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현대그룹 뒤통수 친 ‘김정은 비즈니스’ 원산-금강산 80억 달러 개발 총계획 전모
“관광객 똥 · 오줌 처리가 시급합네다” -3월 20일 중국 투자설명회에서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신동아 2015년 5월호
● 3월 중국 투자설명회 완료, 5월 금강산 ‘팸 투어’
● 관광객 100만 목표… “공화국의 확고한 의지”
● 현대아산 마스터플랜 베껴 개발案 만들어
● 마식령, 통천공항, 석왕사…6곳 동시다발 개발
● 당, 내각 외자 유치 혈안…“잘 안될 것”
북한이 현대그룹의 뒤통수를 치고 금강산-원산 일대 독자 개발에 나섰다. 외자 유치를 통해 국제관광지대를 조성해 관광객 1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3월 중국에서 투자설명회를 열었고, 5월에는 투자자를 상대로 금강산에서 팸 투어(Familiarization Tour)를 진행한다.
북한 대외경제성 산하 원산지구총회사가 3월 20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원산-금강산 계발계획 설명회’를 개최했다. 중국 북사달그룹이 주최했고, 일본 환일본해경제연구소가 후원했다. 북사달은 ‘북방사통팔달’을 의미한다. 주최 측이 지정한 일본, 중국 매체에만 취재가 허용됐다.
중국, 일본 경제인·학계 인사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오응길 원산지구개발총회사 총사장은 설명회에서 원산-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이 북한의 국책사업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공화국 정부의 확고한 의지” “금년 대외경제 분야에서의 중요한 임무”라고 표현했다. 해당 지역의 관광자원, 잠재력 홍보는 상세했다.
5월 금강산서 현지 설명회
원산-금강산 개발은 북한 당국이 올해부터 총력으로 추진하는 ‘김정은 비즈니스’다. 원산·통천·금강산 일대에 관광벨트를 구축해 연 100만 명 수준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게 ‘원산-금강산 관광지구 개발 총계획’의 골자. 금강산 일대는 2052년까지 현대그룹이 관광 사업 독점권을 가진 곳이다.
투자설명회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원산지구총회사가 개발계획과 법률환경을 각각 30분씩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1시간 했다. 일문일답 중 일부를 소개한다.
▼ 관광객 수는 얼마나 예상하나.
“단기적으로 2017년 30만~40만 명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11월 시작됐다. 2002년 8만7414명, 2005년 30만1822명, 2006년 23만8497명, 2007년 34만8263명이 방문했다. 관광 중단 직전인 2007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게 1차 목표인 셈.
▼ 타깃은?
“금강산까지 비행거리 3시간 이내에 인구 100만 명 넘는 도시가 40개가 넘는다.”
▼ 비자 문제는?
“무비자 지역으로 하는 것을 검토한다.”
▼ 시급한 것은 뭔가.
“오·폐수 처리시설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일부 참석자가 실소(失笑)했다. 철도, 도로 등 관광 인프라를 언급하리라고 예상했는데, 관광객 똥·오줌 처리가 시급하다고 답해서다. 원산에 오·폐수를 정화하는 신정처리장이 있는데, 처리 능력을 늘려야 관광객 수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사달그룹은 한국의 J엔지니어링에 오·폐수 관련 기술 제휴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설명회에서 “5월 원산-금강산을 사전 답사하는 행사를 개최한다”고 소개하면서 “금강산 현지에서 투자설명회도 연다”고 밝혔다. 중국 선양에서 출발하는 전세기를 이용해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유럽 사업가 100여 명을 초청해 사전 답사 형식으로 개발 예정 지역을 소개한다는 것.
신동아는 북측이 올해 작성한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 계획’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의 법률적 환경’ 문건과 지난해 작성한 ‘금강산 1단계 개발 총계획’ ‘투자 개발 설명’ 등 6개 문건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이 문건들에는 ‘김정은 비즈니스’로 추진하는 원산-금강산 관광지대 개발의 구체 계획이 담겨 있다.
