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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의 삼남매

이강기 2021. 4. 2. 08:41

아시안 증오범죄 잇따르자...美, 80년전 도산의 삼남매 불러냈다

 

1940년대 모두 미군으로 근무
최근 아시안 증오 범죄 커지자 정부기관인 NEH서 사진 공개
전역 후엔 배우로 활동하기도

 

 

정지섭 기자

조선일보

2021.04.02 

 

 

 

 

왼쪽부터 도산의 자녀인 안필영, 안필립, 안수산. /미 국가인도기금

 

미군 제복을 입은 동양인 젊은이들이 의젓하게 미소 짓고 있다. 촬영된 시기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이다.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자녀인 안수산·안필립·안필영(오른쪽부터) 삼남매가 미군으로 복무하던 시절 모처럼 한데 어울려 찍은 사진이다. 아시아계에 대한 잇단 증오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에서, 인종 간 갈등을 잠재우고 화합을 이끌어내기 위한 상징으로 안씨 삼남매가 ‘소환’됐다.

 

미 연방정부 기관인 국가인도기금(NEH)은 최근 홈페이지에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미국 사회 속 공헌사를 탐구할 수 있는 각종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표지 얼굴로 군복을 입은 삼남매의 사진을 게시했다. 이 홈페이지는 미국 전 지역의 교육자들과 지역사회 지도자, 그리고 문화예술 기관들이 아시아계의 미국 사회 내 활약상을 알리는 데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NEH는 표지 사진에 대해서 “세 사람의 이야기는 NEH가 후원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아시아계 미국인’에 소개된 사연의 일부”라고 했다.

 

홍일점 수산(1915~2015)씨는 현대 미군 역사를 새로 쓴 주인공이기도 하다. 도산 슬하 3남2녀 중 맏딸인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샌디에이고 대학을 졸업하고 1942~1946년 미 해군에서 사격 교관과 정보장교로 근무했다. 미 역사상 최초 동양인 여성 해군 장교였다. 미 공영방송 PBS는 인물 다큐멘터리 ‘아시아계 미국인’에서 수산씨를 ‘일본에 의해 투옥돼 숨진 전설적 지도자 도산 안창호의 딸’로 소개하면서 “안수산에게 2차 세계대전은 미국과 한국을 위한 싸움이었다”고 했다. 이어 “2차 대전을 앞두고 한국계 미국인들은 미국에 대한 충성과 고향 땅을 지배하는 일본에 대한 저항으로 하나가 됐고, 그 역시 참전을 맹세했다”고 말했다. 안수산씨는 전역한 뒤에도 1951년 미 합참정보국에서 암호 시스템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전문가 300여 명을 교육했다. 1973년 도산공원 건립 소식에 처음 방한했으며, 1983년 도산의 유품과 자료 등을 정리해 독립기념관에 기증하는 등 민간 외교관 역할도 했다.

 

안필립(1905~1978)씨는 ‘미국에서 태어난 첫 한국계 미국시민권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고교시절 영화 ‘바그다드의 도둑’ 세트장에 구경갔다가, 전설적인 영화 제작자 더글러스 페어뱅크스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을 정도로 연기에 재능을 보였고, 결국 배우가 됐다. 특히 2차 대전 시기에는 일본 악당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는데, 워낙 실감나게 연기해 목숨의 위협을 받을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씨는 재능을 살려 2차 대전 당시 육군에 입대해 연예 병사로 복무했다. 미국 영화계는 그의 활약상을 기려 타계한 지 6년 뒤인 1984년 할리우드 거리에 그의 이름을 새긴 동판을 설치했다.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는 안필영(95)씨는 누나 수산씨와 같은 해군으로 복무했고, 제대 후에는 형 필립씨처럼 영화배우로 활동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2019년 4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 때 국외거주 독립유공자 후손 방문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찾아, 서대문 독립공원 등을 둘러보고 초청 만찬에서 답사를 하기도 했다. 미국이 일본과 싸우던 2차 대전 당시 현역 군인으로 복무한 삼남매의 활동상은 초기 교민사회의 자랑으로 알려졌고, 미국 내 소수 인종 활약상의 모범 사례로도 언급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