은 중국은 막강한 강대국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여러 개의 나라로 분열될 가능성조차 있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의 미래 및 위협에 관한 이 같은 정반대의 견해는 중국의 국력지표에 관한 학자들의 계산에서도 연유한다. 예로써 미국의 유명한 국제정치학 교과서의 저자 골드스타인교수의 『국제관계론』은 2000년도 중국의 GDP를 4조 6천억 달러라고 기술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9조 6천억 달러에 이어 세계 제 2위이며 3위인 일본의 GDP는 3조 3천억 달러다. 반면 영국의 국제전략연구소가 매년 간행하는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군사력균형』(The Military Balance)誌 2002∼2003년도 판은 2000년도 중국의 GDP를 약 1조 1천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은행이 간행하는 GDP 자료 역시 2003년 미국의 GDP를 약 11조 달러, 중국은 세계 7위로서 미국의 약 1/8 정도인 1조 4천억 달러 정도로 추정한다.
이처럼 상이한 추정치는 두 가지 모두 그 근거가 타당함은 물론이다. 중국의 GDP를 4조 달러 이상으로 추정하는 것은 구매력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즉 중국에서의 100달러는 일본에서의 100달러보다 훨씬 가치가 크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중국의 GDP를 겨우 1조 달러가 넘고 일본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추정하는 것 또한 정당한 근거가 있다. 중국 사람이 가진 100달러는 중국에서는 몰라도 국제 사회에서는 일본인이 가진 100달러와 하나도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CIA의 자료 역시 중국의 GDP를 구매력 기준으로 표시함으로써 중국이 미국의 절반 이상의 경제력을 가진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중국 국력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인 GDP의 규모에 대해서조차 우리는 어떤 자료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을지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국의 역사와 전통과 전략이 종합되어 나타나는 중국의 대외정책을 정확히 판단하기는 더욱 어렵다. 중국위협론은 과장된 것인가, 우려해야만 할 것인가?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강대국이 될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중국의 국력 변화가 아시아 특히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고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2. 중국의 의도에 대한 기존의 설명들
우리는 냉전시대 동안 중국을 오랑캐라 불렀다. 한국전쟁에 중국이 참전함으로써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잃게 했다는 분노심에서 중국을 침략적이고 공격적인 국가라고 생각했다. 중국을 침략자로 보는 견해는 1950년대 이후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견해이기도 했다. 중국은 한국전쟁에 개입함으로써 UN 및 국제사회에서 침략자로 낙인이 찍혔었다. 1972년 중국이 UN에 정식 가입하고, 대만을 대체하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됨으로써 ‘침략자’로서의 중국의 이미지는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
그 이후 미국의 많은 중국 연구자들은 중국을 보다 방어적인 외교 행태를 보이는 나라라고 분석하게 되었다. 미시간 대학의 알렌 화이팅(Allen S. Whiting) 교수를 필두로 미국에서의 중국 연구는 중국을 공격적, 침략자적 이미지로부터 국제체제에 적응하기 위한 방어적 외교정책을 택하는 국가라는 새로운 이미지로 인식하는 데 기여하였다. 중국이 한국전쟁에 개입한 이유도 중국의 침략적 속성 때문이라기보다는 중국이 자국의 국가안보를 위한 방어의 목적으로 마지못해 참전한 전쟁이라고 분석되었다. 미국의 힘이 쇠퇴하느냐에 관한 논쟁이 한참 벌어진 1980년대 말엽에도 미국의 패권적 지위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로 일본이 더 우선적으로 거론되었다. 많은 분석자들은 중국이 세계 패권국의 지위에 도전하는 적극적인 국가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1990년대 말엽에도 이 같은 생각은 지속되었다. 비록 성장하는 중국의 국력은 향후 국제체제를 불안전하게 만들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있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방어적인 국가’라는 1970년대 이후의 다수설적 견해(多數說的 見解)는 1990년대 후반까지도 다수설의 지위를 대체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역사학자 혹은 정치학자들이 냉전 종식이후 중국을 보다 더 폭 넓게 그리고 깊이 있게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중국을 방어적이기보다는 오히려 공격적이며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가진 나라로 보기 시작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출간된 미국의 각종 권위 있는 연구서들 중 상당수는 중국을 현실주의적 전략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로 분석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이안 존스톤(Ian Johnston)은 중국의 병서 『무경칠서』(武經七書)를 분석한 후 “중국 명나라의 대외정책은 중국의 병법서에 스며있는 공세적인 군사전략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 중국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펜실베니아 대학의 아서 월드론(Arthur Waldron) 교수는 그의 만리장성에 관한 연구 및 다른 저서들에서 중국의 대외전략이 공격적인 사상에 근거한 것임을 논하고 있다. 