개발비용 8조5000억 예상
북한 당국은 원산-금강산 개발을 위해 도로, 철도를 보수·신설하려고 한다. ‘금강산 1단계 개발 총계획’ 문건은 “강원 통천군에 하루 3000~4000명을 수용하는 국제공항을 짓는다” “원산-금강산을 잇는 90㎞를 74개의 교량과 도로 및 9개 기차 터널로 직선화한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원산 및 금강산 개발에 78억 달러(8조5000억 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투자금은 외자 유치를 통해 조달한다.
오응길 총사장이 말한 대로 원산-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은 “국가 단위에서 밀어붙이는” 사업이다. 지난해 4월 30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원산-금강산 관광지구 총계획을 비준(정령 제18호)했고, 6월 11일에는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구를 창설(정령 제48호)했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 계획’ 문건에 따르면 △각종 휴양 문화 시설과 생태 환경이 조화된 세계적 관광지구 △생태 환경이 절대적으로 보존된 역사 유적 관광지구 △국제적 휴양 및 치료 관광지구로 개발한다. 공항, 항만, 철도, 도로, 전력 등 기반시설과 골프장, 카지노 등 위락시설을 짓는 데 필요한 자금 조달에 사업의 성패가 달렸다. 평양이 외자 유치에 소매를 걷어붙인 까닭이다.
북측은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외자를 유치할 수 있을까. 또한 독점 계약을 맺은 현대그룹을 배제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까. 현대그룹 측은 4월 10일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북측과 맺은 모든 합의는 어느 일방의 결정으로 취소되거나 효력이 상실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11월 시작됐다. 사실상 현대그룹 작품이다. 정주영-정몽헌-현정은으로 이어졌다. 현정은 회장은 “목숨과 맞바꾼 큰 뜻이기에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한다(상자기사 참조).
주한 미국대사관이 2009년 8월 28일 본국에 보고한 비밀 전문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위키리크스(www.wikileaks.org)가 2011년 9월 2일 폭로한 이 문건은 캐슬린 스티븐스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2009년 8월 25일 현정은 회장을 만나 얻은 정보를 보고한 것이다.
김정일은 그해 8월 16일 현정은 회장을 만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사망했지만 나는 살아 있다”며 “남북관계가 어려움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상호불신”이라고 주장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두 고인(故人)을 거론하면서 김정일은 ‘의리’라는 낱말을 썼다. 비밀 전문에는 ‘EUI RI, RIGHTEOUSNESS AND LOYALTY’라고 적혀 있다.
현정은 회장은 스티븐스 대사에게 “금강산 관광사업을 재개하려 방북했는데, 북한보다 한국에 걸림돌이 더 많다”고 불평(complained)하면서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북측과 합의한 5개 항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탄식(lamented)했다.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건 직후 중단된 사업은 지금껏 재개되지 않았다. 2008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의 관광 매출 손실액이 9725억 원에 달한다고 현대아산은 4월 9일 밝혔다.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손실액이 1조3000억 원쯤 된다고 한다.
현대그룹이 주도적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움직인 것은 현정은-김정일 면담이 이뤄진 2009년 8월이 마지막이다. 현정은 회장은 2009년 8월 10~17일 평양 방문 때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재개 및 비로봉 관광 개시, 금강산 관광 편의와 안전 보장 △육로통행 및 체류 관련 제한 해제 △개성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활성화 △백두산 관광 개시 △추석 때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당시 청와대는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을 만나 임의로 합의한 것을 불쾌하게 여겼다. 5개항 합의는 현정은 회장이 스티븐스 대사에게 탄식한 대로 결국 휴지 조각이 됐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희망과 고민
안팎 녹록지 않아…“열려라 금강산”
“당신(정몽헌 회장)의 목숨과 맞바꾼 큰 뜻이기에 끝까지 지켜나갈 것입니다.”
현정은 회장은 2005년 9월 12일 현대그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북측이 현대의 독점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다.
현 회장은 북한이 2011년 현대와의 독점 계약을 파기한 후에도 정도(正道)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한다. 그는 “단 한 명의 관광객이라도 있는 한 금강산 관광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현대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각종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현대아산의 슬로건 “열려라 금강산”을 외치는 등 관광을 재개하고자 노력한다.
