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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 어떻게 국제전쟁으로 비화했나

이강기 2018. 4. 15. 23:03

시리아 내전 어떻게 국제전쟁으로 비화했나

                                        
 
미 국방부가 공개한 미국, 프랑스, 영국 연합군의 시리아 공습 내용. [AP=연합뉴스]

미 국방부가 공개한 미국, 프랑스, 영국 연합군의 시리아 공습 내용. [AP=연합뉴스]

 “미군은 러시아 용병을 공격하고, 이란과 이스라엘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터키군은 크루드인을 살해하고 있다. 시리아는 '모두의 모두에 대한 전쟁'이 돼가고 있다.”
 
 노아 펠드먼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2월 시리아 사태를 블룸버그 칼럼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시리아 내전이 국제전쟁으로 비화하면서 해법을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랍의 봄' 시위 아스드 정부 유혈 진압하자 내전 발발
알라위파 집권세력에 대한 다수 수니파 불만도 배경
이란 아사드 지원하자 사우디 등 미 동맹은 반군 지원
러시아 참전에 美 IS 격퇴전 나서며 '모두의 전쟁' 돼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연합해 시리아에 공습을 가하기까지 이른 시리아 내전은 당초 소수 민족을 대표하는 정권과 그 정권에 반대하는 대다수 사이의 갈등으로 촉발됐다.
2011년 튀니지와 이집트 등에서 대통령을 무너뜨린 ‘아랍의 봄’ 시위가 발생하자 시리아의 반정부 인사들은 희망을 품었다. 같은 해 3월 아랍의 봄을 지지하는 내용을 소년 15명이 그라피티 형태로 그리자,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이들을 억류했다. 소년 중 한 명인 13살 아이가 고문당한 후 살해되자 대중의 분노가 표출되기 시작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왼쪽부터) 등에 반대하는 시위대. [AFP=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왼쪽부터) 등에 반대하는 시위대. [AFP=연합뉴스]

 
 아사드 대통령은 시위자 수백명을 사살하는 등 무력 대응했다. 같은 해 7월 군 출신 인사들이 정부 타도를 목표로 반군 단체를 설립하면서 시리아는 내전에 휩싸였다.
 
 대부분의 시리아인은 수니파 무슬림이지만 아사드를 포함해 군과 정보부 요직을 차지한 이들은 알라위파다. 과거 알라위파는 수니파 세력에게 박해를 받았지만 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가 1970년 쿠데타로 정권을 차지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알라위파의 지배를 받게 된 수니파의 불만이라는 종파적 갈등이 당초 내전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시리아에서 일어난 전쟁은 외부 세력에게 개입 명분을 제공했다.
먼저 1980년부터 동맹 관계를 맺은 시아파 맹주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가자지구의 하마스 등 무장단체에 무기와 물품을 전달하는 통로로 시리아를 이용했다. 이 대가로 아사드 정권은 이란으로부터 군사적, 정치적 지원을 받아왔다. 
 
 이란 지도자들은 아사드에 대한 반란이 그들에게도 위협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12년 이란은 헤즈볼라를 파견해 아사드를 도와 반군과 싸우도록 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미국 등의 시리아 공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가 미국 등의 시리아 공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이 시리아에 적극 개입하자 미국과 가까운 중동의 동맹국들에 아사드 정권은 공적으로 떠올랐다. 이란과 주도권 경쟁을 벌여온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수니파 국가들은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013년 아랍연맹 회원국들은 시리아 반군을 돕기로 결정했고, 그해 사우디는 대전차 미사일 400개를 반군에 제공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이 무렵부터 시리아 분쟁은 이미 내전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이란과 미국의 걸프만 동맹국 간 대결로 번진 것이다.
  
 국제전 구도로 확대된 시리아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 간 대결 구도로 이어졌다. 시리아와 러시아는 냉전 시대 이전부터 끈끈한 관계를 맺었다. 옛소련은 1960년대 시리아군을 창설하는데 기여했다.  

