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지난 20일(현지시간) 국제정치 전문가들을 인용해 “코로나 팬데믹은 세계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전염병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등장하고 있는 극단 처방들이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으면서 전체주의적 권력의 공고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가인 스테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은 개별국가 단위의 권력을 강화하고 민족주의의 재발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 모든 유형의 정부들이 코로나 위기를 통제하기 위해 비상조치를 채택할 것이며 이들은 위기가 종식된 후에도 새로이 얻은 힘을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월트 교수는 위험에 처한 시민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국 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면서 현재의 초세계화 시대가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간단히 말해 코로나19는 덜 개방되고, 덜 번영하며, 덜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의미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장은 코로나19로 국제 생산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자급자족 경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전염병 피해를 복구하는 데 필요한 자원은 자국 내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는 자국우선주의 기조가 강화되면서 이민자 및 외국인 혐오가 확산되고, 기후변화 등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국제 공조는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글에서 “코로나 위기를 맞아 인류는 특별히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고 진단했다. 전체주의적 감시체제와 국수주의적 고립의 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시민사회 권한 강화와 글로벌 연대의 길로 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라리는 이미 중국과 이스라엘이 개인의 생체정보까지 활용해 코로나19 밀착감시 체계를 꾸리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전염병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하에 정부의 감시체계가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보통 때는 몇 년의 숙고가 필요한 미성숙하고 위험한 기술들이 위기상황에는 손쉽게 합법성을 부여받는다”며 “과학과 공권력, 언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