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會

외국인들 눈에 비친 '한국의 결혼 공식'

이강기 2015. 11. 3. 16:07
 원문출처 :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7부-2] 美교수 "왜 부모가 빚 얻나"… 獨학생 "예단 필요한가"
 원문링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0/29/2014102900250.html
입력 : 2014.10.29 03:07

 

[외국인들 눈에 비친 '한국의 결혼 공식']

"美선 형편에 맞춰 결혼 준비 '남들이 하는 것처럼'은 없어"
"예물·예단·혼수 오가는 풍속… 사랑이 아니라 '거래' 같아"
"日선 부모에 손 벌리는 남성 마마보이라고 여성이 싫어해"

취재팀이 부유층부터 서민층까지 신랑·신부·혼주 등 101쌍을 만나고 느낀 점 중 하나가 한국 사회엔 어느새 보이지 않는 '결혼 공식'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혼집을 남자가 구하는 대신→여자 집에서 남자 집으로 집값 10%를 현금으로 보내고→남자 집에서 여자 집으로 받은 돈 중 절반을 되돌려주면(일명 '꾸밈비')→그 돈으로 신부가 명품 가방을 산다. 이런 문화가 외국인들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美 교수…"한국 부모는 불가사의"

17년 전 한국인 부인과 결혼해 7년째 경희대에서 강의 중인 미국인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시(50) 교수. "빚 내서 자식 결혼시키는 한국 부모는 '불가사의'"라고 했다.

"물론 미국에도 돈 많이 들여 결혼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다들 '그건 그 사람 얘기고, 나는 내 형편에 맞춰서 한다'고 생각하지, 한국처럼 '남들이 이렇게 한다'면서 일률적인 기준을 따라가진 않아요. 돈 없으면 없는 대로 관공서에서 간단히 혼인신고 하면 되지, 당사자도 아닌 부모가 빚을 얻다니요."


	엄마들이 말하는 우리 결혼 풍속. 외국인들이 말하는 한국 결혼 풍속.
우리는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말을 익숙하게 내뱉는다. 페스트라이시 교수는 그런 풍속을 낯설어했다. "한국 결혼식 가보면 주례보다 사진사가 더 '권력자' 같다"고 했다. 주례사는 아무도 안 듣지만, 사진 찍을 땐 다들 부리나케 달려간다. 청첩장에 박힌 문구가 대동소이하다는 점, 하객들이 혼주하고만 인사하지 하객끼리는 별로 대화하지 않는 점도 납득이 안 가는 것 같았다. "왜 그런가요?"

독일 젊은이…"거래 같아요"

최근 한국인 여자친구와 약혼한 독일인 요하네스 난스(29)씨.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에 다닌다. 그는 '신혼집은 남자가 해와야 한다' '부모가 능력 있으면 대주는 게 당연하다'는 통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예물·예단·혼수가 오가는 풍속에 대해 "사랑이 아니라 '거래' 같다"고 했다. "시어머니건 며느리건, 명품 가방이랑 보석 같은 게 진짜 꼭 필요한 건가요?"

그는 "독일에서 자녀가 결혼한다고 부모에게 집·가구·가방을 사달라고 하면 다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할 것 같다"고 했다. 독일 부모도 자식이 결혼할 때 도와주지만 결혼식 비용을 부담하는 정도다. 독일 젊은이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부분 부모 집에서 나와 독립해서 따로 산다. 애인이 생기면, 먼저 동거하다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자식이 부모에게 갑작스레 "결혼하면 얼마 줄 수 있느냐"고 묻는 일이 일어날 수 없는 사회 구조다.

그는 한국 결혼식에 총 네 번 가봤다. 전부 "궁전 같은 웨딩홀에서 펼쳐지는 패션쇼 같더라"고 했다. 식장 입구부터 주례석 앞까지 신부가 면사포를 쓰고 걷는 이른바 '버진 로드'가 무대처럼 솟아 있었다. 하지만 예식은 매번 금방 끝났다. 그걸 보고 여자친구와 약속했다고 한다. "나중에 한국에서 결혼해도, 웨딩홀에선 절대 안 하려고요."

일본 기자…"마마보이 싫어요"

미국과 독일은 우리와 주택 사정이 전혀 다르다. 부모·자식 관계도 아시아 사람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같은 아시아 국가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마이니치신문 서울 특파원 오누키 도모코(39)씨. 한국 결혼식에 갔다가, 식장 입구에 '○○○의 아들·딸'이라고 써붙여 놓은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신랑·신부 이름보다 부모님 이름이 더 크게 써있었어요."

일본도 한국처럼 결혼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일본의 평균 결혼식 비용은 2012년 기준 344만엔(3440만원)이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며 부동산 거품이 빠졌다지만, 지금도 보통 사람은 집 살 때 30년간 대출을 갚아야 한다. 우리와 다른 점은 그 대출을 신랑·신부가 받지, 부모가 받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오누키씨는 "일본 남자들은 '결혼할 때 부모에게 손 벌리면 안 된다'는 의식이 강하고, 여자들도 '부모에게 기대는 남자는 마마보이'라고 안 좋아한다"고 했다.

"한국 부모들은 자녀의 성공을 가족의 성공이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러니 상대방 집안을 따지고, 결국 결혼도 '거래'처럼 변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