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術, 敎育

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들과 가짜 영어

이강기 2015. 8. 30. 18:01
   
 
 
일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들과 가짜 영어
국립국어원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 발간
오창엽 기자 

‘망년회, 노가다, 유도리, 견출지, 구보, 기라성’ 등 이런 용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일본어 투 용어들이다. 그것들 대신 ‘송년 모임, 노동자, 융통, 찾음표, 달리기, 빛나는 별’로 사용하자는 게 국립국어원의 입장이다.

국립국어원(원장 이상규)이 지난 해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을 발간했다. 일상 언어생활에서 자주 쓰는 ‘일본어 투 용어’를 정리하고 그것들 대신 순화해서 쓸 언어들을 소개했다.

 

이미 1995년 문화관광부가 낸 「일본어 투 생활 용어 순화집」과 그 이듬해 국립국어원이 낸 「일본어 투 생활 용어 사용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그 어원과 용례를 보완해 하나로 모은 결과물이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이다. 여기에는 문광부가 광복 60년 기념 문화 사업으로 추진한 ‘일제 문화 잔재 지도 만들기’에 국민이 직접 제안한 의견도 포함됐다고 한다.

 

모두 1,171개의 일본어 투 용어들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에 수록된 일본어 투 용어는 모두 1,171개이다. 이는 순 일본어 474개(40.5%), 일본식 한자어 436개(37.2%), 일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 141개(12.1%), 일본식 영어 33개(2.8%), 혼합형 87개(7.4%)로 구분할 수 있다.

순 일본어와 일본식 한자어를 합치면 전체의 77.7%다.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순 일본어와 일본식 한자어를 주요 순화의 대상으로 삼지만 사실 일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 일본식 영어, 혼합형’ 등에 속한 용어들은 그 수는 적으나 몹시 어처구니없는 사례들이 많다.

 

일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들과 가짜 영어

 

일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들은 표기상의 혼란을 만든다. 초기에는 네덜란드나 포르투갈에서 유래한 일본식 발음이 많았다. ‘렛테루(letter, →상표)’, ‘엑키스(extract, →진액)’ 등이다. 요즘은 영어에서 유래한 일본식 발음이 많다. ‘공구리(concrete, →양회 반죽)’, ‘다스(dozen, →열두 개)’, ‘도랏쿠(truck, →화물차)’, ‘마후라(muffler, →소음기)’, ‘바케쓰(bucket, →들통)’, ‘밤바(bumper, →완충기)’, ‘밧테리(battery, →건전지)’, ‘빠꾸(back, →후진)’,  ‘쓰레빠(slipper, →실내화)’, ‘화이바(fiber, →안전모)’, ‘후롯쿠(fluke, →엉터리/어중치기)’ 등이다.

일본식 외래어는 그것을 듣고 원어를 유추하기 힘들다. 이런 일본식 발음의 외래어들은 국어의 표기에도 혼란을 주지만 외국어를 익히는 데도 방해가 된다. 또한 가짜 영어는 대부분 일본식 영어에서 기원했다.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니지만 이들은 가짜 영어로서 일반적인 영어 지식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 일반 국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일본식 영어의 조합(혹은 변형) 유형 다섯 가지

 

영어 단어나 구의 앞부분을 잘라 새로 만든 사례 : ‘난닝구(←running shirt, →러닝셔츠)’, ‘도란스(←transformer, →변압기)’, ‘레지[←register, →(다방) 종업원], 멜로(←melodrama, →통속극), 빵꾸(←puncture, →구멍), 에로[←erotic, →선정(적)], 오바(←overcoat, →외투)
영어 단어의 뒷부분을 잘라 만든 사례 : 미숀(←transmission, →트랜스미션)’, ‘뻬빠(←sandpaper, →사포)’, ‘홈(←platform, →플랫폼)’
영어의 구 구성에서 각 단어의 앞부분을 잘라 이들을 조합해 새로 만들어 낸 사례 : ‘레미콘[←ready-mixed concrete, →회 반죽 (차)]’, ‘리모콘(←remote control, →원격 조정기)’, ‘퍼스컴[←personal computer, →개인(용) 컴퓨터]’
영어의 구 구성에서 앞 단어의 앞부분과 뒤 단어의 뒷부분을 잘라 이를 조합하여 새로 만든 사례 : ‘쇼바(←shock absorber, →완충기)’
기타 인위적 조합이나 뜻 변형: ‘리야카(rear car, →손수레)’, ‘백미라(back mirror, →뒷거울)’, ‘올드미스(←old miss, →노처녀)’ 등처럼 영어 단어를 인위적으로 조합하여 새로이 만들어 낸 것도 있고 ‘워카(walker, →군화)’처럼 영어 본래의 뜻을 바꾸어 쓰는 것도 있다.

문제는 일본식 외래어나 가짜 영어를 국민 상당수가 외국어 본래의 발음으로 소리 내거나 적는다는 데 있다. 그렇게 하다보면 잘못된 조합이 아니라 진짜 외국어로 인식하게 된다.

 

전문 분야, 건설 현장, 학술 용어 등에서 쓰이는 일본어 투 용어들

 

건설 현장에서는 ‘나라시(→고루 펴기)’ , ‘노가다[→(공사판) 노동자]’ 등이, 자동차 정비 현장에서는 ‘기스(→흠)’, ‘마후라(→소음기)’, ‘쇼바(→완충기)’ 등이 널리 통용되고 있다. 봉제, 인쇄, 방송 분야에서도 일본어 투 용어가 득세하고 있다. 법률, 의학 등의 학술 분야에서도 일본식 한자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이러한 일본어 투 용어는 대부분 국민의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순 일본어는 우리말로 대체하면 된다. 순 일본어 가운데 한자어를 일본 한자음으로 읽은 것들이 있다. ‘쇼부(勝負→결판/승부)’, ‘신삥(新品→새것/신품)’ 등인데 사실 순 일본어도 아니다. 이런 것들은 우리나라에서도 통용되는 한자어이므로 우리 한자음으로 바꾸어 읽기만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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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일본어투 용어순화자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