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폴란드 다섯번째
2020-09-29
"오늘날 문학, 일종의 엘리트 문화…특혜 입고 있는 것"
"韓 방문경험, '방랑자들' 집필에 영감…독자에 안부"
【빌레펠트(독일)=AP/뉴시스】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57)가 10일(현지시간) 독일 빌레펠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내부 '미투(MeToo)' 논란으로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시상하지 않았다가 올가 토카르추크와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77)를 각각 2018년과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했다.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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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한국은 저를 매혹시켰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은 제 조국 폴란드와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거든요. 사람들의 기질, 강대국에 둘러싸인 수난의 역사, 일을 대하는 자세 등등에 있어서요."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올가 토카르추크가 한국과의 인연을 밝혔다. 지난해 10월10일 오후 1시(스웨덴 현지 기준) 수상 소식 이후 민음사를 통해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다. 쇄도한 인터뷰 요청에 한국 언론의 인터뷰 답변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서야 돌아왔다. 민음사는 28일 서면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작가는 한국과의 인연을 묻자 "한국 방문은 제게 너무도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떠올렸다.
그는 "그때의 여정이 제게는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유일한 한국 여행이었는데 한국 음식과 사랑에 빠졌다. 다행스럽게도 제가 사는 도시 브로츠와프에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이따금 한국 식당에서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또 "번역가 최성은 교수의 보살핌 속에 한국 곳곳을 돌아다녔고, 지방의 한 사찰에서 며칠을 지내기도 했다. 정말 멋진 시간이었다. 그 때 겪은 다양한 체험이 '방랑자들'의 몇몇 에피소드에 직접적인 영감을 주었다. 또 몇몇 한국 작가들과도 친분을 맺게 돼 서신도 수차례 교환했다"고 부연했다.
토카르추크는 현재 폴란드에서 가장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현실의 축소판'이란 평을 받는다. 자연과 문명, 이성과 광기, 남성과 여성 등 대립적 구도로 소설을 구상한다. 신화, 전설, 외전, 비망록 등 다양한 장르를 차용해 메시지를 전한다. 본질적인 특징은 타인과의 공감과 연민이다.
토카르추크는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했다. 작가는 "인류의 미래나 세상의 평등, 여성과 동물의 권익 같은, 제가 평소 고민하던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작가는 폴란드에서 다섯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그는 폴란드 문학의 힘을 '경계의 문화'로 꼽았다.
"폴란드의 문화는 항상 '경계의 문화'였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서구 문화권과 일정한 거리를 둔 상태로 형성되어 왔죠. 역사적·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인해 폴란드 문화는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모든 종류의 영향에 늘 개방적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폴란드 문학은 차별화된 독보적 잠재력을 갖게 됐고, 여느 서구 문학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고유한 문학이 만들어졌습니다. 폴란드 문학의 저력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게 아닐까 합니다."
노벨문학상 작가에게 글쓰기란 어떤 의미일까. 토카르추크는 '필립 딕' 작가의 비유를 인용하며 '작가는 까치와 같다'고 했다.
그는 "까치는 쓰레기더미를 뒤지며 그 속에서 장신구나 사탕 포장지 등 온갖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내어 자신의 둥지로 물고 온다"며 "제가 까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버려졌지만 여전히 반짝이는 것, 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을 발굴해서, 적절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 소설을 엮어 낸다"고 답했다.
작가는 창작할 때 일상적이지 않은 것, 뭔가 다른 것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그는 "'지역'이라는 공간이야말로 가장 본질적인 것들을 일깨워 주는 인류 체험의 보고라고 생각한다. '중앙'으로부터 동떨어진, 뻔하지 않은 것들, '주류'에서 당연시하는 것들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것들이 거기에 있다"고 했다.
【빌레펠트(독일)=AP/뉴시스】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57)가 10일(현지시간) 독일 빌레펠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얘기하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내부 '미투(MeToo)' 논란으로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시상하지 않았다가 올가 토카르추크와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77)를 각각 2018년과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했다. 2019.10.11. |
자신의 작품 구성 방식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의 작품은 미시적인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가 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소설이란 글쓴이가 강렬하게 체험하는 내면의 심리적 과정이라고 이해합니다. 그러한 심리상태는 스토리텔링 욕구를 수반하게 됩니다. 그러다 마침내 언어로 표출되고, 하나의 실체가 되고, 사회적으로 기능하는 텍스트로 탈바꿈하는 것, 소설은 그렇게 탄생된다고 생각합니다."
토카르추크는 "저는 처음부터 저만의 고유한 형식을 찾아 헤맸다. 다소 서툴고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뭔가 과감하고 색다른 형식을"이라고 했다.
한국에는 최근 작가의 범죄 스릴러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와 집이란 공간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돌아본 '낮의 집, 밤의 집' 등 2종이 출간됐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는 채식주의, 동물권 보호 등의 메시지가 담겼다.
작가는 "꽤 오래전부터 저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를 구분하고 구별하는 기준이 무엇일까, 고민해왔다. 더 이상 동물을 물건이나 몸뚱이, 혹은 신경계를 가진 기계적인 대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동물의 권한을 헌법에 명시할 때가 왔다고 저는 확신한다. 무엇보다 동물의 존엄성을 법적으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낮의 집, 밤의 집'에 관해선 "특정한 공간 속에 아로새겨진 개인의 경험에 대해 말하고 싶었고 그 경험들을 다양한 관점과 방식으로 조명해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작가는 "두 권의 신간을 꼭 읽어 보라고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 제 다른 작품들을 읽어본 독자라면 두 권의 책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끝으로 토카르추크는 한국 독자들을 향해 "한국이 너무나 그립다. 벌써 수년 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방문이 지금까지 제 기억 속에 아름답게 간직돼 있다. 또 다른 계기가 마련돼 여러분께 갈 수 있기를, 그래서 한국 독자분들을 직접 만나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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