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상담가 윌리엄슨
"도덕적으로 봉기하라" 트럼프 이기는 법 소리 높여… "민주당 경선 2차 토론 승자"
지난달 30일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의 TV 토론이 끝난 뒤, 미국인들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후보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도 아니었다. 메리앤 윌리엄슨(67)이라는 생소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출판계에서는 제법 이름을 알렸다.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에 오른 4권의 인생 위기 극복 방안 저서와 '미국 정신의 치료' '사랑의 정치학' 등 13권의 책을 썼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의 정신적 조언가로서도 이름이 알려졌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가 집계한 그의 민주당 대선 후보 가능성은 평균 0.3%에 불과하다.
윌리엄슨이 2차 토론에서 스타로 떠오른 까닭은 그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미국 사회에 '어두운 영(靈)의 세력(dark psychic force)'을 불러낸 인물로 규정하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민주당이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주장을 폈기 때문이다. 후보들이 약 30분간 전 국민 의료보험 채택 방안을 놓고 상대방 계획을 깎아내리는 '토론 승리'에만 매달린 상황에서 윌리엄슨은 "만약 의료보험 정책이 우리가 공화당과 맞붙을 큰 이슈라면, 공화당은 다른 모든 것에서 우리 입을 막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종차별·편협성 등은 미국에서 취약한 부분"이라며 "민주당이 이런 미덥잖은 상태로 트럼프가 불러낸 집단적 증오라는 '어두운 영의 세력'과 대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민주당은 '매우 어두운 날'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윌리엄슨은 또 "2016년 트럼프는 계획이 아니라 메시지로 이겼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트럼프 이기기' 비책(�策)은 이랬다. "우리의 대통령인 이 사람은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다. 이전투구 정치나 지적 수준을 과시하는 토론으로는 제도화·집단화한 증오나 백인우월주의를 이길 수 없다. 미국인의 도덕적 봉기라는, 동등하게 강력한 힘의 현상으로 맞서야 한다."
구체적이기보다는 '영적'인 발언이었다. 하지만 윌리엄슨이 트럼프를 영화 '스타워즈'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어두운 영의 세력'에 연관지은 것은 토론 이후에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미 주요 언론은 윌리엄슨이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트럼프가 문화적으로 완전히 바꿔버린 미국 사회에서 '대선 승리'를 해야 한다는 본질을 적확하게 짚어 토론의 '실질적 승자'가 됐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의 보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지난 1일 '윌리엄슨은 트럼프를 이기는 법을 안다'는 제목의 글에서 "트럼프가 미국의 기존 가치와는 정반대 쪽에 있는 한, 민주당은 품위를 지키는 봉기를 이끌어야 한다"며 "지도자는 한 나라의 모든 국민을 대변한다는 통일성, 정직과 다양성 존중, 공감과 친절 등 우리가 아직 공유하는 가치를 미국인에게 다시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윌리엄슨은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전혀 없지만, 후보가 될
사람은 상대의 허점을 캐는 데 시간 쏟지 말고 그의 말에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가세했다. 방향은 정반대였다. 그는 "윌리엄슨은 민주당 붕괴의 전조(前兆)"라며 "다른 민주당 후보들도 윌리엄슨이 미친 행동으로 얻은 파장을 보고 모방하려 들겠지만, 이는 아직 미치지 않은 이들을 더욱 두렵게 만들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