현 회장은 1월 26일 환갑을 맞았다. 경영 일선에 나선 지 12년이 됐다. 안팎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금강산·개성 관광을 비롯한 핵심 대북사업이 중단됐으며 현대상선의 부진 탓에 유동성 위기를 겪어 현대증권 매각이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도 정주영-정몽헌-현정은으로 이어진 대북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
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활성화, 북한 철도 현대화 등 남북 경협에 대한 희망의 바람이 일어난다”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만들어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우리 그룹이 만들어가고 있음을 잊지 말고 남북경제협력의 선구자적 면모를 가져 달라”고 말했다.
합의 2개월 내 관광 재개
현대그룹 관계자는 “한국 정부와 북한 당국이 큰 틀에서 합의해야 대북사업이 재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은 당국 간 관광 재개 합의 즉시 인력 구성, 시설 개·보수, 관광객 모집 등 필수적인 준비에 나서 2개월 내 관광을 재개하려고 한다. 지난해 2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것에서 미뤄볼 수 있듯 관광 시설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북한이 외자를 유치해 독자 개발에 나서면 현대의 처지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관광 중단 이후에도 북측과 계속 소통하고 있으며 신뢰 관계가 잘 유지되고 있다”면서 “관광 중단이 7년 가까이 장기화한 비정상적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측이 중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과 계약을 맺고 금강산 관광 사업을 시작하면 현대아산은 남측 지역을 통한 관광만 맡아 진행하게 될 수도 있다. 금강산 사업 독점권의 일부를 빼앗기는 것이다. 독점 개발권자 지위가 없어지는 것은 큰 손실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향후 관광 재개 협의 과정에서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발전적 방향에서 관광 방식, 상호 역할 등 합리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리’ 강조하던 北, 뒤통수 치다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을 면담하기 14일 전(8월 4일) 금강산에서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부위원장과 면담했을 때 리종혁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현정은 회장 선생과 현대의 여러분이 정주영 선생, 정몽헌 선생의 뜻을 이어서 통일애국의 길로 꿋꿋이 나가고 있는 데 대해 높이 평가합니다. 장군님께서는 지금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주영 선생과 정몽헌 선생을 잊지 않으시고 잘 기억해보라고 하십니다. 현대그룹과 아태의 관계는 그 무슨 그룹과의 관계라기보다도 현대 가문과의 관계 아닙니까?”(신동아 2009년 12월호, ‘<단독보도> 현정은-리종혁·원동연 면담록으로 본 남북관계 막전막후. 北, 현대아산 직원 석방 대가로 300만 달러 요구했다’ 제하 기사 참조)
북한은 정주영·정몽헌 회장에 대한 수사(修辭)와 달리 현대그룹과의 계약과 합의를 2011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해 4월 8일 아태는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 효력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금강산 내 남측 자산은 동결 · 몰수됐다.
“의리”(김정일) “가문과의 관계”(리종혁)”를 내다버리고 금강산-원산에서 북한은 뭘 하려는 것일까. 올해 1월 1일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노동당의 확고한 의지”
“대외경제 관계를 다각적으로 발전시키며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비롯한 경제개발구 개발사업을 적극 밀고 나가야 합니다.”
북한에서 신년사는 학습의 대상이다. “신년사 학습도 전투”(노동신문)다. 원산-금강산 관광지대 개발이 신년사를 통해 완수해야 할 당면 과제가 된 것이다. ‘원산-금강산 관광지대 개발 계획’ 문건은 이렇게 서술한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세계적인 관광명승지로 꾸리는 것은 조선노동당과 공화국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원산-금강산 지구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꾸릴 데 대하여 여러 차례 가르쳐주시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을 적극 밀고 나갈 데 대하여 강조하시였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모되는 원산지구와 조선의 명산 금강산을 비롯한 동해 명승지에 대한 국제적인 관광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국가적 조치에 따라 2014년 6월 11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48호로 온 세상에 선포되었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가 선포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그에 대한 세계 여러 나라 관광객들의 관심, 그 개발에 참가하려는 투자가들의 열의가 날을 따라 높아지고 있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볼 때도 진귀한 관광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고 경제 토대도 잘 갖추어진 발전 전망이 큰 지대다.”