최근 첸지엔(Chen Jian) 교수는 한국전쟁 당시 중국은 스스로 공세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또 중국이 한국전쟁 당시 주저 했다기보다는 오히려 대단히 공세적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로스 테릴(Ross Terrill)은 『신중국제국』이라는 저서에서 중국은 역사적으로, 그리고 오늘날까지 ‘제국’이었다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논증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중국을 현실주의적 국제정치 관점에 능숙한 나라로 묘사하고 있다. 90년대 비학술적이며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집필된 「중국위협론」(번스타인, 문로의 다가오는 중국과의 전쟁, 팀퍼레이크 등의 부상하는 붉은 용)과는 달리 바로 위에서 인용한 저술들은 최고의 학문적 권위를 갖추고 있는 중국위협론이라는 점에서 특기할 만 하다.
중국의 힘이 부상할 경우 중국은 당연히 국제사회의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연구 결과들이다. 특히 로스 테릴의 저서는 중국을 전통적으로 제국주의적, 팽창주의적, 공격적 속성을 가진 나라라고 분석하며 중국의 제국주의적 전통은 오늘의 현대 중국에서도 그대로 남아 있다고 분석한다.
국제정치의 현실주의 이론의 대표적 학자인 존 미어세이머(John Mearsheimer) 교수 역시 중국의 국력 증강을 예사로이 볼 수 없다고 말하며 미국은 향후 중국의 도전에 대해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미어세이머 교수는 중국이 다른 나라보다 특별히 공격적이거나 팽창주의적이지는 않지만 모든 강대국은 궁극적인 안보를 위해 누구라도 패권적 지위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다. 미국에게 있어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은 위협이며, 동시에 패권적인 미국은 중국에게 위협인 것이다.
냉전이 한창인 무렵 브레진스키(Brzezinski) 교수는 소련이 공산주의를 포기하더라도, 혹은 미국이 공산 국가가 된다 해도 미국과 소련은 갈등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과 소련이 강대국인 한 그들은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제국(colliding empire)의 운명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Game Plan, 1986) 국제정치의 현실주의적 분석에 의하면 지금 러시아와 미국이 갈등 관계에서 벗어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러시아의 이데올로기가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러시아의 국력이 미국과 라이벌이 될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야 할 것이다.
국가(주로 강대국들)들로 하여금 갈등관계에 들어가게 하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 정치, 경제적 차이이기보다는 국가들은 궁극적인 안보를 위해 모두 ‘패권국’이 되려하기 때문이며 이 같은 안보를 위한 노력은 궁극적으로는 충돌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금보다 훨씬 막강해질 것이 확실하다면 중국과 미국의 충돌은 필연적인 것이다. 힘이 맞먹는 최고로 막강한 국가들이 오랜 기간 동안 사이좋게 지냈다는 사실은 현실의 인류 역사에서 나타난 바 없다.
3. 중국의 국력 증가가 한반도에 미치는 함의
한국의 전문가 중에도 중국의 위협론은 기우일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같은 관점에서 한국 학자들 중 일부는 중국과의 우호관계 수립이 중요함을 강조했고 김영삼 정부 시절 주중대사는 중국을 주축으로 하는 대외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무렵 한국 학자들 중에는 향후 미국과의 동맹보다는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을 통해 한국의 안정과 번영을 보장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더욱더 친중국적인 경향을 보인다. 반미주의에 대한 반사적 입장일 수도 있지만 한국인들은 적어도 중국의 동북공정 사건이 노골화되기 이전까지 중국에 대한 미묘한 친근감을 나타내었다. 중국이 마치 우리를 못살게 구는 미국을 ‘어떻게’ 해줄 수도 있는 나라처럼 생각한 것이다. 각 언론들은 중국의 부상, 중국의 국력을 마치 중국이 미국을 곧 앞지를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과연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이며 한국은 어떠한 대 중국 외교정책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인가?
