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恐中과 嫌日이 빚은 한국 외교의 모순
조선일보
입력 2017.01.16 03:17
중국, 사드 압박 통해 한국에 바라는 것 명확해
"경제협력만 하지 말고 안보도 중국 쪽에 줄 서라"
韓, 미·일과 한목소리 못 내니 中, 얕잡아보고 우리 흔들어
중국 외교부의 어느 고위 간부는 최근 베이징을 찾아간 민주당 의원들에게 "인민의 감정을 무시하는 정책을 쓸 수 없다"며 한국의 사드(THAAD) 도입에 대한 중국의 각종 보복 조치가 자국의 여론에 근거함을 주장했다. 지난달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한국의 대외정책 컨트롤타워가 붕괴한 이후, 중국은 한국 정부와 소통을 단절하고 사드를 반대하는 야당 인사들과의 공감대를 과시하는가 하면, 중국과 사업을 하는 우리 기업들을 전(全)방위로 압박하여 그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이 마치 한국 정부의 그릇된 판단(즉, 사드 배치)에서 비롯된 것처럼 호도하고 국내 여론의 분열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웃의 일당독재 국가가 민심을 언급하니 어색하고, 한발 더 나아가 옆 나라의 국론 분열을 조장하니 그 의도가 불순해 보인다. 하지만 상대에게 업신여김당할 빌미를 준 것은 우리 자신이니 어찌하랴. "사드를 고집해 북한을 자극할 것이 아니라 미국이 먼저 대북 적대시 정책을 거둬야 한다"는 중국의 궤변에 동조하는 한국의 시민, 학자, 정치인, 언론인이 적지 않다. 지난 9일에는 중국 폭격기 비행편대가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을 넘나들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중국이 한국에 바라는 바는 명확하다. 경제에 이어 안보 문제도 중국 쪽에 줄을 서라는 것이다. 또 한국이 미·일 동맹 편에 서서 중국을 불편하게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한국의 전체 수출 규모에서 중국이 4분의 1 넘게 차지하니 중국 덕분에 밥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지만, 나라의 존립 기반인 안보가 허물어지면 다 소용없는 일이다. 2011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두고 미국 언론들은 백악관의 레드카펫이 이보다 더 붉을 수는 없다며 한·미 관계가 절정에 도달했음을 축하했다. 얼마 뒤 가진 한·중 비공개 고위전략 대화에서 중국 측은 안보의 핵심 파트너는 미국으로 하고 경제협력은 중국을 중시하는 한국의 안미경중(安美經中) 원칙을 잘 이해한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첫 3년 동안 일본과는 거리를 두고 중국을 한번 믿어보자는 '외교적 실험'이 이루어졌다. 순탄치 않은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은 안보 문제에 관한 한, 중국은 믿을 수 없고 일본과의 협력은 긴요하다는 것이다. 한·일 과거사 갈등의 격랑 속에 미국과 일본은 한국이 중국 편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닌지 우려했고, 이러한 분위기에 고무된 중국의 기대치는 더욱 커졌다. 한·일 분쟁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약화시킬 것을 대놓고 요구하고 압박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팽창하는 근육을 주체하지 못하고 감정 조절 기능까지 상실한 중국만 탓하기에는 한국 자신의 전략 부재와 분열상의 책임이 매우 크다.
중국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고 일본을 무조건 거부하는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는 한국 외교 전략의 정석(定石)과 배치된다. 지난 연말 정부는 시민단체가 부산의 일본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을 세우는 계획을 알고도 여론의 뭇매가 두려워 이를 막지 않았다. 일본이 흥분하여 과민 반응한다고 비판하기 전에, 2015년 12월 위안부 문제 타결 조건으로 서울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철거(또는 이전) 노력을 약속받은 일본이 또 다른 소녀상이 자국 공관 앞에 들어서는 것을 어떻게 여길지 지적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인기 영합주의의 결정판인 정치권은
제대로 된 국가 전략도 없이 시류에 영합하고 국민감정에 편승해 권력을 잡으려는 무리가 난무한다. 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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