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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 국사 해체하자"

이강기 2015. 10. 27. 21:40

     

 

"민족주의 국사 해체하자"

 

'비판과 연대를 위한 東亞역사포럼' 토론회

    2004.03.07 () 17:10 

 

 

 

 

지난해 8비판과 연대를 위한 동아시아 역사포럼이 주최한 공개토론회. 이 자리에서 토론자들은 민족국가의 결집체로서의 국사해체를 주장했다.사진제공 도서출판 휴머니스트

지난해 8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국사의 해체를 향하여란 도발적인 주제의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비판과 연대를 위한 동아시아 역사포럼이 주최한 이 토론회에서 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국사 해체가 모든 것을 파괴해서 허무주의로 돌아가자는 뜻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국사라는 이름 아래 닫혀진 다양한 측면을 살피는 데 국사가 큰 문제가 되는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국사 해체는 역사의 민주화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시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국사는 은폐이며, 억압이며 배제라고 주장했다.

올해 동북아시아는 민족문제로 요동치고 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사태부터 시작해 일본과의 독도 분쟁 및 종군위안부 소재 누드집 파문 등 한국인의 민족의식과 반중,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갖가지 민족 관련 사태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에 대해 학계와 시민사회는 대부분 역사나 영토는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이자 국가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라는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역사·민족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과다한 민족의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들은 최근 동북아시아가 역사문제로 충돌하는 것은 한국사를 한민족의 역사로, 중국사를 중화민족의 역사로, 일본사를 일본민족의 역사로 보는 기존 동아시아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며 역사를 국사로 보는 민족주의 역사학을 해체하자고 조심스럽게 탈민족적 역사관을 제기한다.

 

국사의 신화를 넘어서’(임지현·이성시 엮음·휴머니스트)를 기획한 비판과 연대를 위한 동아시아 역사포럼일국사적 민족주의 역사학을 비판하며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20001월 만들어졌다. 이 모임은 매년 2회에 걸친 한일 연구자들의 워크숍과 비정기적인 국내 공개 세미나를 통해 시민사회의 역사의식을 민족주의적으로 규율하는 숨은 이데올로기적 지배장치를 드러내서 해체하고자 노력해왔다. 이들에게 국사의 해체는 시민사회에 내면화된 강제로서의 헤게모니를 해체하는 것이다.

 

임지현 한양대 교수는 “‘국사의 해체는 유럽중심의 세계사에 대한 동경과 제국과 근대에 대한 욕망을 버림으로써 길들여진 타자인 주변부 역사학을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서로가 서로를 배제하고 타자화하는 민족주의를 고양함으로써 동지의 이분법을 공고히 하고 민족을 기준으로 하는 집단적 정체성을 강화해, 시민사회가 동아시아의 과거와 현재를 민족적 관점으로 사고하고 실천하는 방식을 본성의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김희교 광운대 교수는 역사비평봄호에서 서구에서 이미 용도폐기된 민족주의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것은 약소국에 있어서 민족주의는 자국 민중의 생존권을 지키는 최후의 저항수단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중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외압이 국가단위로 부가되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국사해체론은 이론적으로 설득력은 있을지 모르나 현실적으로는 다수 민중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일 수 있다고 비판한다.

 

황병주 한양대 강사는 당대비평봄호에 실린 국사라는 기억의 제도, 그 모호한 확신의 열정이라는 글에서 ()의 자리를 대신할 것만 교체하자는 주장의 문제만큼이나 사()의 자리를 확고부동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위험하다면서 국과 사의 결합으로서의 국사는 국과 사의 동시적 위기속에서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가 새롭게 질문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섭기자/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