필자는 중국의 국력 증가는 우리가 대단히 유념해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지금보다 훨씬 강해진 중국의 존재는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는 말이다.
4. 한국인들의 낭만적인 대 중국관
중국이 고구려를 한국 역사의 일부가 아니라 중국의 변방에 있었던, 중국의 한 나라라고 주장해서 말썽이 생기고 있다. 2004년 가을, 한국 정부는 중국 외교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나타난 한국 고대사 왜곡을 항의했고, 중국은 아예 1948년 한국 정부가 수립되기 이전의 한국 역사를 모두 삭제해 버리는 황당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한국 측의 항의에 응답했다. 1948년 한국 정부 수립 이전의 역사를 모조리 무시할 수도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고 국제정치에 대한 중국의 전통적인 관념과 중국인의 세계관을 살펴본다면 최근 한국에 대한 중국의 행동은 황당하기는커녕 전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중국은 강대국들의 전형적인 행동 패턴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며 최근 중국의 국제정치적 행태는 로마제국이 멸망한 이래 지난 1500년 동안 세계 전체에서 유일 초강대국의 지위를 독점했던 그들의 역사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지난 4월 총선 직후 새로 당선된 여당의 국회의원들 중 2/3 정도가 미국보다 중국이 더 중요한 나라이며 중국이 미국을 대신하여 우리의 맹방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 미국과의 동맹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해명성 설명이 있기는 했지만 상당수 한국인들이 미국을 미워하는 반면 중국에 대해 모종의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이런 생각은 이제 정치 엘리트들에게까지 파급되었다.
지구상 그 어느 나라보다 열악한 지정학적(Geopolitical) 환경 때문에 거의 영원히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 국가의 생존을 염려해야만 하는 우리나라는 주변 강대국 하나 하나의 국력과 그 나라들의 속성, 그리고 그 나라들의 국가전략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의 영토를 탐하는 강대국과 동맹을 맺으면 안 되고, 훨씬 더 막강한 나라를 잠재 적국으로 삼는 동맹관계에 빠져들어도 안 된다. 그런데 과연 지금 우리는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을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또한 호의적인 나라라고 생각하며, 심지어 앞으로 미국에 대항할 때 우리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요즘 상당수 한국 사람들이 미국을 미워하는 한편 중국을 짝사랑하고 있는 판인데 중국은 왜 우리를 그다지도 모욕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중국보다 열 배는 더 막강한 미국에게는 막 대들던 사람들이, 그리고 자주(自主)를 그토록 강조하는 사람들이 중국의 본질적인 한국 모독에 대해서는 왜 숨죽이고 있는 듯 보이는 것일까?
5. 중국, 북한핵 문제, 통일의 전망
2004년 봄 노무현 대통령 탄핵기간 중 대통령 권한 대행임무를 수행했던 고건 총리는 퇴임 후 북한 용천의 폭발 사고가 난 직후 중국이 북한 정권을 교체할 것 같은 마음에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의 본뜻은 만약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을 압도적으로 받는 정권으로 교체된다면 민족의 통일은 물 건너 가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리라.