원산-금강산 일대는 북한에서 ‘조선의 진주’로 불린다. 김정은의 치적이라고 선전하는 마식령스키장을 비롯한 관광지가 밀집해 있다. ‘원산-금강산 관광지대 개발 계획’ 문건은 원산, 마식령, 울림폭포, 석왕사, 통천, 금강산 6개 지구로 나눠 개발한다고 밝힌다. 이 계획은 현대아산이 작성한 금강산 개발 마스터플랜을 상당 부분 베낀 것이다(상자기사 참조).
3월 20일 투자설명회 현장으로 되돌아가보자.
원산지구개발총회사는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현 시기 경제개발구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을 현 시기 나라의 대외경제 관계 발전에서 제1차적인 대상으로 내세우고 적극 밀고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원산지구개발총회사는 또 군사 시설인 원산 갈마공항 대신 통천에 공항을 새로 짓는다고 밝혔다. 원산과 각 관광지를 연결하는 도로망 보수·확장공사, 평양-원산 고속철도 신설, 원산항-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여객항로 신설도 거론했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 지대 개발 총계획
현대아산 마스터플랜 가져다 썼다
북한이 내놓은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 총계획’은 북한과 현대아산이 2006년 합의한 금강산 종합 개발안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현대아산의 마스터플랜을 북한이 가져다 쓴 것이다.
북한은 원산, 마식령스키장, 울림폭포, 석왕사, 통천, 금강산 6개 지구로 나눠 국제관광 지구를 개발할 계획이다. 총 면적은 430㎢. 원산시, 법동군, 안변군, 통천군, 고성군, 금강군이 포함돼 있다.
금강산 개발 관련 문건에서 북한 당국이 서술한 표현 그대로 지역별 개발 계획을 요약해 소개한다. 띄어쓰기 등 일부는 한국식으로 바꿨다.
원산 원산시는 강원도의 소재지이며, 항구문화도시다. 현재 시내 중심부에는 송도원 해수욕장과 송도원 국제소년단야영소, 조선식공원과 유원지, 동물원, 식물원, 장덕도 유원지 등 관광문화 휴식터와 송도원려관, 동명려관을 비롯한 관광숙박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원산시 도시 중심부 개발 내용은 도시중심축 건설, 살림집지구 건설, 산업지구 건설, 녹지 조성 및 관광시설 건설, 숙박시설 현대화로 되어 있다. 수영관, 수족관, 곱등어(돌고래) 교예장, 건강중심, 문화오락휴식장, 식당 등 관광시설을 해안가를 따라 도시 중심부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며 송도원 해수욕장에 봉사시설을 더 증설하는 것이다. 산업지구는 시내와 해안가에 무질서하게 배치되어 있는 산업기업소들을 철거 이설하거나 부문별로 통합정리하며 갈마천을 따라 형성하는 산업지구에 관광지 운영에 필요한 산업을 위주로 건설할 것이다.
마식령 마식령스키장 지구는 원산시 서북쪽의 강원도 법동군에 위치한다. 마식령스키장 지구에는 2013년 개장된 2200여 ha의 면적에 총 연장 길이가 49.6㎞인 10여 개의 스키주로와 야외 스케이트장을 갖춘 종합적인 스키장 지구와 특색 있게 잘 꾸려진 300여 석의 마식령호텔이 있다.
울림폭포 강원도 천내군과 문천시의 경계에 위치한 울림폭포 지구에는 1000여 ha에 달하는 면적에 75m의 높이를 가진 울림폭포, 구슬폭포, 비단폭포와 여러 개의 담소들로 이루어진 관광명소들이 있다. 마식령스키장 지구와 울림폭포 지구에서는 이미 꾸려진 봉사시설들을 잘 운영하면서 숙박, 운동, 급양시설들을 수요에 맞게 보충 확대할 것이다.
석왕사 석왕사 지구는 원산시 남서쪽의 강원도 고산군에 위치한다. 석왕사 지구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역사 유적들과 등산길, 여러 개의 약수터와 치료 및 관광지가 꾸려져 있다. 석왕사 지구에는 석왕사로부터 보문암 앞까지의 등산길을 새로 개척하고 현재 있는 숙박시설과 주변 관광요소들을 개건 현대화하는 것이다.
