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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語 - 古代 게르만족 언어가 경제적 가치 6171兆 되기까지

이강기 2019. 2. 23. 08:42

古代 게르만족 언어가 경제적 가치 6171兆 되기까지

조선일보
  • 곽아람 기자
    • 입력 2019.02.23 03:00

    전세계 15억명이 사용하는 영어
    5세기부터 여러 수난 겪으며 프랑스어 등 각종 언어 흡수해 세계어로 성장한 과정 생생히 그려

                      
    영어의 힘|멜빈 브래그 지음|김명숙·문안나 옮김|사이|504쪽|1만9500원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은 전 세계 3억8000만명. 만다린 중국어(베이징어)를 모국어로 쓰는 인구(10억명)의 절반도 안 된다. 그러나 영어를 제2·제3언어로 사용하거나, 중요한 외국어로 활용하는 사람까지 합치면 전 세계 영어 사용자 수는 15억명이 넘는다. 국제시장에서 영어의 경제적 가치는 6171조4241억원. 독일어(2745조8800억원), 일본어(1845조5204억원), 중국어(647조4496억원)에 비해 단연 힘이 세다. 영어는 세계 상거래 시장의 기본 언어이며 UN과 북대서양조약기구,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에서 사용하는 공식어 중 첫째 언어이기도 하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BBC 방송사 프로듀서로 일하는 저자는 5세기부터 현재까지 영어라는 언어가 헤쳐온 길을 모험과 성장담의 구조로 소개한다. 저자는 '영어의 여정' '영어의 모험' 등 영어의 역사를 다룬 프로그램을 제작해 호평 받았다. 책은 그 프로들을 바탕으로 썼다.

    5세기, 훗날 영어가 된 언어가 게르만족 전사들과 함께 당시 '브리타니아'로 불리던 영국에 도착한다. 침략자 게르만족은 자신들의 언어를 엄격하게 관리, 유지했다. 영어 단어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100개의 단어는 거의 모두가 게르만족 언어에서 유래한 '고대 영어'에서 왔다. 'the', 'of', 'and', 'is', 'you' 등이다.

    1066년 헤이스팅스 전투에서 영국이 노르만족에 대패하면서, 영어는 첫 번째 위기를 겪는다. 노르만족은 프랑스어를 강요했고, 300년간 1만개에 달하는 프랑스어가 영어를 식민화했다. 권력을 장악한 자들은 자신들의 언어로 새로운 질서를 기술했다. 'army(군대)', 'soldier(병사)' 등 전쟁 관련 어휘들은 모두 정복자들로부터 나왔다. 법률 용어 등 사회를 규제하고 위계를 실행하는 단어들은 프랑스어가 차지했다. 성직자나 상류층은 라틴어를 썼다. '거리의 언어'로 홀대받던 영어는 영국에서 겨우 3등에 머물렀다.

    영어 간판이 즐비한 뉴욕 타임스스퀘어.
    영어 간판이 즐비한 뉴욕 타임스스퀘어. 5세기 게르만족이 영국 땅에 가져온 영어는 17세기 청교도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미국의 자본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제패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중세에 영어의 봄날이 왔다. 흑사병으로 수많은 성직자가 목숨을 잃자 라틴어의 지배력이 약화됐다. 농민 반란은 '민중의 언어'이던 영어에 힘을 실었다. 1399년 헨리 4세가 왕좌에 앉으면서 영어는 '왕실 언어'로서의 자리를 되찾는다.

    영국에서 패권을 되찾은 영어는 셰익스피어라는 걸출한 시인을 통해 정교하게 다듬어진 뒤 17세기 미국을 자신들의 상속자로 삼으며 다시 한 번 입지를 다진다. 종교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간 청교도인들은 영어로 된 성경을 목숨처럼 여겼다. 선교라는 사명 아래 영어는 미 대륙에 뿌리 내렸다. 서부 개척 시대 탐험가들은 서부의 낯선 풍광을 기록하기 위해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 내면서 영어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노예 무역과 함께 흑인 영어도 발달했다. 'very clean' 대신 'clean clean'을 사용하는 것처럼 강조를 위해 형용사 두 개를 반복하거나 동사를 연속 나열하는 흑인 영어는 열등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19세기 말~20세기 초 재즈 등 대중문화를 통해 사회 중심 영역으로 들어왔다. 20세기 젊은이들은 미국 흑인 영어를 세대의 상징으로까지 여겼다. 'cool(근사한)'이 대표적인 예다. 20세기 후반 미국 대중문화가 전 세계를 파고들면서 영어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된다.

    지루해지기 십상인 언어 발달사가 뛰어난 스토리텔링 덕에 생동감 넘치는 역사극으로 거듭났 다. 저자는 15만명이 쓰는 게르만족 방언에 불과했던 영어가 프랑스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를 빨아들이며 '세계어'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다. 영어를 제2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 수가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 수를 능가하면서, 영어의 미래가 제2 언어 사용자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란 관점도 흥미롭다. 원제 The Adventure of English.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2/201902220269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