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語學

素月의 生涯와 詩歌 - 金岸曙

이강기 2015. 9. 10. 23:20
素月의 生涯와 詩歌 - 金岸曙    
 
잡지명 삼천리 제7권 제2호
호수 제7권 제2호
발행년월일 1935-02-01
기사제목 作家硏究
필자 金岸曙
기사형태 문예평론

素月의 生涯와 詩歌
素月이 돌아간 지가 어제련 듯 한데, 오늘로써 발서 열니래라는 날字가 깜핫케 넘어가고 말앗으니, 記錄만 남겨놋코 지내가는 歲月이 새삼스러에 원망도 스럽거니와, 더구나 그 때는 歲暮이엇든 탓이 야속이도 배밥븐 이 生의 現實에 억매여 그 不幸에 대하야 한 번 더 고요이 생각해 볼 틈도 업섯을 뿐 아니라, 또 그 不運의 生을 조차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말앗으니, 이것이 돌아간 素月에 대하야 나의 붓잡을 수 업는 거듭되는 설움이외다. 그러나 이것도 원망스럽은 歲月과 함끠 것잡을 수 업시 지내가고 말앗으니, 사람의 모든 일이란 結局은 冷情한 過去에 잇는 것이외다.
素月는 身死하엿습니다, 이것은 음직일 수 업는 嚴正한 事實이외다. 이 嚴正한 事實을 나는 理智로는 누구보다 못하지 안케 認定하는 한 사람이외다. 그러나 나의 感情은 조곰도 그럿치 아니하야 지금도 저 龜城郡 西山面 坪地洞에서 孤寂하게 지내려니 하는 생각을 禁할 수가 업스니, 참말 이것은 내 자신으로서도 엇지 할 수 업는 일이거니와, 그만치 나는 同君의 死를 암만해도 미들 수 업는 일이외다. 素月은 결코 그럿케 하늘을 도는 구름과 가치 자최도 업시 슬그먼이 업서질 人物이 아니외다. 나는 이것을 깁히 밋엇는지라, 同君의 身死를 나의 感情이 認定치 아니하는 것이외다. 그러나 事實은 어**지든지 素月은 죽은 것이외다. 永永이 다시 나는 그를 이 肉眼으로 대할 수가 업는 일이외다. 이것을 생각할 때에 素月의 死는 나에게 참을 수 업는 설음을 줍니다. 무어라고 形容하기 어러운 새캄한 생각을 줍니다.
그는 어듸까지든지 孤獨하게 지내다가 孤寂하게 돌아간<216> 詩人이외다. 별로 知己도 업시 고요이 혼자 노래하다가, 그것도 그만 斷念하고 남몰으게 山村에서 지내다가 남몰으게 돌아가고 말앗으니, 作品의 價値가튼 것은 如何間, 사람으로의 그의 一生은 넘우도 不幸이엇든 것이외다, 그러고 넘우도 짤밧든 것이외다. 저「플로베르」을 나는 생각지 아니할 수가 업스니, 作家로는 偉大하엿거니와 사람으로는 가장 不幸하엿든 것이외다.
素月의 作品을 나는 구태여「플로베르」의 그것에다 比하고저 하지는 아니 하거니와, 그 作品과 그 生을 돌아볼 때에는 또한 이러한 感이 업지 아니하외다.
聰明하고 나카롭은 그의 心眼은 이 世相을 그대로 볼 수가 업섯든 것이외다. 그대로 덥허두고 지낼 수가 업섯든 것이외다. 이 世相에서 惡과 不正과를 發見하고서 그는 落望하지 아니할 수가 업섯든 것이외다. 그러고 感情的이라기 보다도 理智的인 그는 이리하야 을프랴든 노래를 읍지 아니하고 中止하엿든 것이외다.「우리들의 노래가 果然이 世相에다 바늘끗 만한 光明이라도 던저 줄 수가 잇을 것입닛가. 저는 그럿케 생각지 아니합니다. 우리는 쓸데업시 비인 하늘을 향하고 노래하는데 지내지 아니하는 것입니다. 조곰도 이 얄망구즌 世道人心에 줄 바가 업는 것이지요」한
素月의 말은 자기가 詩歌를 斷念해 버린 理由도 되거니와, 그 보다도 이 世相이 어듸까지든지 잘못인 것을 發見하고서 모든 事爲가 다 쓸데 업다는 설음이엇든 것이외다. 素月은 결코 동근 사람이 아니외다. 어듸까지든지 모난 人物이엇든 것이외다. 자기의 비위에 틀니면 엇더한 일이라도 하고저 하지 아니 하엿거니와, 그 代身 자기의 비위에 맛기만 하면 반듯시 끗장을 내고야 말든 것이외다. 둥글지 못하엿든지라, 그의 處世術에도 적지 아니한 不利가 잇섯든 것이외다.
素月의 詩歌에 나타난 世界를 보아도 이 詩人은 결코 둥근 사람이 아니요. 어듸까지든지 모난 心情을 가젓으니, 그의 詩集의 詩歌들이 얼마나 원망스럽은 情으로 가득 하엿습닛가. 가튼 情을 노래함에도 그는 결코 보드랍은 생각을 가지지 아니하엿든 것이외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업시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寧邊에 藥山
진달내꼿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라.

