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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 심리학자의 분석 - 盧武鉉 과거사 청산의 논리와 心理

이강기 2015. 11. 1. 13:41
386세대 심리학자의 분석 - 盧武鉉 과거사 청산의 논리와 心理
 
「1984년」(조지 오웰)의 大兄을 연상시키는 말장난들
 
「당신의 조상이나 부모가 저지른 잘못된 과거를 고백하라. 그러면 당신은 자신감을 갖고 행복한 미래를 맞을 수 있다」 혹시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나오는 大兄의 슬로건처럼 느껴지지는 않는가?

黃 相 旻
1962년 경남 진해 출생. 서울大 심리학과 졸업. 美 하버드大 심리학과 석·박사. 하버드大 과학센터 통계연구원, 캘리포니아大 정보·컴퓨터공업과 강사, 세종大 교육학과 교수, 한국심리학회 국제이사 역임. 저서 「아동의 기억발달」, 「유아의 심리」, 「대한민국 사이버 신인류」 등.
黃相旻 연세大 심리학과 발달심리학 교수 (swhang@yonsei.ac.kr

일본과의 과거는 잊고, 우리의 과거는 잊지 말자?

 얼마 전 인기리에 마친 TV 드라마 「애정의 조건」은 아내의 「과거」와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남편의 갈등을 소재로 했다.
 
  아내의 과거를 감싸주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이혼을 할 것인가? 어떤 게 현명한 선택일까.
 
  이런 갈등이 TV 드라마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등장했다. 그것도 개인의 과거가 아닌 우리 국가의 과거다.
 
  국가나 사회의 과거사가 바로 歷史(역사)다. 잊혀져서도 묻혀져서도 안 되는 게 국가의 과거사다.
 
  한 일본인 교수는 내게 韓日 과거사에 대해 이런 하소연을 했다.
 
  『일본이 과거 한국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정말 사과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우리가 언제까지 과거 일제침략에 대해 계속 사과를 해야 합니까? 또 왜 사과할 때마다 그것이 「진심이니, 아니니」 말이 많습니까? 얼마나, 언제까지 사과해야 합니까?』
 
  내 머릿속에는 이런 답이 빙빙 돌고 있었다. 하지만 얘기하지는 않았다.
 
  「언제까지요? 일본 섬이 태평양에 잠수하지 않는 한, 한국인들은 과거사 사과 요구를 계속할 겁니다. 한국이 일본보다 더 잘 살고, 일본의 형님 노릇을 하게 돼야 과거사가 잊혀지겠죠」
 
  그 일본 교수에게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 생겼었다.
 
  盧武鉉 대통령이 濟州의 韓日 정상회담에서 『과거의 문제는 잊어버리고 미래에 대해 논의하자』는 신기한 제안을 한 것이다.
 
  일본과의 과거사를 통 크게 잊어버리자던 盧武鉉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의 과거사를 잊지 말자』고 천명했다. 그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분열과 반목은 굴절된 역사에서 시작됐다. 그러니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은 3代가 가난하고, 親日했던 사람은 3代가 떵떵거린다는 뒤집힌 역사인식을 지금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과거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反민족 친일파를 처벌하고 그들의 기득권을 박탈하자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것이다> 
  
  
  내가 反개혁, 수구 꼴통인 걸까?
 
  이제 열린당이 대통령의 令(영)을 받들어 여의도 국회에서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들이 최소 60년 전에 저지른 과거사를 들춰내기 위한 특별위원회와 법을 만들려고 한다. 과거사 청산에 소극적인 정치집단에 대해 盧武鉉 대통령은 이미 준엄하게 경고했다.
 
  『진실을 밝히는 일에 이견이나 대립이 있어서는 안 되며, 진실이 밝혀져서 부끄러운 일이 있다 해도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는 秋霜(추상) 같은 목소리에 나는 기분이 으스스해진다.
 
  「진실을 밝혀서 희망찬 미래로 가자」는 얘기인데 내 기분이 왜 이렇게 이상할까?
 
