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전쟁터로 몰아넣은 정부가 뒤에서 총질하며 기업 힘을 빼고 있다
이런 정부를 믿고 전쟁을 치러도 되나
정부 당국자들이 "일본도 아파할 게 많다"고 하길래 뭐라도 쥐고 있기를 간절히 기대했다. 그러나 '비장의 카드'는 없었다. 남북 경협으로 일본을 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말은 사람들을 절망시켰다. 적이 문밖에 와 있는데 몇 년, 몇십 년 걸릴지 모를 북한 특수(特需) 얘기를 하고 있다. 세계 3위 경제 대국과의 협력은 단절하면서 세계 최빈국 북한이 대안이라고 한다. 이렇게까지 상황 판단이 허무하고 관념적일지는 몰랐다. 이런 정부를 믿고 전쟁을 치러도 되나.
일본과의 경제 전쟁은 해선 안 될 싸움이었다. 두 나라 정권이 도박과도 같은 치킨게임을 벌이며 양 국민과 기업을 전쟁터로 몰아넣었다. 외교 이슈를 경제로 보복한 아베 정권의 선전포고는 비열한 도발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아베의 책략에 말려 도발을 못 막은 것은 문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이다. 큰 국익을 보며 전략적으로 대응했다면 일본이 도발하고 싶어도 명분이 없었을 것이다. 감정적 반일에 불타는 편협한 정권이 대한민국을 외통수로 몰아넣었다. 이제 우리는 국가 운명이 걸린 힘겨운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전쟁은 경제·산업·금융에서 외교·안보까지 전방위로 펼쳐지는 장기 전면전이 될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싸워야 하고, 싸울 수밖에 없다면 이겨야 한다. 두 정권이 끝내 전쟁을 고집한다면 우리 앞에 남는 선택지는 견디고 버텨 살아남는 것밖에 없다. 이기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냉정함이다. 이제 막 총성이 울렸을 뿐인데 마치 다 이긴 것 같은 낙관론이 난무하고 있다. 집권 여당은 "아베가 사면초가에 몰렸다"거나 "일본은 곧 망할 것"이라며 '정신승리' 화법에 빠졌다. 관제(官製) 매체들은 "우리의 결연한 대응에 일본이 당황하고 있다"는 식의 가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임진왜란 때 신립 장군은 "왜놈 조총은 쏘는 대로 다 맞는답디까"라고 했다. 그 조총에 의해 신립의 기마부대가 궤멸당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은 필패(必敗)로 가는 길이다.
낙관은커녕 우리가 처한 현실은 불리한 조건으로 가득 차 있다. 주력 전사(戰士)로 뛰어야 할 기업 역량부터 절대 열세다. 우리 기업들 경쟁력은 만만치 않지만 일본에는 미치지 못한다. 일본이 기술 우위에 있고 더 핵심적인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일본이 소재 3개를 조였을 뿐인데 대표 기업 삼성전자가 흔들리고 있다. 일본은 한국 제조업의 소재·부품 재고를 바닥나게 한 뒤 조였다 풀었다 하며 농락할 것이다. 우리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관념조차 졸업하지 못했다. 일본 청년들은 한 분야를 파고들며 전문가의 길을 걷는데, 우리 젊은이들은 공무원 시험에 청춘을 바치고 있다. 기술을 냉대하고 전문가가 푸대접받는 나라가 무슨 수로 기술 봉쇄를 돌파한다는 말인가.
유일한 희망은 기업들이 죽을 힘을 다해 선전해주는 것뿐이다. 기업들이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남아 일본이 노리는 산업 생태계를 온전히 지켜줘야 한다. 기막힌 것은 기업들이 밖과 싸우기도 전에 내부의 적 때문에 기진맥진한다는 것이다. 전쟁을 하겠다는 정부가 인건비를 높이고, 세금을 늘리고, 근로시간을 강제 단축하고, 최악의 노동·환경 기준을 들이대며 기업들 힘을 빼고 있다. 일본 기업은 다 하는데 한국 기업들은 규제 때문에 꼼짝도 못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방위 적폐 수사는 기업 경영을 불확실성으로 몰아넣고 있다. 안 그래도 벅찬 싸움인데 팔다리 묶어놓고 나가 싸우라 하고 있다.
일본이 선전포고하던 날, 한국에선 국책 연구소가 '불 꺼진 사무실'로 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 52시간제가 확대되면서 연구원들이 오후 6시에 칼퇴근하기 시작했다. 밤새워 연구해도 될까말까인데 정부가 강제로 연구자들을 사무실에서 내쫓고 있다. 새 검찰총장은 '공정경쟁'을 내세우며 기업 수사를 강화하겠다 한다. 노동권력을 더 비대하게 할 국제노동기구 협약 비준도 강행키로 했다. 정부가 앞장서 기업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자해극을 벌이고 있다. 기업을 전쟁터에 떠밀어 놓고 등 뒤에서 총질해대는 것과 다름없다. 전쟁에서 이길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서울의 한 구청장이 '노(No) 재팬' 캠페인을 벌이려다 상인들 반발에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 시각 일본 지자체들은 한국 항공사를 찾아와 한·일 노선을 없애지 말라고 로비를 벌였다고 한다. 어느 쪽이 이기는 게임을 하고 있는지는 자명하다.
이 정권은 '말(
言)'로 일본과 싸우고 있다. 실력을 키우고 힘을 보탤 노력은 소홀히 하면서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한다. 방사능과 도쿄 올림픽 보이콧, 일본 패망론까지 들고 나와 말로 포화를 퍼붓고 있다. 우리끼리 듣기엔 시원 통쾌하지만 이것이 일본에 타격 입힐 무기가 될 수는 없다. '말의 싸움'에선 우리가 이기고 있다. 그러나 전쟁은 결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