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과 국제정치
中, 코로나 사태로 인한 타격으로 美에 도전하기 더 어려워질 것
글 : 이춘근 이춘근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월간조선 2020년 4월호
⊙ 맥닐, “전염병들이 인간의 생명을 좌우하던 종래의 파괴력을 회복하며 되살아나고 있다”
⊙ 코르테스, 천연두에 힘입어 600명의 병력으로 수백만 인구의 아스테카제국 정복
⊙ 중국 國富의 8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85%가 3개월을 버티기 힘든 상황
⊙ 독재국가인 중국·이란·북한 등에는 中世 천연두 못지않은 정치적 충격 초래할 것
이춘근
195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 국 텍사스대학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역임. 現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 저서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국가전략》 《격동하는 동북아시아》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춘절 후 대도시로 귀향하는 중국 노동자들. 이번 춘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노동자의 4분의 1만 복귀했다. 사진=뉴시스/신화
중국발(發) ‘우한폐렴’ 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19’(이하 코로나)로 불리는 전염병의 확산이 세계 정치와 경제에 극히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사람들이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를 하기 시작한 이후 전염병 역시 국경을 넘나들며 국제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잔인한 전염병은 한 국가와 사회를 전멸시키기도 했고, 또 다른 국가 및 사회에는 정복자가 될 기회를 안겨주기도 했다. 즉 전염병은 때때로 대전쟁을 치러야 겨우 얻을 수 있을 정도의 국제정치적 대변혁을 초래하기도 했다. 전염병 때문에 대제국이 망하기도 했고, 반사적(反射的) 이익을 얻은 나라도 있었다.
과거의 전염병은 이동속도가 느렸다. 사람의 이동속도와 전염병의 이동속도가 같았으니 옛날에는 기껏해야 말이 달리는 속도로 전염병이 전파되었을 것이다. 오늘날 전염병의 전파 속도는 제트 여객기 속도와 같다. 지난해 연말경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코로나는 지금 발원지로부터 가장 먼 곳에 있는 대륙인 남미(南美)까지 번져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밝히지 않고 있는 바람에 코로나로 인한 질병이 발병한 첫날이 언제인지, 질병 발원지가 어디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떤 과학자는 빠르면 지난해 9월 25일 무렵이라고 추정하기도 했고, 지난 2월 27일 미국의 한 언론 기사는 아직도 정확한 발원지를 모른다며 중국 정부의 불투명한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
이 글은 역사상 나타났던 전염병이 국제정치에 큰 충격을 가한 중요한 사례들을 분석하고, 현재 창궐하는 코로나가 국제정치와 전염병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국가들의 정치·경제에 가하는 충격파를 묘사하고 그 나라들의 미래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맥닐 교수의 경고
미국의 명문 시카고대학 역사학과 교수로서 《서구의 성장(The Rise of the West)》이란 책으로 세계적인 역사학자의 반열에 오른 윌리엄 맥닐이 1977년 《전염병과 인간들(Plagues and Peoples)》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으로 그는 질병이 인간의 역사에 미친 영향을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는 기회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미국 의료계의 분위기를 변하게 만들었다.
이 책이 발간되기 전까지 대다수 의사는 전염병이 더 이상 인간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믿었다. 의사들은 현대의학이 마침내 병원체(病原體)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맥닐 교수는 의학 성취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1976년 무렵 의사들은 지구상에서 천연두를 몰아내는 데 사실상 성공했다. 그러나 그 이후 또 다른 전염성 유기체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천연두는 인간 역사에서 어떤 괴질 못지않은 무서운 병이었다. 18세기 유럽은 매년 40만명의 사람들이 천연두로 인해 죽었다. 또한 천연두에 걸린 사람 중 3분의 1은 실명(失明)하고 말았다. 천연두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 중에는 4명의 현역 왕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여왕의 남편도 한 사람 포함되어 있었다. 천연두는 20세기 중 최대 3억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한다. 이처럼 잔인한 전염병이 마지막으로 발병한 것이 1977년 10월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 천연두는 인간 세상에서 박멸되었다고 선언하였다.
