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의 기자회견 휴업…기자와 말싸움하는 대통령이 부럽다
동아읾보, 2018-11-28 03:00수정 2018-11-28 09:21
[오늘과 내일/이진영]
동아일보DB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를 3주째 열지 않았다. 참모진의 보고 참사와 기강 해이에 대통령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보회의는 문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하며 취임 초부터 공들인 회의체다. 대통령의 수보회의 모두발언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돼 주요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창구 역할도 해왔다.
그런데 참모들과 소통하는 수보회의 휴업보다 심각한 게 있다. 국민과의 소통 기회인 기자회견 휴업이다. 문 대통령의 공식 기자회견은 취임 후 모두 5회로 월평균 0.26회다. 미국, 프랑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을 포함한 숫자다. 간간이 ‘위안부 태스크포스(TF) 조사결과에 대한 대통령 입장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관련 대통령 입장문’ 등 일방적인 의견 표명은 했지만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도 없었다.
같은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것은 대통령의 중요한 의무다. 기자를 싫어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1월 취임 후 공식 기자회견을 38회 가졌다. 대부분 공동 기자회견이지만 어쨌든 월평균 1.65회다. CNN 기자와 삿대질하며 말싸움을 벌였던 7일 기자회견이 가장 최근 행사였다. 중간선거 후 열린 이날 회견은 1시간 27분간 진행돼 66쪽 분량의 녹취록으로 남았다. CNN 기자와의 설전이 두드러지긴 했지만 비좁은 브리핑룸에서, 배석한 참모들도 없이, 혼자서 100개가 넘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모든 현안을 꿰고 국정을 장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비공식 기자간담회도 취임 후 20회 넘게 했다. 정상회담 시작 전이나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할 때도 있고, 외부 행사장에서 기자들이 질문하면 “망해가는 신문사가…” 하고 험한 말을 하면서도 피하지는 않는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녹취록은 모두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라온다. 공식 기자회견조차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빼고 준비된 모두발언만 업로드하는 청와대와는 대조적이다.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1913년 윌슨 대통령 시절에 시작돼 100년 넘게 이어온 전통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함으로써 대통령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에 화내고 웃는지, 리더십은 어떤지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매월 6회 안팎의 기자회견을 했다. 1955년 아이젠하워 대통령부터 기자회견이 TV로 방송되면서 부담이 되자 월평균 2회 안팎으로 줄였다.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스캔들, 클린턴 대통령은 르윈스키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됐을 때도 생방송 기자회견을 거르지 않았다.
그런데 참모들과 소통하는 수보회의 휴업보다 심각한 게 있다. 국민과의 소통 기회인 기자회견 휴업이다. 문 대통령의 공식 기자회견은 취임 후 모두 5회로 월평균 0.26회다. 미국, 프랑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을 포함한 숫자다. 간간이 ‘위안부 태스크포스(TF) 조사결과에 대한 대통령 입장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관련 대통령 입장문’ 등 일방적인 의견 표명은 했지만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도 없었다.
같은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것은 대통령의 중요한 의무다. 기자를 싫어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1월 취임 후 공식 기자회견을 38회 가졌다. 대부분 공동 기자회견이지만 어쨌든 월평균 1.65회다. CNN 기자와 삿대질하며 말싸움을 벌였던 7일 기자회견이 가장 최근 행사였다. 중간선거 후 열린 이날 회견은 1시간 27분간 진행돼 66쪽 분량의 녹취록으로 남았다. CNN 기자와의 설전이 두드러지긴 했지만 비좁은 브리핑룸에서, 배석한 참모들도 없이, 혼자서 100개가 넘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모든 현안을 꿰고 국정을 장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비공식 기자간담회도 취임 후 20회 넘게 했다. 정상회담 시작 전이나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할 때도 있고, 외부 행사장에서 기자들이 질문하면 “망해가는 신문사가…” 하고 험한 말을 하면서도 피하지는 않는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녹취록은 모두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라온다. 공식 기자회견조차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빼고 준비된 모두발언만 업로드하는 청와대와는 대조적이다.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1913년 윌슨 대통령 시절에 시작돼 100년 넘게 이어온 전통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함으로써 대통령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에 화내고 웃는지, 리더십은 어떤지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매월 6회 안팎의 기자회견을 했다. 1955년 아이젠하워 대통령부터 기자회견이 TV로 방송되면서 부담이 되자 월평균 2회 안팎으로 줄였다.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스캔들, 클린턴 대통령은 르윈스키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됐을 때도 생방송 기자회견을 거르지 않았다.
관훈저널은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논란이 일었던 2015년 봄호 특집기사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 기자회견 변천사’에서 문민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나아지긴 했지만 달라지진 않았다’고 혹평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매달 정례 기자회견을 한 이는 김대중 대통령이 유일했는데 그마저도 1999년 옷 로비 사건이 터지면서 빈도를 줄였다.
“대통령이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기자회견을 했더라면 국민이 궁금해하거나 답답한 문제가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귀찮아했고 비서진은 기자회견을 두려워했다. 호가호위하는 비서진의 인의 장막에 의하여 대통령이 국민과 고절되어 있을 때 정치가 잘될 리가 만무하다.”
“대통령이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기자회견을 했더라면 국민이 궁금해하거나 답답한 문제가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귀찮아했고 비서진은 기자회견을 두려워했다. 호가호위하는 비서진의 인의 장막에 의하여 대통령이 국민과 고절되어 있을 때 정치가 잘될 리가 만무하다.”
동아일보가 박정희 대통령 취임 이듬해인 1964년 2월 17일 게재한 사설이다. 사설 속 대통령은 ‘이승만’인데 ‘문재인’으로 바꿔 읽어도 무리가 없으니 답답하다.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ecolee@donga.com
'政治, 外交' 카테고리의 다른 글
“文정부 포퓰리즘 유혹 못 떨치면 경제 파탄, 극우정권 온다” (0) | 2019.01.17 |
---|---|
Finer points of murder - A history of assassination (0) | 2019.01.10 |
"권력을 비판하면 가짜 뉴스가 되는 세상" (0) | 2018.11.16 |
“문재인 정부는 자유민주라는 국가 정체성을 해체하는 길로 가고 있다!” (0) | 2018.10.30 |
거꾸로 돈 정치시계 - 3김정치 시대 이후의 민주주의 (0) | 2018.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