통천 통천 지구는 강원도 통천군의 해안가 지역으로 구성돼 있다. 통천 지구는 예로부터 아름다운 경치로 자랑 높은 총석정과 풍치 수려한 자연호수인 동정호, 시중호가 있으며 바닷가에는 시중호해수욕장이 있다. 특히 신경통과 소·대장염 치료에 특효가 있는 감탕자원이 있으며 현재 관광숙박시설과 치료장, 상점, 식당 등 봉사시설들이 갖추어져 있다.
통천 지구 개발에서는 시중호 구역에 건강 및 치료기지, 호텔과 요양 시설을 개건 및 신설하고 건강시설, 운동시설을 갖춘 관광지로 꾸리는 것과 함께 동정호 구역에 숙박시설과 관광 및 봉사시설을 꾸리며 총석정 구역에는 자연공원 가까운 곳에 해수욕장, 배놀이장, 여객부두를 비롯한 관광보장시설을 건설할 것이다.
금강산 금강산 지구는 강원도 고성군과 금강군 지역에 위치한다. 금강산은 그 기묘함과 웅장함, 아름다움에 있어서 세계에 널리 알려진 명산이며 여기에는 천연기념물, 역사유적, 자연보호구들과 해수욕장, 금강산온천이 있다. 금강산지구개발은 여러 가지 관광시설들을 더 늘리고 숙박능력을 1만 석 이상으로 신설 확장하며 여러 자연공원들과 민속거리, 민족무도장, 수족관, 각종 오락시설을 더 건설할 것이다. 금강산 탐승 노정에 따르는 시설물을 보강하고 더욱 현대화하며 삭도를 비롯한 여러 가지 편리한 탐승시설들을 갖추어나가며 목란관, 단풍관 등 현존 상업봉사시설들을 개건·현대화해 봉사 능력을 높인다.
설명회에는 중국 기업 6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사달그룹이 초청한 회사라고 한다. 북사달그룹은 2013년 12월 숙청된 장성택(김정은 고모부)과 가까웠다고 한다. 장성택 처형 후 북측과 소원하다 원산-금강산 개발과 관련해 북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관계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명회 자료는 중국어로 작성된 것만 배포됐다. 설명은 한국어로 했으며 중국어로 통역됐다. 중국어로 작성한 PPT 문서에는 원산지구개발총회사 전화번호(00850-2-381-XXXX)와 e메일 주소(wsinXXXX@satr-co.net.kp)가 적혔다. 오응길 총사장은 “국가가 원산지구개발총회사에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과 관련해 총적인 권한을 부여했다”면서 “세계 각국의 능력 있는 투자가가 개발에 참여하는 것을 열렬히 환영한다. 적극 협조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 특혜와 관련해서는 업종별로 1~4년간 기업소득세를 면제하고, 기반시설 투자자에게는 10년간 토지사용료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한 중국 측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김정은이 밀어붙이는 국책사업이다 보니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형식적으로 투자설명회를 연 느낌이 들었다. 북사달그룹 회장에게 원산-금강산에 투자할 계획이냐고 물었더니 간단치 않은 일이라고 답하더라. 중국 기업들이 북한에 하도 데어 직접 투자를 망설인다. 에이전트 구실을 하면서 이권을 가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설명회에서 관광객 수요처를 묻는 질문에 북측 인사들은 남측의 ‘남’자도 꺼내지 않았다. 남북관계(북한식 표현으로 북남관계)라는 표현만 두 차례 나왔다. 또 다른 인사는 “한국 참여 없이 외자 유치가 되겠나? 김정은이 안 되는 일을 도모한다”고 평가했다.
투자 설명회에서 북측은 외국인 투자자 편의와 관련해 “특혜를 제공하도록 법적으로 담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의 법률적 환경’ 문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는 특수경제 지대로서 특별히 제정한 법규에 따라 투자가에게 부여된 권리, 투자재산과 합법적인 소득은 법적 보호를 받는다. 국가는 투자가들의 재산을 국유화하거나 거두어들이지 않으며 부득이하게 그것을 거두어들이거나 일시적으로 이용할 경우에는 투자가에게 사전 통지를 하고 그 가치를 제때에 충분히 보상해주도록 하고 있다.”
