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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日작가 미시마 유키오 작품 표절의혹”

이강기 2015. 10. 20. 09:12

“신경숙, 日작가 미시마 유키오 작품 표절의혹”

박훈상기자

 

동아일보

 

입력 2015-06-17 03:00:00 수정 2015-06-1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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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응준씨 주장, 논란 재점화… “단편 ‘전설’ 한 문단, ‘우국’과 비슷”
‘딸기밭’ 등도 베끼기 시비 휘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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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신경숙 씨(52)가 일본 탐미주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1925∼1970)의 소설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설가 이응준 씨(45)는 16일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란 글을 올리고, 신 씨가 1996년 발표한 단편 ‘전설’이 미시마의 ‘우국(憂國)’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소설 ‘금각사’를 쓴 미시마는 1970년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주장하며 할복자살했다.

1990년 시인으로, 1994년 소설가로 등단한 이 씨는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 ‘내 연애의 모든 것’ 등을 발표한 중견 작가여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 씨는 이 글에서 표절이 의심되는 부분을 인용해 나란히 올려 두었다. 각각 4개와 7개 문장으로 이뤄진 해당 부분은 같은 글이나 다름없이 비슷하다는 게 이 씨의 주장이다. 김후란 시인이 번역한 ‘우국’(1983년)은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라고 돼 있다.

신경숙의 ‘전설’은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고 표현돼 있다.

 
이 씨는 해당 글에서 “‘다른 소설가’의 저작권이 엄연한 ‘소설의 육체’를 그대로 ‘제 소설’에 ‘오려붙인 다음 슬쩍 어설픈 무늬를 그려 넣어 위장하는’, (중략) 순수문학 프로작가로서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명백한 ‘작품 절도행위-표절’”이라며 “의식적으로 도용(盜用)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튀어나올 수 없는 문학적 유전공학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단에서 10여 년 전부터 제기됐던 신 씨의 ‘우국’ 표절 의혹을 공개적인 공간에 기록하기 위해 글을 썼다”며 “신 씨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지만, 표절에는 공소시효가 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금까지 보도됐던 신 씨의 표절 논란에 대한 언론 보도도 정리해 올렸다. 신 씨는 1999년 당시 소설 ‘딸기밭’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작별인사’가 국내외 작가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이 씨의 표절 주장에 대해 출판계의 의견은 엇갈렸다.

 
한 문학평론가는 “표절 의혹을 받는 부분이 소설 전체에서 얼마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해당 대목의 문장들이 흡사한 정도를 볼 때 표절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신 씨의 소설을 출간했던 한 출판사 관계자는 “해당 대목이 아니라 전체 소설을 읽어보면 전혀 다른 소설이기에 표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씨의 주장과 관련해 여러 차례 신 씨와 측근에게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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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조영일, 신경숙 해명에 “우주가 도와줬나?” 비판

 

동아닷컴

 

입력 2015-06-18 11:51:00 수정 2015-06-18 13:24:24

 

 

작가 신경숙이 일본 작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문학평론가 조영일이 “표절하지 않았으며 해당 작품을 본 적도 없다”고 밝힌 신경숙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영일은 18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 전날 신경숙이 출판사 ‘창비’를 통해 표절 논란을 전면 부인한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그 작품을 안 읽었다는 신경숙의 주장이 맞다면 의혹이 제기된 부분을 쓸 때) 아마 우주가 도와줬을 정도라고 생각된다”며 “한마디로 말(신경숙이 표절 논란을 전면 부인한 내용)이 안 된다는 이야기”라고 밝히며 신경숙의 표절 논란 해명에 대해 단호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어 신경숙의 표절 논란 해명 중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라는 작품은 읽었지만, ‘우국’(표절 의혹 대상 작품)은 본 적도 없다”라는 부분에 대해 조영일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 중 ‘금각사’는 문학공부를 하는 청년들은 반드시 읽어야 될 소설이다. 그러니까 신경숙도 읽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금각사’가 실린 책 속에 ‘우국’(표절 의혹 대상 작품)이라는 단편이 실려 있다”고 설명하며 신경숙이 ‘우국’ 역시 함께 읽었을 가능성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에도 신경숙의 표절 논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경숙 표절 논란이 공론화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문학계·출판계가 스타작가(신경숙 등)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분위기 때문”이라 꼬집었다. “한국 문학 작가들 중 실제로 팔리는(수익을 창출하는) 작가가 몇 안 된다. 만약 신경숙에게 큰 문제가 발생하면 여러 출판사, 문단 전체에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 문단 자체적으로 쉬쉬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어 “문단 사람들은 좀 ‘알아서 기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들만 문제를 제기 한다”며 신경숙 표절 논란과 이에 대처하는 문단의 태도에 원색적인 비판을 이어갔다.

