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韓.유럽 關係

유럽에 몰아치는 反유대주의 바람

이강기 2019. 12. 20. 10:01

유럽에 몰아치는 反유대주의 바람


입력 2019.12.20 03:20

무덤 부수고 묘비 훼손 잦아… 유대인 공격 60%이상 급증
이민자 혐오·극우주의 득세… 富 움켜쥔 유대인에 반감 커져

유럽에서 최근 유대인 혐오를 드러내거나 유대인을 공격하는 반(反)유대주의 정서가 퍼지는 양상이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슬로바키아 북부에 있는 한 유대인 공동묘지에서 무덤 59기가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3일 프랑스 동부 베스트호펜의 유대인 묘지에서도 묘비 107기에 나치 상징 문양이 스프레이로 그려진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달 덴마크에서도 묘비 84기에 페인트로 낙서를 하는 일이 있었다.

16일(현지 시각) 슬로바키아 북부 나메스토보의 한 유대인 공동묘지의 묘비 수십 개가 쓰러져 있다.
16일(현지 시각) 슬로바키아 북부 나메스토보의 한 유대인 공동묘지의 묘비 수십 개가 쓰러져 있다. 경찰은 최근 유럽에서 활개를 치는 반(反)유대주의 테러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AP 연합뉴스
유대인 위협도 위험 수위다. 지난달 이탈리아의 여성 유대인 정치인인 릴리아나 세그레(89) 상원의원이 반유대주의에 맞서는 특별위원회를 의회에 두자고 제안했는데 극우주의자 수백명이 소셜미디어로 살해 협박을 했다. 경찰관 2명이 세그레가 외출할 때마다 신변을 보호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독일 동부 할레의 극우 성향 20대 남성이 사제폭탄과 소총으로 무장하고 유대교 회당을 공격하려다 문이 잠겨 실패한 사건이 있었다. 이 남성은 당시 행인들에게 총격을 가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EU(유럽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에서 유대인 공격이 541건 발생해 재작년보다 74% 늘었고, 독일에서도 1646건으로 60% 증가했다. EU 산하기관인 '유럽기본권청(FRA)'이 지난해 유럽 내 유대인 1만6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신변에 위험을 느껴 외국 이주를 고려했다'는 응답자가 프랑스, 독일에서 각각 46%나 됐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50만 유대인이 사는 프랑스에서는 작년 한 해 유대인 약 7000명이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유대인 혐오가 퍼지는 배경은 유럽에 난민이나 이민자가 늘어나 이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는 것과 관련이 깊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가 보도했다. 민족주의와 극우 포퓰리즘이 활개를 치며 타민족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그동안 터부시된 유대인 공격이 함께 수면 위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부(富)를 움켜쥔 유대인들을 겨냥해 증오를 표현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대가 줄기차게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유대인의 꼭두각시'라고 조롱하는 게 대표 적 사례다. 마크롱이 유대계 투자은행인 로스차일드에서 일한 경력을 문제 삼는 것이다.

EU와 각국 정부는 반유대주의 정서가 심화하지 않도록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6일 취임 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문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달 초 트위터로 "반유대 범죄와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20/201912200032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