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의혹' 작품이 버젓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김지하의
유명 시 '타는 목마름으로'도 표절 논란에 휩싸여
문학평론가 황현산 "발표됐을 때 모두 표절인 걸 알았지만…"
문학평론가 황현산 "발표됐을 때 모두 표절인 걸 알았지만…"
- 김지하 시인 (서울경제 DB)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김지하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가
교과서에까지 수록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최근 자기 트위터에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가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게 (폴) 엘뤼아르의 표절인 걸 알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민주화의 대의가 중요했기 때문. 지금 생각하면 그게 잘한 일이었는지 묻게 된다”라는 글을 올렸다. 시인 노태맹도 올 초 한 지방지에 게재한 글에서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는 엘뤼아르의 ‘자유’라는 시를 대 놓고 베낀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타는 목마름으로’가 ‘자유’를 표절했다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2000년대 중반에도 변형이냐 표절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김지하 역시 ‘자유’의 영향을 받아 ‘타는 목마름으로’를 썼다는 건 부정하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엘뤼아르와 김지하의 작품은 억압 속에서 자유를 부르짖는 강렬한 주제의식, 자유와 민주주의를 각각 의인화해 이인칭으로 호칭하는 점, ‘쓴다’는 행위를 반복해서 열거하는 점 등에서 닮았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두 시는 모두 짧은 문장을 나열해 작품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문단 일각에서는 소설가 신경숙이 한 문단의 유사성 때문에 표절 시비에 휘말린 만큼 이참에 김지하의 작품에 대해서도 시비를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일고 있다.
‘타는 목마름으로’의 표절 시비를 명확하게 가려야 하는 이유는 이 시가 교과서에까지 수록돼 있을 정도로 유명한 데다 수많은 국민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취재한 결과 현재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2종에 ‘타는 목마름으로’가 수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많은 학생이 표절 의혹이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작품을 접하는 셈이다. 언어영역 모의고사에도 ‘타는 목마름으로’가 종종 지문으로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험생들이 다른 교과서에 수록된 시까지 공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시를 접하지 않은 학생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낙 주제와 호소력이 강한 탓에 작품을 읽고 감명 받은 학생도 적잖다. 한 네티즌은 “수능을 두 번 공부했고 언어영역을 공부할 때마다 이 시(‘타는 목마름으로’)를 읽고 가슴이 뛰고 뭉클해졌던 기억이 난다”는 글을 자기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타는 목마름으로’는 정치인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몽준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타는 목마름으로’를 애송시로 꼽은 적이 있다. ‘타는 목마름으로’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민중가요도 유명하다. 안치환 김광석 등 유명 가수가 불러 일반인에게까지 잘 알려져 있다.
엘뤼아르의 ‘자유’와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내 학생 때 공책 위에/ 내 책상이며 나무들 위에/ 모래 위에도 눈 위에도/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읽어본 모든 책상 위에/ 공백인 모든 책상 위에/ 돌, 피, 종이나 재 위에도/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숯칠한 조상들 위에/ 전사들의 무기들 위에/ 왕들의 왕관 위에도/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밀림에도 사막에도/ 새 둥지에도 금송화에도/ 내 어린 날의 메아리에도/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밤과 밤의 기적 위에/ 날마다의 흰 빵 위에/ 약혼의 계절들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내 하늘색 누더기 옷들에/ 곰팡 난 해가 비친 못 위에/ 달빛 생생한 호수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들 위에 지평선 위에/ 새들의 날개 위에/ 그림자들의 방앗간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새벽이 내뿜은 입김 위에/ 바다 위에 또 배들 위에/ 넋을 잃은 멧부리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구름들의 거품 위에/ 소낙비의 땀방울들 위에/ 굵은 또 김빠진 빗방울에도/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반짝이는 형상들 위에/ 온갖 빛깔의 종들 위에/ 물리적인 진리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잠깨어난 오솔길들 위에/ 뻗어나가는 길들 위에/ 사람 넘쳐나는 광장들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켜지는 램프 불 위에/ 꺼지는 램프 불 위에/ 모여 앉은 내 집들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겨울의 또 내 방의/ 둘로 쪼개진 과실 위에/ 속 빈 조가비인 내 침대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주접떠나 귀여운 내 개 위에/ 그 쫑긋 세운 양쪽 귀 위에/ 그 서투른 다리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내 문턱의 발판 위에/ 정든 가구들 위에/ 축복 받은 넘실대는 불길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사이 좋은 모든 육체 위에/ 내 친구들의 이마 위에/ 내미는 손과 손마디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놀란 얼굴들의 유리창 위에/ 침묵보다도 훨씬 더/ 조심성 있는 입술들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파괴된 내 은신처들 위에/ 허물어진 내 등대들 위에/ 내 권태의 벽들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나는// 욕망도 없는 부재 위에/ 벌거숭이인 고독 위에/ 죽음의 걸음과 걸음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다시 돌아온 건강 위에/ 사라져 간 위험 위에/ 회상도 없는 희망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그리고 한 마디 말에 힘입어/ 내 삶을 다시 시작하니/ 너를 알기 위해 나는 태어났다/ 네 이름지어 부르기 위해// 오 자유여’(폴 엘뤼아르의 ‘자유’)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최근 자기 트위터에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가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게 (폴) 엘뤼아르의 표절인 걸 알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민주화의 대의가 중요했기 때문. 지금 생각하면 그게 잘한 일이었는지 묻게 된다”라는 글을 올렸다. 시인 노태맹도 올 초 한 지방지에 게재한 글에서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는 엘뤼아르의 ‘자유’라는 시를 대 놓고 베낀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타는 목마름으로’가 ‘자유’를 표절했다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2000년대 중반에도 변형이냐 표절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김지하 역시 ‘자유’의 영향을 받아 ‘타는 목마름으로’를 썼다는 건 부정하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엘뤼아르와 김지하의 작품은 억압 속에서 자유를 부르짖는 강렬한 주제의식, 자유와 민주주의를 각각 의인화해 이인칭으로 호칭하는 점, ‘쓴다’는 행위를 반복해서 열거하는 점 등에서 닮았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두 시는 모두 짧은 문장을 나열해 작품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문단 일각에서는 소설가 신경숙이 한 문단의 유사성 때문에 표절 시비에 휘말린 만큼 이참에 김지하의 작품에 대해서도 시비를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일고 있다.
