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의 도발]
선거제 개편…북한 주도 통일로 갈 수도 있다
동아일보
2019-12-15 14:00수정 2019-12-15 16:44
1987년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왜 선거제 개편이 없었는지 아는가. 민주화 이전과 달리 민주화 이후에는 집권세력이 정권 창출이나 연장을 위해 선거제를 바꾸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주장이 아니다. 대한민국 선거제도 변천사를 고찰한 김용호·장성훈이 2017년 ‘현대사광장’에 쓴 내용이다. “그 결과 1987년 민주화 이후 지난 30년 동안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기본 틀이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 집권연장 위한 선거제는 ‘입법 쿠데타’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 빼고 선거의 룰을 바꾸는 건 민주화를 거꾸로 돌리는 ‘입법 쿠데타’나 다름없다. 쿠데타라는 단어가 싫으면 청와대가 앞장선 ‘선거 유신(維新)’이라 불러줄 수도 있다.
합법적 장기집권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여당이 제1야당과 합의 없이 감행할 리 없다. 군소 야당과 야합해 공수처법까지 처리하면 검찰이 청와대 관련 의혹을 더 수사할 이유도 없어진다고 설훈 민주당 의원은 까놓고, 뻔뻔스럽게, 중앙일보에 밝혔다.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이 이대로 묻힐 경우, 내년 총선에선 어떤 개입이 난무할지 안 봐도 유튜브다. 그렇게 집권 연장을 해서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건가.
● 통혁당 신영복을 존경하는 대통령
“제가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 신영복 선생은 겨울철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것을 정겹게 일컬어 ‘원시적 우정’이라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리셉션 환영사에서 신영복을 언급했다. 북한 김영남과 김여정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도 신영복이 썼다는 ‘통(通)’을 모티브로 한 작품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문 대통령이 각별히 신영복을 강조한 깊은 뜻을 김영남은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이상철 일본 류코쿠대학 교수는 지적한다. “베트남 종전 뒤 북한이 베트남에 억류된 남한 외교관 석방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신영복의 북송을 제안할 때 김영남은 노동당 국제담당비서였다.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제목도 섬뜩한 책 ‘김정은이 만든 한국대통령’에 적힌 내용이다.
● 통혁당 흐름은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져
물론 신영복은 누명을 썼다고 주장한다. 1970년 복역 중 전향서를 쓴 데 대해서도 “사상을 바꾼다거나 그런 문제는 아니고 가족들이 그게 좋겠다고 권해서 한 것”이라며 사상 전향을 부인했다.
그가 사상 전향을 했든 위장 전향을 했든, 한국사회에서 주사파의 뿌리가 통혁당이다. 통혁당은 1964년 북한 조선노동당의 지령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 전복과 공산정권 수립을 꾀한 지하조직이고, 신영복은 북이 데려가려고 했던 인사였다. 문 대통령이 신영복의 어떤 사상을 존경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통한다는 것을 북에 알리려고 무진 애를 쓴 것이다.
“주모자들이 사형당한 뒤에도 통혁당 흐름은 지속돼 민주화운동, 학생운동, 노동운동 등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주사파 혁명가였다 전향해 국정원 북한담당기획관 등을 지낸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장은 최근 저서 ‘미중 패권전쟁과 문재인의 운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 선거법 개정 강행이 무서운 이유
1989~91년 자생적 주사파 조직인 자민통(자주·민주·통일그룹)을 이끌었던 그는 현 정부를 운동권파벌연대정권으로 규정한다. 김경수 경남지사, 양정철 민주원장이 자민통 출신이다. 전대협을 이들이 지도했다. 통혁당 사건에서 신영복은 한명숙 전 총리의 남편인 박성준의 ‘상부선’으로 나온다.
현 집권세력의 선거법 개정 강행이 두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비례대표제와 내각제가 즐비한 유럽처럼 중도좌파 연정으로 복지국가로 간다면, 선거제 개편을 결사반대할 이유가 없다. 아니, 우리의 북쪽에 있는 나라가 3대 독재 세습에 핵까지 지닌 북한만 아니라면 지금처럼 대한민국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남한에 친북좌파 정권을 지속시키면서 이른바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가는 것, 이게 바로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 전략의 하나라고 구해우 박사는 지적했다. 우리 아이들의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는 이미 빠졌다. 남북평화경제를 강조하는 이 정부가 선거제 개편 뒤 친북좌파연합을 구성해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빼면, 평화적 통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 남북관계는 역전됐다, 북한 우위로
우리는 북이 가난하니까 체제경쟁은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2018년을 기점으로 남북관계는 역전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이 우위다.
2017년 9월 6차 핵실험,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을 성공시킨 김정은은 2018년 신년사에서 ‘통일’이라는 단어를 12번이나 언급할 만큼 북한 주도 통일을 추진할 태세다. 전쟁까지 안 가고도 말 한마디에 절절맬 정도면, 게임 끝난 거다.
북은 13일에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미국에 외쳤다. 김정일 체제가 체제수호를 위해 핵을 보유하는 ‘파키스탄 모델’을 추구했다면, 김정은은 핵을 휘둘러 미군을 철수시킨 뒤 북한 주도로 통일하는 ‘신베트남 모델’을 추구한다고 분석된다.
