寫眞

베트남 전쟁박물관에서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보다

이강기 2016. 5. 3. 16:47

 베트남 전쟁박물관에서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보다

   

                                        

by 정연진·박지은

베트남 호치민에 자리한 '전쟁 박물관'의 전경

머리가 잘린 사람들, 팔다리가 잘린 시체를 든 군인… 전쟁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참혹한 사진이었다. 우리와 베트남 전쟁 박물관의 만남은 이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호치민시에 있는 베트남 전쟁 박물관은 과거 미국과 수교하기 전 '미군전쟁범죄박물관'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지금은 하루에 수백 명이 다녀가는 호치민 필수 관광 명소 중 하나이다. 외국인 입장료는 1만5000동 (한화로 약 700원)이다.

베트남 전쟁 박물관의 실외 전시물. 전쟁에서 사용한 전차, 화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Jean-Pierre Dalbera, 위키피디아]

박물관은 실외 전시관과 실내 전시관으로 구성된다. 실외 전시관에는 베트남 전쟁에서 사용 한 전투기, 탱크, 무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 무기들은 실제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이 사용하다 버리고 간 물자다. 그 중 대포알은 상상 이상으로 커서 이 큰 포탄을 어떻게 쏘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베트남 전쟁 중의 수용소 모습

베트남 전쟁 중의 수용소 모습

실외 전시관에는 전쟁 당시 사용한 포로 수용소를 재현한 시설이 있다. 이 곳은 사람들을 고문하는 데 사용된 도구와 사형 도구 등 잔혹한 전쟁의 참상을 보여준다. 한 쪽에는 단두대가 자리 잡고 있고 건너편에는 사람 모형이 있는 좁은 감옥이 재현되어 있다. 심지어 감옥의 위쪽에는 살아있는 박쥐들이 있어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전쟁박물관 실내전시관

실외 전시관을 지나 실내 전시관으로 가면 현대적인 건물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베트남 전쟁 당시엔 미국 정보부가 사용했다고 한다. 실내 전시관은 3층으로 베트남 전쟁 중에 찍은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다.
 

1층에는 주로 전쟁을 선동하는 포스터와 신문들을 전시해 놓았다면, 2층과 3층은 주로 전쟁 당시의 사진이 전시됐다. 전시된 사진들은 무척 충격적이다. 이 곳은 다른 곳의 전쟁 기념관과는 다르게 전쟁 당시의 잔혹함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Agent Orange' 고엽제 전시관 내부

2층 전시관은 고엽제로 인한 피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전시관은 고엽제의 영어이름 ‘Agent Orange’를 바탕으로 전시관의 벽 전체를 주황색으로 칠해 놓았다. 미군은 베트남 군인들이 숲에 숨어 게릴라전을 펼치지 못하도록 큰 면적의 숲을 파괴했다. 고엽제 사용 전후의 숲을 비교한 사진 전시되어 그 피해량을 확인해볼 수 있다. 그 외의 사진들은 고엽제의 사용으로 인한 질병과 피부병으로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베트남 전쟁 당시 부대배치도

베트남 전쟁 당시 부대배치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의 수를 보여주는 표

전시관 한 켠엔 베트남 전쟁 당시 부대 배치도가 있다. 우리나라의 맹호부대, 백마부대, 청룡부대와 같은 이름도 보였다. 옆에 붙은 표로 참전 군인 수를 보여주는데, 미국과 베트남 이외의 국가 중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군인들이 파병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끔찍한 사진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 잡았지만 관람객들의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박물관에 들어설 때만 해도 웃던 이들이 전시된 사진을 보며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전시관 안에서는 모두 숙연해진다.
 

전쟁 박물관을 둘러보고 난 후 베트남 전쟁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게 되어서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흔히 전쟁을 텔레비전이나 영화로만 보지만, 직접 전쟁 중에 찍힌 사진을 보니 전쟁의 실상은 무척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전쟁은 나쁜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기회가 된다면 전쟁 박물관을 방문하길 권한다.


글·사진=정연진(Saigon South International School 10)·박지은(Korean International School 10)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호치민베트남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