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림이다. 오랜 세월 교과서에 빠짐없이 실렸기 때문이다. 중국 집안 지역에 있는 무용총의 '수렵도'인데, 5세기 후반 고구려 무사들이 훈련 삼아 호랑이 사냥을 하는 모습이다. 무사들은 말을 탄 채 달려가는 호랑이를 향해 화살을 겨눈다. 북방 고구려 사람들의 거친 기상이 물씬하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개를 발견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기마 인물과 호랑이에 시선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중앙의 검정 말 아래를 보면 검은 개가 무사와 함께 호랑이를 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꼬리가 펼쳐져 있고 보폭이 크다. 개는 늑대를 조상으로 하는 동물이라 지구력이 호랑이보다 뛰어나다.
개는 인류역사의 거의 전 시대에 걸쳐 사람의 친구였다. 이 그림을 통해 고구려 시대에도 개가 사람의 반려였음을 알 수 있다. 다가오는 2018년은 개의 해 '무술년(戊戌年)'이다. 옛 그림 속에 등장하는 개의 모습을 찾아보자.
고구려 그림을 하나 더 보자. 황해도 안악에 있는 고분 벽화다. 기록을 통해 그림을 그린 시기가 서기 357년으로 확인됐다. 그림은 부엌을 그린 것인데, 무덤의 주인이 살던 곳을 그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부엌 아궁이에는 불이 활활 타고 아낙네가 큰 솥을 걸어 놓고 요리를 하고 있다. 그 앞에 개 두 마리가 보인다. 흐릿하지만 검고, 귀가 뾰족하며, 꼬리는 말리지 않고 펼쳐져 있는 모습이 뚜렷하다. 위 수렵도에서 사냥터를 누비는 개와 거의 같다. 고구려의 사냥개는 임무를 마치고 나면 저런 공간에서 휴식했던 모양이다.
조선 민화의 한 종류로 개를 그린 '문배도'(門排圖)다. 문배도는 문에 붙이는 그림이라는 뜻으로 액운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대문에 이런 그림이 붙어 있으면 한결 생동감 있고 예술적 운치가 있었을 것이다.
조선의 민화에는 동물이 다양하게 등장했는데, 호랑이, 사자, 개, 용, 잉어 등이 주인공이었다. 민화에는 모두 액을 막고 경사가 오기를 바라는 믿음이 담겨 있었으나 차차 장식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이 그림도 문배도다. 범이나 상상 속의 동물을 그린 것 같다. 개 그림에 비해 화려하다.
'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란 영의정·좌의정·우의정 삼공이 전원의 생활을 누리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김홍도가 그린 이 그림은 길이가 4m가 넘는 대작인데 담장 너머에는 산과 들판과 바다가 펼쳐지는 자연을 그리고 있다.
기와집 안에는 삼공이 각기 기거하고 노루와 학, 닭 등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는데 역시 개가 빠지지 않는다. 처마 아래 두 마리의 개는 닭이 모이를 쪼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림에서 빠졌다면 허전했을 것이다.
조선 민초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논밭인지 작업장인지 알 수 없으나, 모두 흡족하게 먹고 마시고 있다. 총각 하나는 술병을 들고 어른들의 시중을 기다리고, 갓난아기도 엄마 젖을 빨고 있다. 그리고, 개도 있다. 물론 순서는 좀 기다려야 한다. 저 선량한 사람들은 개도 배불리 먹일 게 틀림없다. 개는 그것을 아는 듯 보채지 않고 점잖게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