  내가 혹시 反개혁, 수구 꼴통인 건 아닐까?
 
  혹시 나의 조상 중에 反민족 친일파가 있고, 그 피가 내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어서일까? 혹시 내가 저질렀으나,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反민족」, 「反개혁」 행위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혼란스러움이 슬슬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이제 혹시나 잊어버렸을지도 모를 자신들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저질렀던 부끄러운 과거를 들추어 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부여받았다.
 
  조상의 부끄러운 역사와 과거 때문에 지금 우리의 갈등과 반목을 정리할 수 없다니, 희망찬 미래를 만들 수 없다니, 더구나 우리가 선출한 대통령의 말씀이니 충실히 따라야 하지 않겠나?
 
  열린당이 「진실 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이라는 법안을 확정했다. 법 조문을 읽고 나는 즐거웠다. 정말 다행이다. 이 법안은 처벌보다는 화해와 용서가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화해를 위한 국가와 위원회의 조치」라는 별도의 장을 마련했다.
 
  제47조 「가해자를 위한 화해조치」 조항이 바로 그것이다.
 
  <진실 규명 과정에서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협조한 경우 위원회는 가해자에 대해, 고소 및 수사 의뢰를 하지 않을 수 있고, 수사 및 재판절차에서 처벌하지 않거나 감형할 것을 관계 기관에 건의할 수 있으며, 형사소송 절차에 의해 유죄로 인정된 경우, 대통령에게 특별사면과 복권을 건의할 수도 있다>
 
  법률에 문외한인 나는 이 조항을 읽고 삼류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피의자를 실컷 두들겨 패놓고 형사는 한마디 툭 내뱉는다.
 
  『내가 하라는 대로 자백해. 그러면 내가 처벌받지 않도록 잘 봐줄게』 
  
  
  大兄의 슬로건
 
  盧武鉉 대통령의 주장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당신의 조상이나 부모가 저지른 잘못된 과거를 고백하고 정리하면, 당신은 자신감을 갖고,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혹시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나오는 大兄의 슬로건처럼 느껴지지는 않는가?
 
  「한 개인이나 사회가 자신의 부모나 조상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을 반성하고 비판하면 자신감이 생긴다」는 주장은 정말 혁신적이다. 나는 어느 심리학 책에서도 이런 주장을 본 적이 없다.
 
  어떻게 우리 대통령은 이런 놀라운 역사 인식을 하게 되었을까? 그의 논리를 정리해 보자.
 
  盧武鉉 대통령의 주장은 우리 사회에 대한 나름대로의 「현상파악」, 「진단」, 「처방」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담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분열과 반목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불행한 과거사에 대한 비판과 정리가 더욱 필요하다」
 
  「우리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스스로 철처히 비판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우리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회개하는 과정은 미래 나의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다」
 
  더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 사회에는 많은 문제와 갈등이 있다」(현상파악)
 
  「이런 사회 문제들은 굴절된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다」(진단)
 
  「사회 분열과 반목을 해결하려면 바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처방)
 
  나름대로 3단 논법의 틀에 잘 맞추어진 이성적인 판단처럼 보인다.
 
  이런 논리는 일반적인 한국인들이 가지는 미신적인 사고의 전형적인 형태다. 그래서 盧武鉉 대통령의 과거사 청산이 국민 다수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과거사 청산」에 대한 응답자의 지지가 70%를 넘고 있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현재 처지, 吉凶(길흉)을 조상과의 관계에서 찾으려는 독특한 심리를 갖고 있다. 「묏자리를 제대로 써야 집안에 큰 인물이 난다」는 風水(풍수) 사고는 이런 미신의 하나다.
 
  나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상의 힘이 필요한데, 그것은 죽은 조상을 좋은 자리에 모시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마저 여의치 않으면 굿이라도 한판 해서 조상의 영혼들을 귀찮게 해서 도움을 구하려 한다.
 
