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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된다면 뭐든지… 개들의 ‘개만도 못한 삶’

이강기 2018. 4. 14. 07:48
동아일보
입력 2018-04-14 03:00수정 2018-04-14 03:00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하재영 지음/316쪽·1만5000원·창비

개 번식장, 유기견 보호소, 개 농장, 도살장…. 처음 듣는 이름도 아니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의 잔인함과 ‘사람은 돈이 된다면 정말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동물인가’ 하는 회의감에 빠지게 된다. 더 섬세한 사람들은 인간 혐오를 느낄 수도 있을 듯.

이 책은 갈 곳이 없어진 강아지 ‘피피’를 기르게 되면서 유기견에게 관심을 갖게 된 저자의 생생한 고발 르포다. 2013년부터 동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유기견 보호소 운영자, 육견업자, 번식업자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 국내 개 산업의 놀랍고도 처참한 실태를 그려냈다.


30년 경력의 한 육견업자의 증언을 통해 우리는 왜 이 산업이 그토록 잔혹하고 비정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존속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걸 누가 모르나?’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액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다못해 개 사료까지도 식당의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주기 때문에 되레 ‘돈을 받고’ 가져온다는 것. 중간 마진을 줄이기 위해 직접 개를 잡아 식당에 납품하고, 어떤 방법으로 도살해도 개는 축산물이 아니기 때문에 법에 걸리지도 않는다. 육견업자 김모 씨가 설명하는 도살 과정을 보면 손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다. 읽기는 매우 불편하지만 이 같은 현실을 아는 사람이 많아야 해결책도 나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힘들어도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이 초등학교 교육 교재로 사용된다면 아마 몇십 년 후 우리나라 반려견 문화나 생명을 대하는 수준은 월등히 올라가 있을 것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문득문득 살짝 보이는 행간에서 그래도 이 현실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어르신도 개고기 드세요?” 한참 만에 내가(저자) 물었다. 김 씨(육견업자)는 내 얼굴을 힐끗 쳐다본 뒤 먼 산으로 눈을 돌렸다. “안 먹어.” “왜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개 짖는 소리에 묻혀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도 모르지만.(본문 중에서)’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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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Main/3/all/20180414/89606269/1#csidx25fc7b923d7619e9d91bbf308dd19d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