‘녹색산업’ 표현도
“다른 나라의 법인, 개인과 경제조직, 해외동포는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에 투자해 기업, 지사, 사무소 같은 것을 설립하고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토지이용, 노력채용, 세금납부 같은 분야에서 특혜적인 경제활동 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다.”
“장려 부문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토지 위치의 선택에서 우선권을 주며 일정 기간 토지 사용료를 면제해준다. 또한 10년 이상 운영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소득세를 감면해주며 이윤을 재투자하는 경우에는 재투자분에 해당한 기업소득세를 감면해준다.”
문건은 투자자의 지적재산권 보호 및 외화 반입·반출의 자유, 근로자 해고 권한도 명시했다.
“투자가는 외화를 자유롭게 반출입할 수 있고 이윤과 기타 소득, 재산을 지대 밖으로 내갈 수 있다. 기업은 필요한 노력을 우리나라의 해당 기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와 보장받은 노력이 자기의 실정에 맞지 않을 경우 채용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 해당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노력을 기업에서 내보낼 수 있는 권리 등 많은 권리를 보장받는다. 투자자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한다.”
투자자의 토지 이용 기간은 최장 50년이며, 토지이용권을 양도하거나 임대할 수도 있다. 특혜 등만 봐서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일 수도 있다. 북측은 금강산 일대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소구력이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계발계획’ 문건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맑은 아침의 나라, 삼천리금수강산으로 불리는 공화국에서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관광자원들에 토대해 해양미와 산악미, 호수미, 도시미를 종합적으로 갖춘 관광지구 개발의 본보기를 창조하는 훌륭한 거점이 될 것이며 개발에 참가하는 세계 여러 나라 투자가에게 만족스러운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게 될 것이다.”
‘투자개발 설명문’은 “기묘한 산과 옥계수, 깨끗한 바다와 호수, 다양한 생물상의 우아하고 아름다움의 종합 결정체를 이루고 있는 천하절승지대로라는 데로부터 자연·생태 관광을 기본으로 하는 세계적 휴양 관광지로 꾸릴 수 있다”면서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푸근한 것이 특징이며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려 스키 활동에 매우 유리하다”고 밝힌다. 이 문건에는 “녹색산업 창설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라는 생뚱맞은 표현도 덧붙여져 있다.
“한국 투자 · 관광객 없으면 불가능”
북한 당국은 노동당은 물론 외무성, 대외경제성 등 부처를 가리지 않고 금강산 개발 관련 외자 유치에 혈안이다. 외무성 경제국 신규삼 부국장을 대표로 한 북한 대표단이 3월 27일 금강산 개발 투자 유치를 위해 랴오닝성 단둥(丹東)을 방문해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인사를 비롯한 중국 경제인들을 만났다. CCPIT 단둥시위원회는 금강산 팸 투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3월 22일 “러시아 정부가 5월 북한에서 열리는 국제관광지대 투자설명회에 참가할 러시아 기업을 직접 모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금강산 개발에 필요한 외자를 유치할 수 있을까. 현대그룹 측은 북한의 시도가 성공할 소지에 대해 “현 시점에서 우리가 평가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신동아’가 입수한 문건 등을 검토한 북한 개발 전문가들의 견해는 회의적이다. 북측 계획의 아킬레스건은 관광객 최대 수요처가 한국이라는 점이다. 다음은 한 전문가와의 일문일답.
▼ 현대아산을 배제하고 독자 개발이 가능하다고 보나.
“잘될 리가 없다.”
▼ 중국, 러시아 등에서 자본을 유치하려는 듯하다.
“한국으로부터의 투자, 한국인 관광객이 없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중국인에게 금강산은 매력이 별로 없다. 원산에 카지노를 세운다면 모를까. 한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잘 안 된다는 사실을 북한도 잘 알 것이다. 투자나 수요가 한국에서 나와야 성공할 수 있다. 현대아산이 독점권을 갖고 있기도 하다.”
