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싶은 詩 모음

'질투는 나의 힘' 外 - 기형도

이강기 2015. 8. 31. 11:38
'질투는 나의 힘' 外 -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한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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