조영일은 “껄끄러운(문단에 문제제기를 한) 사람(문인)이 (출판사와 계약관계를 맺게)되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일단 원고를 청탁하지 않고, 책을 안내주는 상황을 만든다. 사실상 활동을 할 수 없다. 그래서 표절 논란에 대해 언급을 회피 하려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신경숙 표절 논란에 대해 우리 문학계의 자정효과와 또 다른 표절 논란 제기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영일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표절 논란이 있었는데 대부분 침묵을 하거나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려 ‘유야무야(有耶無耶·있는지 없는지 흐리멍덩한 모양)’된 경우가 많다. 이번 신경숙 표절 논란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평론가·작가들이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계속 침묵을 했다는 것은 이미 다 ‘공범’에 가깝기 때문에…”라며 문학계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어 “신경숙 표절 논란으로 신경숙이 스스로 사과를 하는 일은 ‘절대’없을 것”이라며 이번 신경숙 표절 논란도 과거처럼 ‘유야무야’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신경숙은 1996년 발표한 단편소설 ‘전설’이 일본의 유명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대해 “문제의 작품을 전혀 읽어본 적도 없다”며 17일 표절 논란을 전면 부인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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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신경숙, 표절 의혹 파문

 

 

“신경숙이 답해야 한다” 문단 내서도 수차례 표절 논란

 

 

 

 

 

신씨 그때마다 ‘묵묵부답’

“표절 의혹 제기한 사람만 피해 또 어물쩍 넘기면 시비 반복… 사과하고 활동의 전기 마련을”

“창비가 ‘신경숙씨와 함께 논의하겠다’고 하는 건 상식을 벗어난 대책이다. 당사자가 의혹을 부인하면, 신씨 의견도 존중하고 표절 의혹을 제기한 사람도 존중하고 그저 그렇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논란을 발전적으로 이끌어 가려면 신씨의 반응이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일 것이다.”(정문순 문학평론가)

정문순 평론가는 2000년에 문예중앙 가을호에 신씨의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실었다. 그러나 당시 신씨를 포함해 어느 비평가, 문예지도 정씨의 글에 공식적인 반론조차 하지 않았다.

경향신문
문단 내에서 수차례 표절 논란이 일었지만 신씨는 그때마다 말이 없었다. 이번에도 신씨는 “ ‘우국을 모른다’는 말을 출판사 창비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한 것 외에 묵묵부답이다. 창비는 신씨를 옹호했다가 문단 안팎에서 질타를 받고 하루 만에 ‘표절 혐의를 제기할 법하며, 공론의 장을 만들겠다’고 사과했다.

‘표절 작가’ ‘성역화된 문단권력’이라는 거친 낙인을 넘어, 이번 사태를 한국문학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로 끌어갈 열쇠는 신씨가 쥐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인 문학평론가 신형철씨는 “불행한 결과에 대해 작가의 자문과 자성이 절실해 보인다”며 “뛰어난 작품들마저 부정할 수 없기에 작가가 이번 사안에 대해 사과하고 이를 창작활동의 한 전기로 만들기를 바란다. 나 역시 침통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도 블로그에 “이제 신경숙 작가가 직접 나서서 사태를 수습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 그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 같다”며 “이 문제를 적당히 뭉개고 넘어가려 했다가는 한국문학이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 문단의 모순을 복합적으로 드러낸 이번 일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표절 시비는 반복될 수 있다. 정씨는 “신인은 문단에 지분이 없어 ‘보호장치’가 없기에 표절이 어렵다. 표절 유혹은 대부분 중견 작가 이상이 받는다. 나쁜 맘을 먹고 쓴다기보다, 표절을 하더라도 괜찮겠다 확신이 생길 때 용감한 행위가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껏 표절 의혹을 받은 사람은 무사했고, 표절을 당했다고 주장하거나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불이익을 받아온 구조가 현실이다. 신씨는 그런 구조를 가장 잘 활용한 이”라고 말했다. 김명인 평론가는 “옛날 ‘창비’ ‘문지’ 시절엔 비판이 허용됐지만, 이제 창비·문학과지성사·문학동네 세 곳에서 돌아가면서 책을 내는 ‘트리플 크라운’은 어디서도 비판받지 않는다. 자신이 오류 없고 예술적으로 뛰어난 작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셈이라 작가에게 더 좋지 않다”고 밝혔다.