필자는 북한의 핵 문제가 미국 주도 하에 해결된다면, 그래서 북한이 미국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게 된다면 그것은 시간은 걸릴지라도 궁극적으로 한국 주도의 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영토에 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중국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북한 핵 문제가 종식된다면 북한은 중국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티베트가 될 것이며 그 경우 통일 문제는 없던 일이 될지도 모른다. 혹시 한반도 전체가 중국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게 되는 경우 그것은 통일이기보다는 오히려 독립의 상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세계관이라는 맥락에서 볼 경우 그렇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한국사 왜곡은 중국의 전통적인 세계관의 정직한 반영이다. 중국이 서구적 국제정치 질서를 할 수 없이 받아들인 것은 19세기 중엽 이후 중국의 힘이 영국, 프랑스의 힘을 당할 수 없게 되었던 무렵부터이다. 중국은 이후 100년을 ‘치욕의 시대’로 간주하고 있었다. 이제 중국은 치욕을 되갚음 할 때가 다시 도래했다고 믿고 있다. 중국의 국력 증강은 중국인들의 전통적 대국주의(大國主義)와 유교적 세계관을 다시 표면으로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주은래가 고구려를 한국사의 일부라고 말했었다는 보도가 발표 된 바 있었다. 중국의 한국사 왜곡 논쟁 해결에 별 의미가 없는 말이다. 현재의 중국 정부와 주은래 시절의 중국 정부는 국제정치 서열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다르며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대외 행태(foreign behavior)가 달라지는 것이다. 수십 년 전 국민소득 100달러에도 못미쳤던 시대와 오늘날 우리나라의 외교 행태가 달라진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 역사를 왜곡하는 데에는 중국인들의 자국 국력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모종의 전략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6. 한국의 전략
노무현 정부에 자문을 많이 했던 학자 한 사람은 자신이 연사로 나왔던 강연회에서 “한미 동맹을 한중 동맹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청중의 질문에 대해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종식하면 중국은 한국을 나라 취급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의 대답을 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이론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대답이다. 한국을 중국이 그동안 그래도 대접한 것은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는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이들로부터 독립적이기 위해서는 스스로 이들과 맞먹는 힘을 가지든가 혹은 이들을 견제할 외세를 사용할 수 있든가 둘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가 힘을 이용할 외세는 결코 한국의 영토를 탐하는 강대국이 아니어야 한다. 한국의 영토를 탐하는 강대국과 동맹을 맺는다는 것은 그 강대국에게 영토를 내준다는 의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 4강 중 한반도의 영토 그 자체에 야심이 없는 것은 미국뿐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중국의 국력은 미국에 근접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마도 영원히 미국에 근접하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런데 현재 미국 국력의 1/10도 채 되지 못하는 중국에 경도되는 것은 우리의 외교정책으로는 현명한 것이 아니다.
최근 한국 정부가 주장했던 동북아 균형자론, 주한미군의 융통성 반대, 주적개념 삭제 등 일련의 외교 및 안보 정책은 중국의 힘을 너무 과다하게 평가하고 미국의 힘을 상대적으로 적게 평가한 국력평가의 오류에서 도출된 잘못된 정책이다. 중국 스스로 미국과 맞먹을 수 있는 나라가 되려면 2080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이미 일본은 미국과 완전한 동맹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21세기의 국제정치의 주역이 어디 있는지 일본 스스로 판단한 결과일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5년 5월 말 신사참배에 반대하는 중국의 요구를 일축하며 “현재 일본이 미국과 관계가 양호하기 때문에 중국이 그 정도의 요구에서 그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반도국가다. 그래서 해양, 대륙 양 세력 어디에도 붙을 수 있다. 과연 어떻게 하는 일이 우리에게 더 현명한 전략일까? 2005년의 시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별로 어렵지 않다.
한미동맹 강화, 해양세력화의 길이 보다 바람직하다. 적어도 향후 40∼50년 정도는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미국이 아직도 중국과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영토 그 자체에 관심(territorial interest)를 가지고 있는 강대국과 잘 지낸다는 것은 국가의 독립과 안전을 위해 위험한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문명이론가 기 소르망은 최근 미국에 관한 그의 저서의,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서문에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글을 쓰고 있다. 길게 인용하여 결론을 대신한다.
“두 나라(프랑스, 한국)에서 반미주의는 이성적이라기보다 감정적이다. 한국인들과 프랑스인들이 이성적으로 미국을 대한다면, 그들은 미국이 없는 세계가 어떠할 지에 대해 질문해 보아야 한다 …… 어쩌면 한국과 프랑스는 독립국이 아니라 …… 미국이라는 호의적인 제국보다 정중하지 못한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또 다른 제국주의에 종속될 가능성이 있다.”
(시대정신 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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