考古學, 人類學

네안데르탈인은 육식파?… "우린 해산물도 즐겼다네"

이강기 2020. 4. 2. 08:32

[IF] 네안데르탈인은 육식파?… "우린 해산물도 즐겼다네"

조선일보
    입력 2020.04.02 03:00

8만6000년 전 살던 동굴에서 물고기·게·바다표범 잔해 발견
조개 잡기 위해 2~4m 잠수… 산채로 채집한 증거도 나와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와 공존하다가 약 3만년 전 멸종한 인류의 사촌이다. 그동안 매머드 같은 큰 동물만 사냥하던 야만적인 원시인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이를 뒤집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의 주앙 질랑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 연구진은 "포르투갈의 한 해안동굴에서 8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육지뿐 아니라 바다에서도 음식을 구한 증거를 찾았다"고 지난 2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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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8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살았던 포르투갈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조개 화석들(오른쪽 사진). 왼쪽 사진은 게의 집게발로, 불에 그슬린 것들도 있다. /사이언스
연구진은 리스본에서 남쪽으로 약 30㎞ 떨어진 동굴에서 홍합과 물고기, 게 등 해산물과 돌고래, 바다표범을 비롯한 포유류와 물새 등의 잔해를 발견했다. 시기는 10만6000~8만6000년 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동굴에 살던 네안데르탈인이 정기적으로 홍합을 따고, 바다표범 등을 사냥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질랑 교수는 "10~20㎏의 조개를 맨손으로 들고 2㎞를 걸을 순 없다"면서 "그들이 바구니나 가방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안데르탈인의 식성은 인류의 두뇌 발달과 관련이 있다. 해산물에는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오메가-3 같은 지방산이 풍부하다. 현생인류의 유적에서 해산물 잔해가 나오자 그때부터 인지능력이 높아졌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연구는 네안데르탈인도 현생인류와 비슷한 식생활을 하고 인지능력이 발전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 1월에도 비슷한 연구가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진은 학술지 '플로스원'에 "네안데르탈인이 바닷가에 살면서 잠수를 해 조개를 채취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탈리아 중부 라티움 지역에 있는 해안동굴에서 네안데르탈인이 살던 시기의 조개껍데기를 발굴해 분석했다. 연구진은 동굴에서 발견된 조개껍데기들이 해변에서 주운 것이 아니라 2~4m 깊이로 잠수해 채집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개껍데기의 약 4분의 3은 표면이 해변의 모래에 씻기면서 닳은 흔적이 있었지만, 나머지는 표면에 광택이 남아 있었다. 마모가 안 됐다는 건 조개가 살아있을 때 바닷속에서 직접 채취한 것임을 의미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1/202004010569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