정치인, 대학교수의 표절보다 신씨와 창비에 대한 비난은 훨씬 거세다. 아직 우리 사회가 문학과 문인에 일정 부분 외경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작가는 “ ‘전설’이 표절작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도 문학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이지만, 지금 우리가 직면한 상황의 본질은 표절 여부라기보다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것임을 신씨와 창비, 문단이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언은 강요될 수 없다. 그러나 신씨가 입을 연 뒤에야 진정 한국문학을 위한 건전하고 풍요로운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

<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이응준 “신경숙에게 표절 따졌더니 되레 주변서 핀잔”

 

[중앙선데이] 입력 2015.06.21 02:15

 

소설가 신경숙 ‘표절 의혹’ 일파만파

 



‘원본을 알고 있으면 재미있는 게 패러디, 원본을 알아 줬으면 하는 것이 오마주, 원본을 감추고 싶다면 표절’.

 소설가 신경숙(52)씨의 표절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한 네티즌의 글이 공감을 얻고 있다. 표절 의혹이 일고 있는 신씨의 다른 작품(그래픽 참조)도 인터넷과 SNS를 통해 퍼지면서 표절 논란은 대한민국 문화계를 달구고 있다.

현택수 “책임지는 모습 나와야”
문학작품 표절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없다. 사전적 기준은 인용이나 출처 표시 없이 남의 글을 한 줄 이상, 6개 단어 이상 쓰는 것이다. 신씨를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현택수(57)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단어가 똑같은 건 반박할 수 없는 물증”이라며 “어떤 작품의 어떤 부분이든 단 한 줄이라도 표절은 표절”이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를 지냈고 지난해 『표절은 없다:논문조작 가이드북』을 출간한 현 원장은 “학계나 문단이나 표절하는 관행도, 눈감아 주는 ‘침묵의 카르텔’도 똑같다. 다른 이슈가 생기면 흐지부지 시켜 묻히는 양상도 판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번 일이 문단과 학계에서 표절 근절의 계기가 돼야 한다”며 “제대로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응준 “신경숙 비판 글 실을 곳 없다”
신씨의 표절 논란을 제기한 소설가 이응준(45)씨는 전화 인터뷰에 앞서 “개인 신경숙씨에 대해서는 아무 불만도, 관심도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16일 글은 ‘고발’이 아닌 ‘기록’이라고 규정했다. 이미 10년 전부터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 역시 알고 있던 내용이라고 했다. 심지어 한 번은 신씨에게 직접 왜 표절을 하느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지만 주위에서 핀잔만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 ‘기록’을 온라인매체에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왜 문예지를 택하지 않았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철딱서니 없는 얘기다. 나도 그런 곳에 하고 싶었다. 문학의 일이니까 문학의 일로 끝내 보고 싶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신경숙을 비판하는 글을 실어 줄 문예지는 없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문학이 점점 더 왜소해지는 상황에서 그냥 이대로 갈 것인가, 이대로가 좋다는 것인가, 변화하길 원하는가, 무엇을 바꿀 것인가에 대해 오래 고민했고 더 늙기 전에 10년 전부터 고민했던 인생의 숙제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실을 매체가 없고 지금밖에 할 때가 없었다.”