친북반미좌파 집권세력은 그래서 선거법 개정을 강행한다고 치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그 알량한 비례대표 공천권에 눈멀어 야합할 텐가. 국민이, 역사가 두렵지 않은가.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내 주장이 아니다. 대한민국 선거제도 변천사를 고찰한 김용호·장성훈이 2017년 ‘현대사광장’에 쓴 내용이다. “그 결과 1987년 민주화 이후 지난 30년 동안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기본 틀이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 집권연장 위한 선거제는 ‘입법 쿠데타’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 빼고 선거의 룰을 바꾸는 건 민주화를 거꾸로 돌리는 ‘입법 쿠데타’나 다름없다. 쿠데타라는 단어가 싫으면 청와대가 앞장선 ‘선거 유신(維新)’이라 불러줄 수도 있다.
합법적 장기집권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여당이 제1야당과 합의 없이 감행할 리 없다. 군소 야당과 야합해 공수처법까지 처리하면 검찰이 청와대 관련 의혹을 더 수사할 이유도 없어진다고 설훈 민주당 의원은 까놓고, 뻔뻔스럽게, 중앙일보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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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이 이대로 묻힐 경우, 내년 총선에선 어떤 개입이 난무할지 안 봐도 유튜브다. 그렇게 집권 연장을 해서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건가.
● 통혁당 신영복을 존경하는 대통령
“제가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 신영복 선생은 겨울철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것을 정겹게 일컬어 ‘원시적 우정’이라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리셉션 환영사에서 신영복을 언급했다. 북한 김영남과 김여정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도 신영복이 썼다는 ‘통(通)’을 모티브로 한 작품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이 각별히 신영복을 강조한 깊은 뜻을 김영남은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이상철 일본 류코쿠대학 교수는 지적한다. “베트남 종전 뒤 북한이 베트남에 억류된 남한 외교관 석방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신영복의 북송을 제안할 때 김영남은 노동당 국제담당비서였다.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제목도 섬뜩한 책 ‘김정은이 만든 한국대통령’에 적힌 내용이다.
● 통혁당 흐름은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져
물론 신영복은 누명을 썼다고 주장한다. 1970년 복역 중 전향서를 쓴 데 대해서도 “사상을 바꾼다거나 그런 문제는 아니고 가족들이 그게 좋겠다고 권해서 한 것”이라며 사상 전향을 부인했다.
그가 사상 전향을 했든 위장 전향을 했든, 한국사회에서 주사파의 뿌리가 통혁당이다. 통혁당은 1964년 북한 조선노동당의 지령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 전복과 공산정권 수립을 꾀한 지하조직이고, 신영복은 북이 데려가려고 했던 인사였다. 문 대통령이 신영복의 어떤 사상을 존경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통한다는 것을 북에 알리려고 무진 애를 쓴 것이다.
“주모자들이 사형당한 뒤에도 통혁당 흐름은 지속돼 민주화운동, 학생운동, 노동운동 등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주사파 혁명가였다 전향해 국정원 북한담당기획관 등을 지낸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장은 최근 저서 ‘미중 패권전쟁과 문재인의 운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 선거법 개정 강행이 무서운 이유
1989~91년 자생적 주사파 조직인 자민통(자주·민주·통일그룹)을 이끌었던 그는 현 정부를 운동권파벌연대정권으로 규정한다. 김경수 경남지사, 양정철 민주원장이 자민통 출신이다. 전대협을 이들이 지도했다. 통혁당 사건에서 신영복은 한명숙 전 총리의 남편인 박성준의 ‘상부선’으로 나온다.
신영복. 동아일보DB
현 집권세력의 선거법 개정 강행이 두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비례대표제와 내각제가 즐비한 유럽처럼 중도좌파 연정으로 복지국가로 간다면, 선거제 개편을 결사반대할 이유가 없다. 아니, 우리의 북쪽에 있는 나라가 3대 독재 세습에 핵까지 지닌 북한만 아니라면 지금처럼 대한민국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남한에 친북좌파 정권을 지속시키면서 이른바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가는 것, 이게 바로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 전략의 하나라고 구해우 박사는 지적했다. 우리 아이들의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는 이미 빠졌다. 남북평화경제를 강조하는 이 정부가 선거제 개편 뒤 친북좌파연합을 구성해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빼면, 평화적 통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 남북관계는 역전됐다, 북한 우위로
우리는 북이 가난하니까 체제경쟁은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2018년을 기점으로 남북관계는 역전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이 우위다.
2017년 9월 6차 핵실험,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을 성공시킨 김정은은 2018년 신년사에서 ‘통일’이라는 단어를 12번이나 언급할 만큼 북한 주도 통일을 추진할 태세다. 전쟁까지 안 가고도 말 한마디에 절절맬 정도면, 게임 끝난 거다.
북은 13일에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미국에 외쳤다. 김정일 체제가 체제수호를 위해 핵을 보유하는 ‘파키스탄 모델’을 추구했다면, 김정은은 핵을 휘둘러 미군을 철수시킨 뒤 북한 주도로 통일하는 ‘신베트남 모델’을 추구한다고 분석된다.
친북반미좌파 집권세력은 그래서 선거법 개정을 강행한다고 치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그 알량한 비례대표 공천권에 눈멀어 야합할 텐가. 국민이, 역사가 두렵지 않은가.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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