20세기가 끝나갈 무렵 맥닐 교수는 “전염병이 인간의 생명을 좌우하던 종래의 파괴력을 회복하며 되살아나고 있다”는 우울한 결론을 내렸다. 현재 우리는 코로나의 전 세계적 확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 9일 현재,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수는 3829명이다. ‘전쟁’을 공부하는 학자들은 국가 간 폭력에서 희생당한 병사의 수가 1000명이 넘는 경우 그 사건을 전쟁으로 간주하니, 코로나는 벌써 몇 건의 전쟁이 발발한 것 같은 피해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의 인명피해 자료를 발표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점에서 현재 사태의 심각성을 추론해볼 수 있다.
맥닐 교수의 책 제목(Plagues and Peoples)에 ‘people’이 원래 복수(複數)를 의미하는데도 ‘s’를 추가해 ‘peoples’라고 한 것은 전염병이 미친 충격이 종족 혹은 국가마다 다른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어떤 전염병이 특정 종족에게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는데 다른 종족에게는 전멸이라는 치명적 결과를 준 적이 있었다는 의미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크리미아 전쟁 당시 病死者가 戰死者보다 10배 많아
스페인의 코르테스가 아스테카제국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천연두였다.
16세기 초반 스페인의 장군 에르난 코르테스는 600명도 안 되는 소수(少數) 병력을 가지고 인구가 수백만 명이 넘는 아스테카제국을 정복했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듣거나 읽은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대대급 병력이 수백만 인구의 제국을 일거에 정복할 수 있다는 말인가.’
몇 가지 설명이 가능한데 처음 스페인 사람들을 본 몬테수마 왕이 통치하는 아스테카 사람들은 스페인 사람들을 신(神)으로 믿었다 한다. 아스테카 사람들이 처음 본 말(馬)과 스페인군이 장비하고 있던 무기는 곧 그 성능이 신통치 않은 것이라고 판명되었다. 이 무렵 스페인군이 가지고 있던 총은 아스테카인들의 창과 활보다 별로 나은 살상력을 갖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아스테카인들은 스페인 사람들이 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곧 알아차리게 되었다. 아스테카 사람들의 내분을 이용한 코르테스의 수완이 탁월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스페인의 승산이 거의 확정된 이후의 일이었다.
실제로 아스테카를 멸망의 길로 이끈 것은 아스테카인들이 코르테스와 그의 부하들을 잉카에서 몰아낸 이후 넉 달 동안 창궐한 천연두 때문이었다. 천연두로 인해 코르테스를 공격한 아스테카 지휘관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아스테카인들은 천연두에 대한 후천적 면역력이 전혀 없었기에 병이 발병한 초기 인구의 25~30%가 사망해버렸다.
더구나 천연두가 원주민만 죽이고 스페인인들에게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은 아스테카 사람들에게 만만치 않은 심리적 충격을 가했다. 전투를 벌이는 양자 중 어느 쪽이 신의 은총을 받고 있는지는 너무 명백했다. 스페인인이 숭배하는 신의 우월성이 유감없이 입증된 것이었다. 이 마당에 전통적인 원주민의 신을 중심으로 조직된 종교, 사제단, 생활양식의 존속은 어려웠을 것이다.
맥닐 교수는 이처럼 감염성 질병이 원주민에게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주었다는 사실은, 스페인이 아메리카를 군사적·문화적으로 정복하는 과정이 순탄했던 이유를 설명해주는 열쇠라고 말한다. 질병의 지배영역을 뛰어넘는 인간의 접촉을 통한 미지(未知)의 전염병이 전혀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집단을 침범했을 때 나타나는 가공할 만한 국제정치적 충격의 사례 중 하나인 것이다.
코로나가 초래할 국제정치적 충격
이런 사례는 세계 역사에서 종종 발생했다. 14세기의 흑사병(페스트)과 19세기의 콜레라가 그 사례이다.
