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칼럼니스트 새뮤얼 프리드먼
"비민주적인 정권일수록 가짜 뉴스란 프레임 씌워… 더 정직한 기사로 대응해야"
"권력은 정확하고 진실한 뉴스에도 자신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가짜 뉴스'라는 말을 붙이죠. 미국에서조차 권력자가 동의하지 않는 뉴스, 권력을 비판하는 뉴스가 가짜 뉴스가 됩니다. 전 세계적 현상입니다."
새뮤얼 프리드먼(63)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1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 강연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언론관을 비판했다. 이날은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황해도 삭간몰에 미사일 기지를 운영해왔다고 폭로한 NYT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몰아붙인 직후였다.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 교수이자 2008년 국내 번역된 저널리즘 입문서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 저자로도 유명한 그는 이날 삼성언론재단이 주관하고, 한국기자협회·한국언론학회가 공동 주최한 콘퍼런스 강연자로 참석했다. 지방지 인턴기자로 시작해 NYT 탐사기자로 이름을 떨친 그가 지금까지 펴낸 논픽션 7권은 모두 NYT 선정 '올해 최고의 책'에 선정됐고, 1997년에는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제는 소셜미디어나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언론인이 될 수 있다"며 입을 뗀 그는, "온라인은 자유롭게 독자들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제되지 않은 글, 부정확한 기사로 인한 피해도 발생한다"며 "마크 저커버그나 잭 도시 같은 소셜미디어 책임자들에게 법적 규제를 지울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이 비판적 미디어를 '가짜 뉴스'라 매도하는 현상 역시 디지털화에 수반된 현상이다. 그는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비(非)민주적인 정권일수록 진실한 보도에 가짜 뉴스란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며 "이는 미디어의 역할을 끌어내리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런 때일수록 더 정확하고 정직한 기사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 프리드먼 교수는 "엄청난 양의 뉴스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사실에 기반한 정직하고 질(質) 높은 콘텐츠는 오히려 희소성을 가질 것"이라며 "기자들에겐 훌륭한 기사를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했다.
포털이 온라인에서 공짜 뉴스를 유통하며 수익을 독점하는 구조에 대해서도 "뉴스는 기자들이 생산하는데 광고비 등의 수익은 구글, 네이버 같은 포털이 가져간다"며 쓴소리를 했다. 프리드먼 교수는 과거 불법 음원서비스 시장이 유료화 모델로 개선된 것을 예로 들며 "토렌트 등에서 공짜로 노래
를 내려받아 듣던 사람들이 지금은 애플 아이튠스 등 음원 플랫폼에 결제한다"면서, "NYT나 워싱턴포스트 등에서 성공한 부분적 유료화 모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연이 끝난 뒤 프리드먼 교수가 한글로 '외국인'이라고 적힌 모자를 꺼내서 쓰자, 청중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것은 가짜 뉴스가 아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