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장 터 花浪 박근수
청년 골 깊은 곳에 해가 저문다.
불덩이가 된 아이의 몸엔 열꽃으로 몸서리치는데 자지러지는 아이를 바라보며 고사리 손 부여잡고 하염없는 눈물만 쏟는다.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어미는 꺼져가는 아이의 눈을 안타까이 바라보다 힘없이 늘어지는 아이의 손을 놓고 거친 가마니로 둘둘 말아 지게에 얹어 산으로 향하는 아비의 발걸음은 흐느적거릴 뿐 등성이 너머 어둑해진 청년 골에 먼저 간 아이들의 돌무덤을 밟으며 빳빳한 아이를 내려 솔가지 꺾어 겹겹이 덮고 눈물 적신 돌을 얹고 또 얹는다. 돌아서는 아비의 뒤통수에 들려오는 아이들의 구슬픈 울음소리는 차마 세상을 살아보지 못한 절규이리라
(1950년대, 60년대에 자주 보던 풍경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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