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어떻게 북한 무역통계를 왜곡하는가
By Aidan Foster-Carter
한국이 북한 경제에 대한 최근 통계치를 내놨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수치는 틀렸다. 북한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숨기고 있는 한국이 문제다.
슬픈 일이지만 한국이 발표하는 북한 무역 통계는 믿을 수 없다. 한국이 기만적인 겸손함으로 남북한 무역을 대외무역에서 제외시키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은 중국의 뒤를 이어 북한 대외무역에서 제2교역국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전에 햇볕정책이 실시되던 시절에는 곧 1위를 빼앗을 태세였다.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은 관행은 통계 수치를 심각하게 왜곡한다.
5월23일 코트라(KOTRA)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3년 북한 대외무역은 전년 대비 7.8% 증가한 73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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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수치는 84억9,000만 달러이고, 그중 11억5,000만 달러는 한국과의 교역액이다. 사실 총 교역액은 2012년 수치였던 87억8,000만 달러보다 3.3% 낮아졌다. 2012년 총 교역액에서 남북한 교역이 차지하는 액수는 19억7,0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였다. 2013년에는 한국이 유일하게 허용하는 북한과의 교역 통로 개성공단이 5개월 동안 폐쇄돼 남북 교역액이 급감한 것이다.
개성공단 운영이 재개되면서 남북한 무역이 다시 늘고 있다. 2014년 북한 대외무역 수치는 2012년 수치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남북한 교역액을 제외하는 것은 정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의 실제 경제수치는 흔히 접할 수 없다. 북한은 초기의 눈부신 성장이 느려지기 시작하던 1960년대에 정기적인 통계 발표를 중단했다. (지금 보면 놀랍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남북한 중 더 부유한 쪽은 북한이었다.) 요즘은 재무장관의 예산안 연설에서조차 구체적 숫자가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수치에 목마른 상황에서 무역통계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북한은 무역통계에 관해서도 침묵을 지킨다. 하지만 무역에는 언제나 두 나라가 존재한다. 북한의 교역국들은 정상적인 국가로서 자국 무역에 관한 데이터를 공개한다. 따라서 수고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의 무역 통계를 샅샅이 조사해 북한과 관련있는 부분을 골라내는 것이 가능하다.
북쪽을 보려면 남쪽을 읽어라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일부 국가들은 남북한 통계를 섞어버린다. 수치가 갑자기 올라갔다면 조심해야 한다. 1990년대 베이징에 주재했던 멕시코 대사는 멕시코와 북한의 교역액이 급증한 것처럼 보인 것이 사실 분류를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내게 말했다. 멕시코 세관 관계자들이 한국과 교역한 것을 북한과 한 것으로 잘못 체크해 온 것이다.
오류는 질병처럼 전염성이 있다. 정치리스크 컨설팅 회사 ‘유라시아 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은 트위터에 통계 올리기를 좋아한다. 그는 4월27일 북한의 5대 수출입 파트너에 대한 트윗을 올렸다. 한국은 거론되지 않았다. 한국의 대북 수입액은 6억1,700만 달러, 수출액은 5억3,200만 달러로 수출입 두 부분에서 모두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대북 수출입액이 각각 30억 달러가 넘는 중국보다는 한참 뒤쳐지지만 러시아나 기타 국가들보다는 훨씬 앞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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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런 식으로 사실을 호도해선 안 된다. 이들은 왜 그렇게 해온 것일까? 정치적 이유다. 한국의 모든 정권은 아직도 스스로가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라고 주장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남북한 무역은 특수한 경우이므로 대외무역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껍데기만 그럴 듯하다. 경제 통계는 중립적이며 표준을 따르는 도구여야 한다. 정치적으로 행동하고 숫자로 장난을 칠 부분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국은 대체로 통계의 질과 신빙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째서 어렵게 얻은 명성을 스스로 위험에 빠뜨리는가?
중국이 낫다
한국은 중국을 본받아야 한다. 중국은 국토 분단 문제에 대해 남북한보다 오히려 더 민감하다. 상황이 더 복잡하기도 하다. 중국은 대만과 갈등 상황일 뿐만 아니라 홍콩, 마카오도 별도의 중국 영토로 두고 있다. 홍콩, 마카오는 몇 가지 이유(특히 경제적 이유)로 인해 별도의 관할 지역으로 취급한다.
중국이 한국처럼 삐딱하게 나왔다면 대만, 홍콩, 마카오를 모두 대외무역에서 제외시켜 혼란이 일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좀더 분별이 있다. 중국 세관 통계에는 홍콩, 마카오, 그리고 “중국 대만성”이 다른 국가들과 함께 알파벳순으로 나열돼 있다. 중국은 이렇게 하는 것이 자국의 명예나 외교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한국이 이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몇 주 뒤 한국은행은 지난 해 북한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예상치를 발표한다. 북한 GDP에도 복잡한 문제가 많지만 여기서는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봤을 때 한국은행도 북한의 대외무역과 남북한 무역을 별도로 포함시킬 것이다. 이번에는 한국은행이 두 수치를 합쳐서 북한의 전체적인 무역 수치와 동향을 우리에게 제대로 보여준다면 좋지 않을까?
G20 국가 중 하나인 한국은 숫자로 정치적 놀음을 할 만큼 어리석지 않을 것이다. 이런 관행은 오류와 혼란을 만들어낼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정책 표어는 신뢰정치(Trustpolitik)다. 한국 정부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신뢰통계(Truststatistik)를 보여줄 순 없는가?
에이단 포스터-카터는 영국 리즈대학교 사회학・현대한국학 명예 선임연구원으로서 남북한 관련 자유기고가 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30년(1983-2012) 동안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컨트리 리포트’에 북한 관련 글을 썼다. 위 글에서 분노가 느껴졌다면 그건 아마 포스터-카터가 그 오랜 세월 동안 한국 정부가 발표하는 혼란스러운 수치를 다시 계산해야 했고, 한국은행, 코트라 등에 이런 관행을 바꿔달라고 간청해 왔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Picture Korea: Protest and Deadly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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