미생물학자 한스 진서는 《쥐와 이 그리고 역사(Rats, Lice and History)》에서 발진티푸스 창궐로 인해 국왕이나 장군들이 애써 수립한 전략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과정을 생생히 묘사했다. 크리미아 전쟁(1854~1856) 당시 이질로 인한 영국군 사망자 수는 러시아군 포화에 의한 사망자의 10배나 되었다. 보어 전쟁(1899~1902)에서도 영국군의 전투 사망자는 병에 걸려 죽은 영국군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1904년 발발한 러일전쟁에서 체계적인 예방접종과 세심한 위생관리를 행한 일본군의 경우 병사자는 전사자의 4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이 무렵 일본군은 흰색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서양 강대국의 군사지도자들이 일본군의 깨끗한 모습에 경악을 했다.
앞에서 전염병에 잘 대처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가 전염병이 창궐한 이후 대전쟁을 치러야 얻을 수 있는 국제정치적 효과에 당면하곤 했다는 역사적 사실의 사례 일부를 거시적으로 살펴보았다. 물론 21세기에 들어온 이후, 우리를 놀라게 했던 여러 가지 새로운 병원균이 출현했다. 이런 병원균은 그에 대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를 공포에 빠지게 했다.
현재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에 앞서 21세기 시작 이후 우리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한 바이러스는 다음과 같다. 2002년의 웨스트 나일(West Nile) 바이러스, 2003년의 사스(SARS), 2005년 조류독감 바이러스, 2006년 에콜라이(E.Coli) 바이러스, 2009년 돼지독감 바이러스, 2014년 에볼라(Ebola) 바이러스, 2016년 지카 바이러스 등 종류도 다양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의학의 발달로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류 사회에 미친 영향은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코로나는 다른 종류의 사회·경제적 변수가 결합되어 21세기에 출현했던 다른 바이러스보다 부정적인 충격이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는 게 문제다.
코로나는 공식적으로 중국·이탈리아·이란·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가장 많이 빼앗아갔다. 자료가 공개되지 않는 북한의 경우 존속에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물론 북한은 지난 1월 22일 국경을 완전 봉쇄함으로써 코로나로부터 스스로를 가장 철저하게 차단시킨 나라가 되었지만, 최근 들려오는 뉴스에는 북한이 존망(存亡)의 위기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의 충격파가 중국과 북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보자
춘절 이후 노동자의 4분의 1만 복귀
자료가 불투명하기로 유명한 중국 정부 당국의 공식 발표에 의하면, 최악의 상황은 지나간 것으로 되어 있다.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사망자 수도 감소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 언론들이 중국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코로나 발생 직후 우한 지방정부는 이 사실을 중앙정부에 알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가 예상외로 크게 번지자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방역을 하려면 가능한 한 시간을 벌어야 하는 게 원칙인데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고 말았다. 발병(發病) 후 몇 개월이 지난 2월 27일 미국의 한 언론은, 중국 정부의 불투명성 때문에 코로나의 진원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보도할 정도였다.
코로나로 인명피해만 속출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는 사람이 여럿 모여 있는 경우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보니, 중국의 기업과 공장이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 문제다. 중국 정부는 경제파탄을 방지하기 위해 강제로 공장 문을 열고 노동자들을 출근시키겠다고 하지만, 그런 경우 코로나가 더욱 창궐할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정부의 강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춘절(春節·중국 설) 명절 이후 공장으로 복귀한 노동자 수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2월 17일 현재 중국 1급 도시의 공장에 춘절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노동자 수가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평년 기준 이 무렵이면 춘절 휴가를 마친 노동자의 93% 정도가 공장에 복귀해 일하고 있어야 한다. 공장 노동자의 4분의 3이 복귀하지 않은 상태라 하니 이 같은 상황이 초래할 경제적 충격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광둥성(廣東省)에서 알루미늄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가 대니 라우 씨는 자사(自社) 노동자 중에 고향을 방문한 노동자의 3분의 1만이 복귀했다면서 자신은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이라고 말한다. 이미 미국의 알루미늄 관세 25% 부과로 이미 충격을 받은 상황인데, 미국이 원하는 만큼 물건을 못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미국이 수입선을 다른 나라로 바꿀 경우 자신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오직 기도할 뿐이라고 말할 정도다.
