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태평로] '이웃집 거실에서 자살하기'
입력 : 2017.07.07 03:15
핵 절대 포기 않는다는 北에 어떤 대응책도 결국 실패할 뿐
"핵은 오직 핵으로만 만류"가 70년 핵무기史의 유일한 결론
2006년 7월 4일 북한은 모형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 7기를 동시다발로 발사했다. 이 중 2기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이륙한 지 불과 몇 분 뒤 발사됐다. 미사일 7기는 당시 언론이 추정하던 북한 핵무기 보유량과 맞아떨어졌다. 북한은 디스커버리 이륙을 '발사 스위치'로 사용했다. 우주왕복선 발사를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라고 가정하고 그에 대응하는 미사일 2기를 쏜 것이다.
북한이 보내는 메시지는 만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한국과 일본이 즉각 보복 공격을 당할 것이란 협박이었다. 북한의 민감한 내부 정보를 다뤘던 고위급 탈북자들도 북한 핵미사일의 1차적 공격 목표가 서울과 도쿄라고 말하고 있다.
북한은 '내일이 없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벼랑 끝 전술이다. 잃을 게 없는 자와 절대 싸우지 말라는 것은 전사(戰史)에 나오는 교훈이다. 북한은 이 교훈을 역으로 써먹는다. 북한은 핵무기를 터뜨리지 않고도 사실상 사용하는 중이다. 김씨 일가의 존립을 한국·일본의 안보와 억지로 묶는 듯한 계략을 병행하고 있다.
예일대 교수 폴 브래큰은 북한이 동북아라는 호화로운 거실에서 자기 머리에 총을 겨눈 채 방아쇠를 당기겠다고 위협하는 꼴이라고 했다. 진짜 방아쇠를 당기면 거실 전체가 엉망이 되기 때문에 상대방은 북한을 거칠게 다루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웃집 거실에서 자살하기'라고 했다.
북한은 초불확실성 시대를 활용하고 있다. 핵무장은 김정은에게 집안과 체제를 존속시키는 유일한 동아줄이다. 체제 존속을 보장할 테니 핵무장을 포기하라는 것은 생명을 보존해줄 테니 심장을 꺼내달라는 제안처럼 들릴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갖고 북한을 협상탁(協商卓)에 앉힐 수 있을까. 오히려 북한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우리가 정의의 보검(핵무기)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알고 덤벼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조롱한다. 북한은 자신을 범에 비유하고 대화를 제안하는 한국 정부를 하룻강아지라고 비웃은 적도 있다.
북한은 곧 6차 핵실험을 할 공산이 크다.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을 쓰고 핵 협박을 일삼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은 '레드 라인'을 넘지 말라는 모호한 말만 거듭하고 있을 뿐 단 한 번도 평양을 향해 진지한 최후통첩을 한 적이 없다.
현재 핵보유국은 9국이다. GDP가 1조달러를 넘는 주요 핵보유국이든, 이스라엘·파키스탄·북한 같은 차하위 핵보유국이든 스스로 핵을 반납하고 비핵 선언을 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핵무기는 길을 잘못 들어선 것처럼 얼른 깨닫고 빠져나올 문제가 아니다.
핵무기 없는 세상이 가능할 것처럼 앞장서온 미국의 고립주의도, 전략적 인내도, 봉쇄 정책도 실패했다. 미국의 전략은 상대편이 포기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가할 수 있는지 실험 결과를 채집하는 괴상한 대학원생 논문 같다.
유약한 한국 보수 지도자도, 천진난만한 한국 진보 정권도 내 생명을 100% 지켜줄 것 같지 않다. 그래서 결국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스스로 묻게 된다. 양욱 군사 전문가는 "핵무기는 오로지 핵무기로만 만류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은 지난 70년 동안 핵무기 역사가 보여준 경험칙이다. 나는 한국도 핵무장을 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믿는다.
어떤 한국 정치인이 핵무장만이 해결책이라는 주장을 담아 국민 지지 서명을 받는다면 기꺼이 내 이름을 올릴 것이다. 민간 차원에서 '핵무장에 관한 전략·정치 연구소'를 만들고 기부금을 받는다면 돈을 낼 것이다. 핵무기가 필요 없고 인내와 대화로 적을 설득할 수 있다는 낙관적 믿음은 잔인한 현실 앞에 무참히 깨지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6/20170706033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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