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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히잡 안쓰고 경기했다고...“이란 선수 집 강제 철거 당했다”

이강기 2022. 12. 4. 13:10

한국서 히잡 안쓰고 경기했다고...“이란 선수 집 강제 철거 당했다”

조선일보, 2022.12.04 09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메달들과 집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들. /트위터

 

 

한국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서 히잡 없이 경기를 치렀던 엘나즈 레카비(33)의 집이 철거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일(현지 시각) 이란 독립 언론 매체 이란와이어는 북서부 잔잔주에 있는 레카비의 자택이 지난달 강제 철거됐다고 보도했다. 레카비는 지난 10월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잠원 한강공원 스포츠클라이밍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아시아선수권대회에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출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레카비가 마흐사 아미니(22)의 죽음으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일부러 히잡을 쓰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영상을 보면, 빨간 지붕의 집은 완전히 파괴되어 골조조차 제대로 남아있지 않다. 집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어 마치 폐허를 연상케 한다. 레카비의 오빠 엘나즈 다부드는 이 모습을 보며 “정의는 어디에 있느냐”고 울부짖는다. 레카비가 여러 대회에서 받은 메달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영상을 촬영한 익명의 남성은 “이것이 이 나라에 산 결과이자 이 나라를 위해 많은 메달을 딴 챔피언한테 일어난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레카비는) 열심히 노력해서 국가의 이름을 드높였다. 그런데 국가는 (다부드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린 뒤 집을 부수고 떠났다”고 덧붙였다.

 

이란와이어는 한 소식통의 말을 통해 “이란 경찰이 주택을 철거했으며, 오빠 다부드는 미상의 ‘위반 사항’ 때문에 약 5000달러(약 651만원)에 해당하는 과징금까지 부과받았다”고 했다. 이어 “레카비가 지난 10월 문제의 한국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이후, 이란 당국으로부터 집요한 괴롭힘을 당했다”라고도 덧붙였다.

 

이란 당국은 아직 영상의 진위 등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란 반(半)관영 타스님통신은 “레카비 집이 철거당한 건 맞지만, 이 집이 공식적인 건축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문제의 영상은 레카비가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 대회에 출전한 지난 10월 이전에 발생한 일이라고도 했다.

 

한편 레카비는 국제스포츠클라이밍아시아선수권대회에 4위를 차지한 뒤 지난 10월 19일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후 레카비는 이란 국영방송과 인터뷰에서 “라커룸에서 대기하다 급히 경기에 나가야 했다. 신발을 신고 장비를 챙기느라 바빠서 히잡을 깜빡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P통신, BBC 등 외신들은 인터뷰 내용이 강요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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