  물론 우리 대통령이 시도하는 과거사 청산은 분명 「묏자리 잘 보아 조상 덕 보겠다」는 것보다 큰 이유가 있을 것이다.
 
  盧대통령으로서는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전부 『내 탓이오』 하면서 받아들이기 는 억울할 것이다. 「역사를 청산하면 그동안 피해 보고 억눌려 왔던 사람들의 마음이라도 시원하게 恨풀이해 줄 수 있지 않겠느냐」 생각했을지 모른다.
 
  굿판을 벌여서 억울한 이들의 恨을 풀 수 있다면, 「씻김굿」 한판 시원하게 하는게 좋다.
 
  이런 행동과 생각을 우리 이웃집 구멍가게 아저씨가 했다면, 「오죽해서 저럴까」하며 지켜봤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그렇게 하려고 한다면, 이건 얘기가 다르다.
 
  『정말 인간이 자신의 과거를 회피하지 말고 고백하면, 스스로 올바른 미래를 창조하게 되나요?』
 
  많은 국민들이 盧武鉉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다.
 
  인간행동과 심리에 대한 어떤 연구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매우 외람된 얘기지만 심리학자인 내가 인간 心性에 대한 공부를 덜했거나, 우리 대통령의 사고가 이웃집 아저씨 수준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그때 그 일」이 이뤄졌으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처한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과거의 어떤 사건이나 경험을 얘기한다.
 
  『내가 그때 서울대학교를 들어가기만 했어도, 지금 이렇게 조기 퇴직을 걱정하는 상황은 아니었을 텐데…』
 
  『우리 부모가 그때 조금만 나를 더 공부 시켰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살지 않았을텐데…』
 
  『그때 내가 그 사람을 꽉 잡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 텐데…』
 
  우리는 온갖 「그때 그랬으면…」 하는 類(유)의 이야기를 하고 산다.
 
  정말 그런 걸까? 안타까운 것은 한 사람의 삶에서 「그때 그 일」이 그에게 일어났더라도, 그 사람의 현재 상황이나 운명이 그리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후회는 과거에 초점을 둔 행위이지, 미래를 위한 자기 변화의 노력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假定(가정)을 부질없는 짓이라고 하듯이, 인간의 삶에서도 과거의 행위에 대한 후회가 현재의 상태를 바꾸지는 못한다.
 
  盧대통령이 제안한 과거사 청산은 「그 때 그 일 때문에 현재 우리의 불행과 문제가 발생했다」는 「생각의 지도」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盧대통령은 이 생각의 지도를 언제부터 만들어서 머릿속에 넣고 있었던 것일까?
 
  인간 심리에서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소개한 사람은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드」였다.
 
  어떤 사람이 겪는 심리적 갈등이 과거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이라는 그의 주장은 과거와 현재의 심리적 문제를 연결한 인간 사유의 시작이었다. 이 생각은 「심리적 갈등」이라는 개념조차 분명하지 않았던 그 시절 혁명적인 패러다임이었다.
 
  <당신이 현재 경험하는 알지 못하는 문제나 어려움은 바로 오래 전에 당신 부모와의 관계에서 당신이 무의식적으로 겪어야 했던 갈등이 지금까지 남아 있기 때문 입니다. 따라서, 당신은 지금부터 과거에 당신의 부모와 어떤 문제를 겪었는지, 그리고 그런 갈등이 당신에게 어떤 정신적인 아픔을 주었는지를 한번 이해해 보도록 합시다. 만일 당신이 스스로 의식할 수 있는 갈등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지금 당신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나 놀라운 통찰이자 신기한 해결책인가!
 
  내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나의 불안과 고통은 과거 나의 부모와의 갈등에서 생겨난 것이고, 이제 그 이유를 알았다. 내가 할 일은 갈등을 제대로 정리만 하면 되는 것이다.
 