▼ 북사달그룹은?
“자본이나 추진력을 갖춘 곳 같지 않다.”
▼ 원산 관광은?
“시내 투어를 포함한 원산 관광은 매력이 있다. 울타리를 둘러 진행한 금강산 관광과 비교할 때 잠재력이 있다. 현대아산의 마스터플랜도 원산으로 관광지구를 확장하는 것이었다. 김포에서 비행기를 타고 원산에 들어가는 형태는 호소력이 있다. 일본도 만경봉호가 출입하던 원산에 관심이 있을 것이다.”
▼ 김정은 정권이 외화벌이와 관련해 마식령 스키장 건설 등 관광산업에 집중한다.
“자본이 없는 상황에서 돈 없이 할 게 관광밖에 없다. 북한 처지에서 단기적으로 돈벌이하기에 가장 무난한 게 관광이다.”
▼ 궁여지책?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관광, 지하자원 수출 외엔 할 게 없다.”
▼ 공개된 사진대로라면 마식령스키장은 잘 지었더라.
“남측, 해외 관광객이 방문해야 의미가 있다. 북한 내부 수요가 얼마나 되겠나.”
또 다른 관계자는 “똥·오줌 처리 시설이 시급하다는 발언에 현실이 담겨 있다”면서 “한국으로부터의 투자와 한국인 관광객 없이 계획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北 엘리트에게만 좋은 일?
금강산 관광 재개는 민감한 문제다. 워싱턴도 개성공단과는 결이 다른 형태로 비판적이다. 경제학 다수설은 독재국가에 대한 현금 원조 효용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개발 지원과 달리 정치체제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고, 경제발전이나 제도 변화를 이끌기보다 엘리트 집단의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것. 금강산 관광은 현금 원조 성격이 짙다. 정몽헌 회장은 2003년 2월 “2000년 8월 개성공단 개발 등 7대 사업 독점권 대가로 북측에 5억 달러를 송금했다”고 밝혔다. 5억 달러는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의 대가이기도 하다.
북한 노동당 간부 출신으로 미사일 분야에서 일하다 탈북한 L씨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북한 군수산업은 붕괴 직전이었다. 군수 공장이 다 죽었더랬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지원받은 돈으로 살아났다. 한국이 돕지 않았으면 북한이 그때 붕괴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은 갈라진 민족의 화해, 협력을 상징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관여론자는 교류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는 게 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여긴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도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조치(천안함 폭침 후 개성공단을 제외한 경제협력을 중단한 것) 해제를 주장하는 이가 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은 분단 반세기 반목과 갈등으로 점철된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길로 이끈 첫걸음”이라면서 “지난 시기 남북 긴장을 완화하는 완충지대로서 평화 분위기 조성에 크게 기여한 만큼 향후 통일 기반 조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양이 남북관계에서 가장 원하는 사안이 5 · 24조치 해제 및 금강산 관광 재개다. 역으로 말하면 두 사안이 남북협상에서 한국이 가진 레버리지(지렛대)다.
“통준위, 경원선 연결 추진”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2월 중순 경원선 복원 공사를 연내 시작해 2017년 말 완공한다는 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남쪽 구간을 잇고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북쪽 구간도 연결한다는 것이다. 경원선은 서울 용산역에서 북한 원산까지 이어진다. 경원선은 나진-하산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로 이어진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북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에 딱 맞는 사업이 경원선 복원이다. 현 정부 임기 중에 할 수 있다. 추가령구조곡을 따라 철도, 도로를 복원하는 것이다. 경의선 동해선은 이른바 좌파 정부에서 이었다. 통일준비위원회가 경원선 복원 계획을 다듬고 있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면 상호주의 관점에서 얻어낼 것을 얻어내야 한다. 경원선 복원 및 연결도 포함돼야 한다. 도로, 철도 연결은 통일 기반 조성 사업이다. 북한 군부가 경원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마뜩잖게 여기는 것으로 안다. 북한이 금강산 일대에 외자를 유치하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 될 것이다. 북측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비무장지대 세계평화 공원 등도 얻어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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