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싶은 詩 모음

애장 터 - 박근수

이강기 2015. 8. 31. 10:40

애장 터


         花浪 박근수


청년 골 깊은 곳에

해가 저문다.

불덩이가 된 아이의 몸엔

열꽃으로 몸서리치는데


자지러지는 아이를 바라보며

고사리 손 부여잡고

하염없는 눈물만 쏟는다.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어미는

꺼져가는 아이의 눈을 안타까이 바라보다

힘없이 늘어지는 아이의 손을 놓고


거친 가마니로 둘둘 말아

지게에 얹어 산으로 향하는

아비의 발걸음은 흐느적거릴 뿐


등성이 너머 어둑해진 청년 골에

먼저 간 아이들의 돌무덤을 밟으며


빳빳한 아이를 내려

솔가지 꺾어 겹겹이 덮고

눈물 적신 돌을 얹고 또 얹는다.


돌아서는 아비의 뒤통수에 들려오는

아이들의 구슬픈 울음소리는 차마

세상을 살아보지 못한 절규이리라


 

 

(1950년대, 60년대에 자주 보던 풍경이다)



'좋다싶은 詩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적(五賊) - 김지하 (다시 읽어보는 재미로)  (0) 2015.08.31
수라(修羅) - 白石  (0) 2015.08.31
거울보고 늙음이 기뻐서 - 白居易   (0) 2015.08.31
故鄕 - 백석  (0) 2015.08.31
강냉이 - 권정생  (0) 201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