‘타는 목마름으로’의 표절 시비를 명확하게 가려야 하는 이유는 이 시가 교과서에까지 수록돼 있을 정도로 유명한 데다 수많은 국민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취재한 결과 현재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2종에 ‘타는 목마름으로’가 수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많은 학생이 표절 의혹이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작품을 접하는 셈이다. 언어영역 모의고사에도 ‘타는 목마름으로’가 종종 지문으로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험생들이 다른 교과서에 수록된 시까지 공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시를 접하지 않은 학생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낙 주제와 호소력이 강한 탓에 작품을 읽고 감명 받은 학생도 적잖다. 한 네티즌은 “수능을 두 번 공부했고 언어영역을 공부할 때마다 이 시(‘타는 목마름으로’)를 읽고 가슴이 뛰고 뭉클해졌던 기억이 난다”는 글을 자기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타는 목마름으로’는 정치인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몽준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타는 목마름으로’를 애송시로 꼽은 적이 있다. ‘타는 목마름으로’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민중가요도 유명하다. 안치환 김광석 등 유명 가수가 불러 일반인에게까지 잘 알려져 있다.
엘뤼아르의 ‘자유’와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내 학생 때 공책 위에/ 내 책상이며 나무들 위에/ 모래 위에도 눈 위에도/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읽어본 모든 책상 위에/ 공백인 모든 책상 위에/ 돌, 피, 종이나 재 위에도/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숯칠한 조상들 위에/ 전사들의 무기들 위에/ 왕들의 왕관 위에도/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밀림에도 사막에도/ 새 둥지에도 금송화에도/ 내 어린 날의 메아리에도/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밤과 밤의 기적 위에/ 날마다의 흰 빵 위에/ 약혼의 계절들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내 하늘색 누더기 옷들에/ 곰팡 난 해가 비친 못 위에/ 달빛 생생한 호수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들 위에 지평선 위에/ 새들의 날개 위에/ 그림자들의 방앗간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새벽이 내뿜은 입김 위에/ 바다 위에 또 배들 위에/ 넋을 잃은 멧부리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구름들의 거품 위에/ 소낙비의 땀방울들 위에/ 굵은 또 김빠진 빗방울에도/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반짝이는 형상들 위에/ 온갖 빛깔의 종들 위에/ 물리적인 진리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잠깨어난 오솔길들 위에/ 뻗어나가는 길들 위에/ 사람 넘쳐나는 광장들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켜지는 램프 불 위에/ 꺼지는 램프 불 위에/ 모여 앉은 내 집들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겨울의 또 내 방의/ 둘로 쪼개진 과실 위에/ 속 빈 조가비인 내 침대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주접떠나 귀여운 내 개 위에/ 그 쫑긋 세운 양쪽 귀 위에/ 그 서투른 다리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내 문턱의 발판 위에/ 정든 가구들 위에/ 축복 받은 넘실대는 불길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사이 좋은 모든 육체 위에/ 내 친구들의 이마 위에/ 내미는 손과 손마디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놀란 얼굴들의 유리창 위에/ 침묵보다도 훨씬 더/ 조심성 있는 입술들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파괴된 내 은신처들 위에/ 허물어진 내 등대들 위에/ 내 권태의 벽들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나는// 욕망도 없는 부재 위에/ 벌거숭이인 고독 위에/ 죽음의 걸음과 걸음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다시 돌아온 건강 위에/ 사라져 간 위험 위에/ 회상도 없는 희망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그리고 한 마디 말에 힘입어/ 내 삶을 다시 시작하니/ 너를 알기 위해 나는 태어났다/ 네 이름지어 부르기 위해// 오 자유여’(폴 엘뤼아르의 ‘자유’)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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