경제분석가 타일러 더든은 지난 2월 23일 발표한 ‘정말로 정말로 나빠질 것이다(It will be Really, Really Bad)’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경제가 얼마 못 가 내파(內破)될 가능성조차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들은 6~9개월 정도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반면, 더든이 인용한 니케이 자료에 의하면 “중국 중소기업 중 3% 정도는 1개월, 32% 정도는 2개월, 20%는 3개월 후 자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했다. 즉 85% 중소기업이 3개월을 버티기 힘들다는 말이다. 더든은 이 상황을 “마치 배가 빙산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묘사했다.
중국의 국부(國富)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라 한다. 중국의 기업 수가 총 1807만 개인데 그중 99.8%가 중소기업이며, 중소기업은 중국 전체 노동자의 79.4%를 고용하고 있으며 중국 국고 수입의 68.2%를 책임지고 있다. 결국 중소기업의 파탄은 중국 국민의 대부분을 실업자로 만들게 될 것이다.
코로나 자체로만 이런 상황이 초래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 미국 간의 무역전쟁, 그리고 중국의 경제·정치 체제 속에 내재해 있던 수많은 문제가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충격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 경제의 파탄 상황은 중국 정치 체제의 안정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후 중국은 더 이상 미국을 위협하는 막강한 나라로 남아 있지는 못할 것이다.
발 빠른 봉쇄 조치로 경제 목 조르는 북한
마스크를 쓴 테헤란의 여성들. 코로나는 이란 등 독재국가에 더 큰 정치적 위협이 될 것이다. 사진=뉴시스/AP
놀랍게도 코로나 확진 환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우기는 나라가 북한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확진자가 한 명도 없는 청정 지역이라면 한국산 마스크를 밀수입해 마스크가 한국제라는 표식을 지우기 위해 여군들이 며칠 밤을 새우며 고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군사국가·병영국가인 북한이 절대 생략할 수 없는 국가 최고행사인 건군절 군사 퍼레이드를 취소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또 지난 2월 16일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 축하파티를 생략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최근 들려오는 첩보에 의하면, 코로나 사태로 인해 김정은 시찰 1호 행사가 전면 중지될 것이라는 조선노동당 지시문이 전국에 하달되었다고 한다. 역시 북한이 바이러스 청정 지역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제재를 당하고 있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강력한 제재 결과 북한의 수출액과 수입액이 각각 90%, 89%씩 감소된 상황이다. 그나마 북한이 연명하기 위한 중요한 생명줄은 중국과 이루어지는 은밀한 거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북한이 스스로 세계 모든 나라와의 거래를 전면 차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국내 의료시설이 형편없어 코로나가 일단 북한에서 발병할 경우 북한 사회는 문자 그대로 국가 붕괴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어느 나라보다도 발 빠르게 하늘길, 뱃길, 철길, 육상 통로 등을 모두 철저하게 차단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스스로 목을 죄는 일이 되고 말았다. 북한 경제의 마지막 숨통을 스스로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바이러스는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다. 천연두로 사망한 사람 중에는 왕이 4명이고 여왕의 남편도 1명이 포함되었다. 이란의 장관급 인사가 사망했고, 이탈리아에서 제일 부유한 롬바르디아가 코로나 최대 창궐지 중 하나가 되었다. 미국도 워싱턴DC에서 열린 보수주의대회 참가자 중에 확진자가 나왔다고 해서 야단이었다.
사실이 이 정도라면 독재자 유고(有故) 시 무너질 수도 있는 북한이 저런 난리를 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김정은의 건강상태가 그다지 양호하지 못한 상황인데 바이러스가 창궐한다는 것은 체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다. 건강을 위해 문을 닫다 보니 그나마 남은 숨통을 스스로 조인 꼴이 된 것이 현재 북한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가 세계적 차원에서는 중세의 페스트 혹은 천연두와 비교할 사건은 못 되지만, 정치 체제가 불투명하고 정치가들이 국민 건강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채우는 데 열심인 지구상 몇 남지 않은 독재국가인 중국·이란·북한 등에는 중세의 천연두 못지않은 정치적 충격을 초래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중국과 북한이 당면할 난국은 친중(親中)·친북(親北) 행태를 보여온 한국의 일부 정치세력에게도 결코 만만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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