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 韓.中關係

中의 ‘코로나 승리’ 자축

이강기 2020. 9. 9. 13:57

오피니언

[만물상] 中의 ‘코로나 승리’ 자축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

입력 2020.09.09 03:18

 

 

 

작년 말 중국 우한에서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는 폐렴 환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12월 30일 우한 의사 리원량은 보통 폐렴이 아니라는 병원 문건을 보고 동료 의사들에게 SNS로 이를 알렸다. 코로나 발병을 처음 세상에 알린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방역이 아니라 리원량 체포부터 했다.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반성문을 쓰게 하고 풀어줬다. 시진핑 주석은 감염자가 3000명에 이른 1월 말에서야 “모든 대책 강구”를 지시했다. 그사이 코로나는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졌다. 리원량도 코로나로 사망했다.

▶코로나 창궐을 억제할 기회는 있었다. 우한시는 사람 간 전파 위험이 분명한데 수만 명이 몰리는 음식 축제를 열었다. 지역 공산당 대표를 뽑는 인민대표대회도 열었다. 춘제(설) 인구 이동도 내버려뒀다. 1월 23일 우한을 봉쇄했을 때는 1100만명 중 500만명이 빠져나간 뒤였다. 우한시장은 “지방 정부는 (중앙에서) 권한을 얻은 다음에야 (코로나) 정보를 공개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베이징 지도부가 코로나 초기 상황을 전부 통제했다는 뜻이다.

 

▶중국 공산당은 민주주의 국가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무자비한 방역을 했다. 도시 봉쇄는 기본이고 아파트의 배달원 출입도 막았다. 현관문에 못질까지 했다. 3월부터 코로나 증가세가 꺾이자 돌연 “코로나가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책임 회피에 나섰다. ‘발병은 했지만 발원지는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미국 발원설’까지 흘렸다.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이 각국의 코로나 방역을 위한 시간을 벌어줬다”고 했다. 세계가 중국 덕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어제 시진핑이 코로나 방역 공로자에게 훈장을 주며 “공산당은 코로나 전쟁에서 중대하고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중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도 했다. 20일 넘게 중국 내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자 사실상 ‘코로나 승리’를 선언하고 자축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6일 사이 중국을 떠나 한국에 도착한 비행기 승객 중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국 검사와 통계는 여전히 의심스럽다.

 

▶지금까지 전 세계 코로나 감염자는 2730만명이 넘고 사망자는 90만명에 육박한다. 피해액은 가늠할 수도 없다. 전부 중국 탓을 할 수는 없지만 발병 초기 정보를 숨기고 방역에 미적거리다가 대재앙으로 키운 책임은 심각하다. 그러나 중국은 단 한 번도 사과나 유감을 표하지 않았다. 오히려 코로나 승리의 영웅으로 둔갑하려 한다. 한두 번이 아니지만 해도 너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