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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載瑞교수 손녀 수전 최, 美 최고권위 全美도서상 수상

이강기 2019. 12. 4. 10:45

"아버지가 겪은 참혹한 6·25… 내 소설의 시작이었죠"

조선일보
    입력 2019.12.04 03:01

'수전 최'
1980년대 고등학교를 무대로 한 소설 '트러스트 엑서사이스'로 美 최고 권위 전미도서상 수상
"아버지를 데뷔작에 담았으니 차기작엔 할아버지의 삶 그릴 것"

"소설 비슷한 것을 끼적이던 어린 시절이나 건강식품점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던 스무 살, 심지어 첫 책을 낸 서른에도 제가 책과 글쓰기가 중심인 인생을 살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s) 시상식에서 올해 수상자인 한국계 소설가 수전 최(50)가 벅찬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말했다. 전미도서상은 퓰리처상과 함께 미국 최고 권위 문학상으로 꼽힌다. 심사위원회는 수상작인 소설 '트러스트 엑서사이스(Trust exercise)'에 대해 "시의적절하고 매혹적인 이야기와 지적이고 엄밀한 기술의 조합"이라고 평했다. 1980년대 예술고등학교를 무대로 한 소설 '트러스트…'로 미국 문단의 중심에 선 수전 최를 이메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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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미도서상 시상식에 참석한 수전 최. 그는 “(2014년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초청돼)한국을 방문했던 경험은 매우 즐거웠고, 언젠가 또 한국에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AP 연합뉴스

예일대 강사이기도 한 최 작가는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최창 교수와 유대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국 이름은 최인자. 예일대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1998년 소설 '외국인 학생'으로 데뷔한다. '외국인 학생'은 6·25전쟁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 남성의 이야기. 아버지인 최창 교수를 모델로 했다. 수전 최는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아버지는 서울에 살면서 한국전쟁을 겪었던 놀라운 경험을 들려줬다"면서 "아버지의 기억들이 모두 내 첫 번째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고 했다.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했을 때 집 계단 아래 며칠 동안 숨어 지냈던 일, 차 뒷좌석 옷과 가재도구 밑에 숨어 서울을 벗어난 일, 인민군으로 의심을 받아 한국군에게 감금당하고 폭행당했던 일들을 들려주셨습니다. 그런 충격들을 극복한 아버지의 회복력에 매번 놀랐습니다."

졸업 후 한동안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서 팩트체커로 일했다. 기사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통해 검증하는 일이다. 최씨는 "내 글쓰기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경험이었다"면서 "진실에서 아주 조금만 벗어나도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했다. "무엇보다 팩트(fact)는 실재하며 매우 중대한 문제라는 것을 배웠어요. 지금의 정치 문화는 이 당연해 보이는 사실을 위협하고 있죠."

전미도서상 수상작인 '트러스트 엑서사이스'도 사실과 허구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소설 초반에는 재능과 야망이 넘치는 예술고 학생들 사이에서 주인공 세라와 데이비드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후반부에선 화자가 세라의 동창 '캐런'으로 바뀌면서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전부 세라한테 유리하게 편집된 과거였다고 말한다. 소설은 끝까지 진실을 알 수 없게 만들어 독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수전 최는 "한쪽의 관점으로 쓴 이야기가 누구한테는 도움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해를 끼칠 수도 있다"면서 "그 사이의 긴장감을 탐구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작품 집필 중 2016년 미국 대선이 있었고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수전 최는 "국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을 보고 점점 불안해졌다"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구호를 예로 들었다. "분명 내가 태어난 나라를 말하고 있는데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같았죠. 그 구호는 인종적으로 다양하지 않고, 지금보다 공평하지 않은 미국에 대한 향수처럼 느껴졌습니다."

수전 최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담은 소설도 써왔다. 수상작인 '트러스트…'도 일제 강점기 배경의 소설을 쓰다가 잠시 멈추고 "10대의 사랑을 주제로 짧게 쓰려던 작품"이었다. 그는 문학평론가·영문학자이자 친일 행적으로 비판을 받은 조부(祖父) 최재서(1908~1964)의 삶을 다룬 소설을 오랫동안 준비 중이다. 그는 "할아버지의 삶과 그가 남긴 복잡한 유산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서 "언젠가 그의 삶을 다룬 소설을 완성하고 싶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04/201912040012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