 문인단체는 입장 표명을 자제하거나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소설가협회 백시종(71) 이사장은 “자기가 좋아하는 시적 표현이나 감성적 문구를 지문에 넣는 것은 작가들이 할 수 있는 문제”라며 “많으면 1000장이 넘는 소설에서 어느 문구 한 대여섯 줄을 문제 삼는 것은 트집 잡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처럼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성공할 수 있는 작가인데 사소한 거 가지고 우리끼리 싸우면 오히려 일본 쪽에서 좋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시종 “좋아하는 시적 표현은 넣을 수도”
한국문인협회 문효치(72) 이사장도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언론 보도로 봐서 표절로 몰아가기엔 좀 지나치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언어를 한 사람이 독점해서 쓰는 건 아니다. 단편이 원고지 100장 정도인데 문제되는 건 2구절이더라. 이것으로 판단하기엔 모호하다”는 것이다.

  한국작가회의 이시영(66) 이사장은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23일 ‘최근의 표절 사태와 한국 문화권력의 현재’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추가 논의를 펼쳐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씨는 지난 16일 허핑턴포스트에 신씨의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1925~70)의 작품 『우국』을 표절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신씨는 17일 출판사 창비에 “읽어 본 적이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은 알지 못한다.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는 e메일을 보냈고 창비도 이날 “해당 장면의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비난여론이 비등해지자 창비는 18일 “이 사태를 뼈아프게 돌아보면서 표절 문제를 제기한 분들의 충정이 헛되지 않도록,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자유롭고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언제나 공론에 귀 기울이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단독] 신경숙, 소설 제목도 출처 안밝히고 도용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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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출신 시인 윤희상 작품 두 편과 제목 동일
윤희상 "출처 밝히지 않아 생기는 아픔 많아"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고은지 한혜원 기자 = 소설 속 구절들의 표절 논란에 휩싸인 소설가 신경숙의 단편소설 두 편의 제목이 한 시인의 작품 제목과 똑같은 것으로 드러나 이를 둘러싼 표절 의혹이 더 확산될 전망이다.

22일 연합뉴스 취재 결과 신 작가가 지난 1990년 '한국문학' 3-4월 합본호에 발표한 '무거운 새의 발자국'과 1992년 '문예중앙' 가을호에 발표한 단편 '멀리, 끝없는 길 위에'는 전남 나주 출신인 윤희상(54) 시인이 각각 신 작가 발표보다 앞서 발표한 시 제목과 완전히 일치했다.

윤 시인은 1987년 청하가 발행한 무크지 '현실시각 2집'에 '멀리, 끝없는 길 위에' 시를 발표했으며, 1989년 민음사가 발행한 계간지 '세계의문학' 봄호에 '무거운 새의 발자국' 시를 발표했다. 이 시들은 모두 문학동네가 2000년 발행한 윤 시인의 시집 '고인돌과 함께 놀았다'에도 수록됐다.

앞서 지난 16일 소설가 이응준이 신 작가의 1996년작 '전설'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뒤 문학계에서는 신 작가를 둘러싸고 그간 다수의 표절 의혹이 제기돼왔음이 드러나면서 작가의 문학적 독창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단에선 1989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윤 시인은 2007년 발표한 '소를 웃긴 꽃'이 두산동아의 2013년판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리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아왔다.

신 작가는 지난 16일 소설가 이응준이 자신의 1996년작 '전설'의 표절 의혹을 공식 제기한 뒤 하루만인 17일 '전설'이 포함된 소설집 출간사인 '창작과 비평'(창비)을 통해 표절 의혹을 공식 부인한 채 "대응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짧은 입장만을 밝혔다.

창비에 따르면 신 작가는 소설 집필을 이유로 서울 자택을 떠나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윤 시인은 연합뉴스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나 이메일 답변을 통해 "작가가 출처를 밝히지 않아 생기는 아픔이 생각보다 많다"며 "앞으로는 문학적 사실이 왜곡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희상 시인의 '멀리, 끝없는 길 위에' 전문이다.

≪멀리, 끝없는 길 위에≫

멀리, 끝없는 길 위에 발이 잠긴다

이어서 종아리가 잠긴다 연이어

무릎과 허벅지가 잠긴다

새가 울면서부터 여자가 잠긴다

남자가 잠긴다

따라서 허리가 잠긴다

얼마쯤 후에

가슴과 목이 잠긴다

웃다가 웃다가 얼굴이 잠기고

또 얼마쯤 후에

머리가 잠긴다

또다시 얼마쯤 후에

멀리, 끝없는 길 위에

가장 권위적인 모자가 하나

유품인 듯,잠기지 않고 놓여 있다

jb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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