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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정상품 비율, TSMC 80% 삼성 50%”

이강기 2023. 1. 26. 13:44

“반도체 정상품 비율, TSMC 80% 삼성 50%”

[삼성·TSMC 경쟁력 비교] [2] 파운드리 3대 경쟁력 모두 뒤져

 

조선일보, 2023.01.26 03:00
 
 
 
 
지난달 6일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TSMC 새 반도체 공장에서 열린 장비 반입식에서 애플의 팀 쿡(왼쪽부터) CEO와 TSMC의 웨이저자 CEO, 마크 리우 회장, 모리스 창 창업자가 건배를 하고 있다. /블룸버그
 
 

작년 2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S22에 당초 담으려던 자체 두뇌 반도체(AP) ‘엑시노스2200′을 쓰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삼성은 부랴부랴 미국 퀄컴의 ‘스냅드래건8′ 반도체로 교체했다. 삼성전자가 자사 파운드리 4나노 공정에서 생산하려던 것이었지만, 낮은 수율(收率·생산품 중 정상품 비율)이 발목을 잡아 납기를 제때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당시 4나노 수율은 양산을 진행할 상황이 아니었는데 무리한 결과”라며 “당시 삼성 4나노를 기대했던 퀄컴도 이 상황을 보고 TSMC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난 현재, 증권가와 반도체 업계에선 TSMC 4나노의 수율을 70~80%, 삼성은 50%대로 추정한다.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를 100장 투입했을 때 TSMC는 정상품이 70~80장, 삼성은 50장 나온다는 뜻이다. 수율이 떨어지면 고객사가 요구한 납기를 맞추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지금도 최고급 스마트폰인 갤럭시Z플립·폴드에 TSMC에서 생산한 두뇌 반도체를 넣는다.

 

지난달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발표한 TSMC의 마크 리우 회장은 “우리의 3나노 공정 수율은 5나노 공정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TSMC의 5나노 수율은 약 80%로 추정되는데, 현재 가장 앞선 공정인 3나노 수율도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시장조사 업체 관계자는 “작년 6월 삼성전자가 먼저 3나노 양산을 시작했지만 수율은 TSMC가 압도한다는 것을 알린 것”이라며 “삼성이 공정별 수율을 공개하지 않아 과소평가된 부분이 있지만, TSMC가 첨단 공정의 수율 면에선 확실히 우위”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성공하는 등 기술 개발에서는 대만 TSMC와 대등한 수준까지 왔지만 여전히 첨단 공정 수율에선 격차가 크다는 평이 나온다. 또 고객사의 주문을 감당할 생산 능력(capacity)과 고객사의 반도체 설계를 지원하는 설계 자산(IP) 등 3대 핵심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반도체 전문가들은 말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기술 경쟁에서 TSMC와 대등한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첨단 공정인 3나노 공정 양산 시작 시점은 삼성전자가 작년 6월, TSMC는 12월이었다. 하지만 시장 경쟁력은 TSMC가 삼성전자를 압도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AI(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에 쓰이는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7나노 이하 공정에서 TSMC의 점유율은 90%로 삼성전자를 크게 앞서고 있다.

 

 

①”납기·수량 모두 정확한 TSMC”

 

TSMC 고객사 중 하나인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 A사의 대표는 “TSMC의 강점은 높은 수율을 바탕으로 한 납품 정확도”라며 “7개월 뒤 웨이퍼 100장어치 제품 공급 계약을 하면, 정확히 7개월 뒤 계약한 물량이 입고된다”고 말했다. TSMC는 고객사에 수율을 공개하는데, 대부분 공정에서 80% 이상 높은 수율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00곳이 넘는 고객사가 제품 불량을 걱정하지 않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정적 생산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삼성전자와 직접 경쟁하는 첨단 공정에서도 TSMC는 높은 수율로 퀄컴, 엔비디아, AMD 같은 대형 고객을 빨아들이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TSMC는 작년 4분기 기준 7나노 이하 첨단 공정의 매출 비율이 절반 이상(54%)을 차지했다. 특히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5나노 공정이 가장 큰 매출처(32%)였다. 제품 용도로 구분하면 AI·자율주행에 쓰이는 고성능 반도체가 4분기 매출의 42%를 기록하면서 스마트폰(38%)용 반도체를 제쳤다.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스마트폰용 반도체 매출 비율이 7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②생산 능력은 3배 이상 격차

 

TSMC는 고객사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생산 능력도 삼성의 3배 이상을 갖췄다. 포트폴리오도 다양해, 구형 반도체로 꼽히는 130나노 이상 주문도 여전히 받는다. 130나노는 2000년대 초반 인텔 펜티엄 컴퓨터에 쓰였던 공정이다. 지난해 구형 반도체로 꼽히는 차량용 반도체(MCU) 대란이 벌어지자, TSMC는 작년 4월 일본 구마모토현에 약 10조원을 들여 차량용 반도체 공장을 착공했다.

 

시장이 있는 곳에 달려가는 TSMC의 적극 투자로, 작년 1분기 기준 TSMC의 월 생산 능력(카운터포인트·하이투자증권 조사)은 월 108만장(웨이퍼 기준)에 달했다. 삼성은 32만장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히는 초미세 공정(7나노 이하)에 집중한다는 전략이지만, 초미세 생산 능력 역시 격차가 크다. 작년 3분기 기준 초미세 공정 생산 능력은 TSMC가 월 23만8000장, 삼성이 5만5000장 정도로 추정된다.

 

문제는 양사의 이런 생산력 격차도 쉽게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미세 공정을 수행하려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독점 생산하는 EUV(극자외선) 장비가 필요하다. 반도체 업계에선 2022년 말 기준 TSMC가 EUV 장비 90~100대, 삼성전자가 40~50대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게다가 ASML은 EUV를 연간 약 50대밖에 생산할 수 없어, 설비 격차를 쉽게 줄이기 어렵다.

 

 

③IP(설계자산) 보유도 삼성에 크게 앞서

 

파운드리 고객에게 필요한 IP(설계자산) 보유량에서도 TSMC는 삼성전자를 크게 앞선다. 현재 TSMC는 IP를 약 4만개(지난해 기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는 TSMC의 20~30% 수준인 1만개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고객이 반도체 설계도를 가져와 생산을 맡기는 방식이다. 기존 반도체의 특허와 설계 방식을 인용해 새로운 반도체를 설계하는데, 이를 위해선 파운드리 회사가 해당 IP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한 팹리스 기업 대표는 “반도체 설계는 일종의 레고 블록 조립과 비슷한데, 이 레고 블록이 반도체 IP인 셈”이라며 “삼성에 특정 블록(IP)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TSMC에 생산을 맡겨야 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