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읽고싶은 詩 "양아, 어린양아/종이를 주마....."
한글을 막 깨우친 유년시절, 표지에 "중학국어"라고 쓰여 있는 兄의 책에 있었던 詩 한 수를 읽으며 느꼈던 애틋한 감정이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시지 않는다. 그 땐 그 시 전부를 외웠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제목도 작자도 시 전체 구절도 잊어버렸다. 다만 생각나는 거라곤
양아, 어린양아
종이를 주마
너는 어이 울안에
사는지
............................................
하는 구절과, 울안에 갇혀 있는 양 몇 마리를 그려 놓은 그림뿐이다. 그림 속의 그 양들이 얼마나 애처로워 보이던지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찡해진다. 아마도 이 "슬픔을 주던" 시가 내가 읽었던 최초의 시가 아닌가 싶다.
이 시를 찾으려고 서점에 갈 때마다 주로 북으로 넘어간 시인들의 시집들을 뒤적여도 보고 인터넷을 훑어도 보고 해도 결국 찾지 못했다. 물론 해방직후에 나왔던 "중학국어"라는 그 책도 난리통에 없어져버렸고....
오매불망 그리던 그 시를 요행히 찾아 다시 읽어보곤 혹시 실망하느니,
차라리 지금대로의 감정만 갖고 있는 것이 나을 것 같은 생각이 없진 않으나,
그래도 그 시가 몹시도 읽고싶다.
어느 날
어디서 우연히 발견하곤 기뻐 어쩔 줄 모를 걸 생각하며
미리 즐거워 해 보기도 한다.
이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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