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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경제권, 명목 GDP 사상 첫 G7 추월

이강기 2023. 2. 28. 17:01

신흥경제권, 명목 GDP 사상 첫 G7 추월

 

신흥국, 중국 인도 등 초고속 성장
구매력 기준으론 2014년 이미 추월
동아시아, 유럽 제치고 북미에 육박
IMF, 작년 세계경제 추산

 
내일신문, 2023-02-28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에 있는 신흥경제권이 전통의 선진국 클럽인 G7 국가의 경제규모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 신흥경제권 국가는 앞으로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선진국과 경제규모의 격차를 벌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경제규모도 유럽을 제치고 북미를 육박하는 수준에 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2022년 전세계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01조5600억달러(약 13경40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IMF가 세부분석을 위해 분류한 그룹을 기준으로 신흥경제권과 개발도상국(Emerging market and developing economies)이 44조2300억달러(약 5경8380조원)에 달해 G7국가(Major advanced economies)의 43조5400억달러(약 5경7470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신흥국은 전년도(40조9300억달러)에 비해 명목GDP가 6.4% 커진 데 반해 G7국가는 2.6% 성장에 그쳤다. 중국과 인도, 한국 등 신흥경제국은 최근 40여년간 초고속 성장을 통해 선진국을 따라잡았다. IMF에 따르면, 이들 신흥국은 1980년 명목GDP 2조7600억달러 수준으로 G7(6조9000억달러)의 40%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지난 42년간 경제규모를 16배로 키우면서 같은 기간 6.3배 성장에 그친 선진국 경제의 덩치를 따라 잡았다.

신흥국의 경제성장에는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브릭스' 국가 및 한국과 대만 등 동아시아 제조강국의 성장이 크게 작용했다. 중국의 지난해 명목GDP는 18조3200억달러로 추산돼 1980년(3000억달러)에 비해 61배나 커졌다. 인도도 지난해 3조4700억달러로 1980년(1900억달러) 대비 18.2배 성장했다. 한국도 같은 기간 650억달러에서 1조7300억달러로 경제규모가 26.6배 커졌다.

이에 앞서 신흥경제권은 2014년 구매력기준(PPP)으로 선진국을 넘어섰다. 따라서 이번 명목GDP의 추월은 세계경제의 중심이 갈수록 신흥경제권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흥국과 선진국의 경제규모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전망이다. IMF는 지난달 올해 전세계 경제성장률이 2.9%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신흥국의 경우 4.0%, 선진국은 1.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2025년 명목GDP 규모에서 신흥개발국의 경우 53조2500억달러, 선진국은 49조9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 경제규모에서도 동아시아 국가의 명목GDP가 유럽을 넘어서 북미경제권에 육박했다. 한중일과 대만, 홍콩 등이 포함된 동아시아 7개국(East Asia)은 지난해 27조5000억달러로 독일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유럽 43개국(23조5100억달러)을 제치고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3개국(28조7800억달러)를 바짝 따라 붙었다.

국가별 명목GDP 규모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미국(25조400억달러)과 중국(18조3200억달러)이 확고한 G2를 보이는 가운데, 독일(4조300억달러)이 일본(4조3000억달러)을 바짝 ?고 있어 일본 내에서는 '빅3'에서도 탈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일본의 명목GDP가 독일에 위협받고 있다"면서 "오랜 기간 디플레를 겪고 엔저가 더해지면서 달러 환산 명목GDP 규모에서 세계3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3조4700억달러) 경제규모도 사상 처음으로 영국(3조2000억달러)을 넘어서 '빅5'의 반열에 들어섰다. 2021년 인도(3조1800억달러)는 영국(3조1900억달러)에 근소하게 뒤져 6번째를 보였지만 지난해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인도가 지난해 1분기 영국을 추월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특히 외신들은 오랜 식민지였던 인도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통해 영국을 넘어선 것에 주목했다.

한편 IMF는 한국의 지난해 명목GDP가 1조7300억달러로 전년도(1조8100억달러)에 비해 소폭 하락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실질GDP(2.6%) 성장과 소비자물가(5.1%)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이보다 높이 올라 달러표시 명목GDP는 소폭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년도(8300억달러)에 비해 21.6%나 성장해 처음으로 1조달러(1조100억달러) 클럽에 들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국제유가 고공행진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