  프로이드가 창안한 이 「생각의 지도」를 대한민국 사회가 당면한 불분명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대통령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盧대통령이 이렇게 훌륭한 근거를 가진 「생각의 지도」를 제안했는데, 왜 나는 이렇게 불안하기만 한 것일까?
 
  안타깝게도 프로이드가 100년 전에 제시한 「생각의 지도」는 인간 행동에 대한 또 다른 미신이었음이 사회과학적으로 이미 오래 전에 확인됐기 때문이다. 
  
  
  386의 迷信
 
  흥미로운 사실은 盧武鉉 대통령이 과거사와 우리의 현재를 연결하는 「생각의 지도」는 1980년대에 대학생활을 했던 내 친구 386들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던 대표적인 미신이라는 점이다.
 
  나의 친구들인 1980년대의 대학생들은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미국의 식민지 상태에 놓여 있고, 미국이 군사 독재정권의 배후이며, 한국 경제는 매판자본에 의해 지배된다」는 사회 분석틀에 관심을 가졌다.
 
  자랑스런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自畵像(자화상)을 가질 수 없었던 대학생들은 현재 자신의 모습에 자괴했다. 「왜 우리는 이런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게 되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나름대로 답을 찾고자 했다.
 
  젊은 대학생들에게는 두 가지 삶의 선택이 있었다. 각각의 선택을 한 학생들은 각자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
 
  강의실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거나 考試(고시)에 몰두했던 사람들은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되어 이 사회의 안정적인 主流집단이 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았다.
 
  강의실을 떠나 운동 조직과 노동 학습의 논리를 충실하게 따른 사람들은 노동현장에서 그리고 정치현장에서 자신의 삶의 방식을 실현하고자 했다. 이들도 성공하였다.
 
  최근의 사회변화에 의해 그들은 「선거」라는 방식으로 선출되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게 됐다. 돈을 버는 장사꾼과 입신양명을 꿈꾸었던 공무원보다 더 우리 사회의 主流 집단이 된 것이다.
 
  『차라리 나도 그때 약간 위험하기는 했지만, 운동권의 길로 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지금 내 친구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치의 主流들이 1980년대에 「매판자본에 의해 노동자·농민이 착취당하고 있다」고 비판한 대한민국은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가? 그들이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를 철저하게 청산하고, 지배계급의 변화를 통해 올바른 역사가 정립되었다」고 찬양했던 북한은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는가?
 
  1980년대 한국 사회의 문제를 다뤘던 표준적인 사회과학 서적들은 그 당시 미숙한 우리의 사회과학 연구 수준을 반영하듯 「종속이론」과 「역사적 결정론」의 실증론적 짬뽕이었다.
 
  당시 운동권 386들에게 오늘 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지배 권력 집단의 부도덕성」, 「청산되지 못한 일제 잔재」의 결과물로 해석됐다.
 
  그 시절 우리는 『일제 친일파 자손은 3代가 떵떵거리면서 살고, 독립운동가 자손은 3代가 고통을 받는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친일파를 청산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은 북한은 「민족사의 정통세력」으로 간주되었다. 19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金日成·金正日 사진을 가슴에 품고 다닌 후배들도 있었다.
 
  「매판자본에 의해 노동자·농민이 수탈당하고, 불평등이 심해진 남한과는 달리 북한은 지배계급의 숙청과 농지개혁을 통해 사회개혁이 완료된 사회」라는 시각이 우리의 머리를 지배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코미디 같은 얘기지만, 이런 인식이 팽배했다.
 
  군사 쿠데타, 독재정권, 피폐한 노동자의 삶, 농민의 도시 이주, 도시 빈민, 권력과 결탁한 기업인, 매판자본, 독점, 지주, 재벌, 군부 등의 단어들로 이루어진 南美의 종속이론은 대한민국 사회현상의 교본처럼 보였다.
 
  피부로 쉽게 느끼게 되는 「지배 권력층의 도덕적 타락상」은 한국 사회의 모습이기도 했다. 의식 있는 대학생이라면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인을 찾고자 했다. 
  