1945년 프랑스가 시리아에 대한 위임 통치를 끝내고 떠난 뒤 소련의 사회주의가 아랍권에 영향을 미치면서 수니파가 주도하던 시리아에 종파를 따지지 않는 정당이 생겨났다. 사회주의 성향 정당에 가입해 활동한 이가 바로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이자 현 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다.
 
 아사드 정권을 계속 지원하면서 소련은 시리아를 중동 지역의 교두보로 확보했다. 아직도 시리아는 러시아가 중동에서 가진 거의 유일한 군사적 발판이다. 러시아는 타르투스에 해군 기지를 갖고 있고 아사드 정권에 무기를 팔아왔다. 2006~2010년에만 시리아 무기 수입의 48%를 러시아가 차지했다고 인터넷매체 복스(Vox)가 보도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바샤르 알 아스드 시리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바샤르 알 아스드 시리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중동과 유럽으로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는 ‘현대판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아사드의 패배는 전략적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시리아 전쟁 발발 이후 시민들에 대한 잔인한 진압을 비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등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보호자 역할을 자임했다. 
 
 푸틴은 이후 첨단 방공시스템을 판매하고 공격용 헬리콥터도 팔았다. 급기야 2015년 8월 직접 참전했다. 러시아의 전투기가 반군을 공습하고 특수 부대가 시리아군과 함께 움직였다. 시리아에 있는 러시아 병사를 1만명으로 추정하는 전문가도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는 아사드 퇴출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정책을 택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언급을 자주 내놓긴 했지만 깊숙이 개입하지는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화학무기 공격을 미군의 군사 개입과 관련한 ‘레드 라인'으로 설정했다. 2013년 8월 아사드 정부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구타 지역에 사린가스 공격을 가해 1400여 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대부분 사망자는 민간인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 [AP=연합뉴스]

 
 하지만 사린 가스 발사 후 러시아는 미국에 탈출구를 제시했다. 미국이 아사드를 공격하지 않을 경우 시리아가 화학 무기를 포기하고 국제사찰을 수용하도록 하겠다고 중재한 것이다. 시리아 전문가인 에밀 호 카옌은 “오바마가 2013년 화학 무기 협상을 하려 하자 러시아는 그들이 시리아 전쟁에서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이라크의 무장세력이 시리아에 자리를 잡고 미국 기자 2명이 참수되자 오바마 정부는 2014년 9월 이슬람국가(IS) 파괴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공습을 통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와 싸우는 군대를 지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리아 반군은 아사드와 싸우는 데 집중해 IS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미국은 터키 국경 근처 시리아 북부에서 독립국 건설을 추구하던 쿠르드족을 동맹으로 삼고 군사적 지원에 제공했다. 공습과 함께 미 특수부대가 쿠르드족과 함께 작전을 진행했다.
미국 등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 연구소. [AP=연합뉴스]

미국 등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 연구소.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도 2013년 트위터에 “시리아를 공격하지 말라. 그런 일을 하면 미국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도 아사드의 시리아 통치가 반군이 승리했을 때보다 나을 수 있다고도 했고, 시리아 철군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화학무기 공격이 일어나면서 트럼프의 태도가 바뀌었다. 지난해 4월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80명 이상이 숨지자 지중해 구축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공습을 주도하며 또다시 아사드 정권에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려고 시도했다.
 
 러시아의 참전 이후 아사드는 알레포 등 반군 장악 지역을 거의 회복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라 칼린은 지난 2월 미 의회에서 “아사드는 권력에 머물기 위한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말했다.


미 함정에서 시리아 화학무기 시설 등을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함정에서 시리아 화학무기 시설 등을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은 “장전돼 있다"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이 서방 동맹국과 함께 아사드에 대한 압박에 그칠 것인지, 향후 얼마나 더 깊숙이 개입할 것인지에 따라 650만 명의 난민을 낳은 시리아 사태의 추이가 결정될 전망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