  
  盧武鉉을 보면 골방의 386이 떠오른다
 
  「우상과 이성」, 「10억인과의 대화」, 「전환시대의 논리」와 같은 책들은 이들에게 또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게 만드는 「생각의 지도」를 제공했다. 이 책들은 「현재 우리의 잘못된 사회현상과 문제는 바로 과거의 왜곡된 역사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같은 소설은 산업화의 그늘에서 소외되는 인간에 대한 동정을 불러일으켰고, 암울한 현실에 대한 代案(대안)을 적극적으로 찾게 했다. 여기에 「일제침략과 친일파」 같은 역사 서적은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것이 萬惡의 근원」이라는 생각의 지도를 강화시켰다.
 
  한국인의 심리 속에 튼튼히 뿌리 내린, 「조상과 나의 연계」를 찾는 미신적 사고가 이런 「생각의 지도」를 살찌게 만드는 자양분이 됐다.
 
  우리 대통령은 21세기의 대한민국 사회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을 1980년대 어두컴컴한 골방에서 몇 권의 이념서적을 읽은 뒤 「나는 한국 사회를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386의 수준에서 이해하고 있다. 대학 시절 나의 한 선배는 수강과목이 「거시경제학」이든 「한국문화사」이든 「한국사회론」이든 똑같은 답안지를 썼다.
 
  그가 읽은 몇 권의 마르크스·레닌주의 서적을 토대로, 어느 과목이든 막힘 없이 답안지를 써 내려갔다.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는 親日 잔재 청산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는 이 사회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지난 여름 일본에 태풍이 여럿 몰려와 수십 명이 사망하고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이 그들이 과거 이웃 나라에 저질렀던 침략 만행 때문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국사시간에 선생님들은 이런 얘기를 되풀이했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없었다면, 우리는 더욱 일찍 외국과의 교류를 할 수 있었을 것이고,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대원권의 쇄국정책이 없었더라도 지금 우리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은 스스로 몰락해서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처지였다. 다 썩어 문드러진 고목을 일본이 슬쩍 밀었을 뿐이다. 일본이 아니었다면 러시아와 영국 아니면 미국이 그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게 역사의 진실이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일들
 
  처음 얘기로 돌아가자.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를 얼마나 용서할 수 있을까? 상담 창구에 단골로 오르는 상담 내용은 이런 내용이기 십상이다.
 
  <20대 초반의 여성인데요, 옛 애인과 연애 중에 임신을 해서 낙태한 경험을 지금의 남자친구에게 말해 버렸어요. 제 남자친구의 반응이요? 처음엔 한숨을 쉬고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저의 모든 아픔을 감싸 준다고 하면서 더 잘해 주려고 합니다. 『오빠 아무렇지도 않아? 나한테 정떨어졌지?』 하고 물어봤지만 과거일 뿐이라며… 현재는 자신의 여자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여깁니다. 조금도 달라진 것 없이 저를 대합니다. 하지만… 전 불안합니다. 남자친구의 사랑이 변해서… 그런 이유로 인해 저를 떠나간다면 전 어쩌죠? 괜히 저의 과거를 말했나 봐요. 무덤까지 가지고 갈 걸 그랬나요?〉
 
  이 여성은 「속 시원하게 과거의 문제를 털어놓고 그런 다음에 새로운 미래를 쓰고 싶다」는 유혹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러나 「무덤까지 가지고 갈 과거가 있다면, 무덤에 묻어 두는 것이 현명하다」는 게 심리상담가들의 일치된 조언이다.
 
  정말 우리가 미래의 행복한 삶을 준비하고 싶다면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먼저 우리의 자녀들이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생각들을 폭넓게 받아들이고,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 그래야, 이 아이들이 미래 사회에서 자신이 직면할 문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그리고 창조적 발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과거를 사랑하면서, 미래를 향해 과거의 속박에서 풀려나 자유롭게 행진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들이 오랫동안 행복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