가시는 거름거름
노힌 그 꼿을
사분이 즈러밟고 가시옵소서.<217>

나 보기가 역거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니우리다.

이것은
素月의「진달내꼿」의 詩외다. 보내는 情에 간절한 맛이 업는 것도 아니외다. 그러나 全體로 보아서, 울며 울며 가지말나는 것보다도 가는 것이 원망스러워서, 니를 악물고 죽어도 아니 눈물을 흘닌다는 것이외다. 作品은 性格이라는 말을 누구나 하는 바어니와, 素月의 詩歌에서 나는 각금 素月이를, 저 理智로의 모난 面의 素月이를 發見하고서 혼자 사람으로의 素月이를 생각해 보지 아니 할 수가 업섯든 것이외다.
말할 것도 업시 엇더한 作品에서든지 그 作者가 나타나지 아니 할 수 업는 것이외다 다만 그것이 作者全體가 나타낫느냐, 또는 한 面만이 나타낫든가, 하는 것 뿐이외다.

먼 后날 당신이 차즈시면
그 때에 내 말이「니젓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리면
?뭇적 그리다가 니젓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리면
?밋기지 안안서 니젓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닛고
먼훗날 그 때에「니젓노라」

이것은
素月이의「먼 后日」의 詩외다. 그러고 이 詩는 素月의 가장 어렷을 때의 作이니, 생각컨댄 아마 열6,7歲 때의 것일 것이외다. 아직 思想으로 보아서 固定的이 아니엿슬 때의 作品이나, 그 곳에서도 또한 나는 素月의 理智的 한 面을 비록 희미하나마 엿보지 아니 할 수가 업는 일이외다.
이 世相에 숨어잇는 것이 무엇인가를 發見한 그의 詩는 대개가 悲哀외다, 가튼 悲哀에도 원망이 석겻든 것이외다.
素月이가 朝鮮詩壇에 음직일 수 업는 커다란 功績을 遺産으로 남겨준 것은 言語의 使用이외다. 지금은 長足의 進步가 잇서서 제법 답온 用語를 使用하지만은, 그 當時로 보면 直譯式 文句가 아니면 外國語가튼 朝鮮말이 詩壇를 風靡하엿든 것이외다. 그 때에도 素月이는 言語를 살려서 使用하엿으니, 이것은 同君의 詩集「진달내꼿」를 들어다 보는 사람으로 누구나 認定하지 아니 할 수 업는 일이거니와, 그만치 素月이가 表現으로의 用語에 대한 注意는 집헛든 것이외다. 지금으로부터 15,6년 前에 그만한 關心을 言語에 대하야<218> 가젓든 詩人은 업섯다 하여도 過言이 아니외다. 素月의 用語에 대한 妙한 驅使는 實로 놀낼만 하엿든 것이외다.

그립다
말을 할가
하니 그리워.

그냥 갈가
그래도
다시 더 한 番...

저 山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西山에는 해진다고
지저귑니다.

압 江물 뒷 江물
흘으는 물은
어서 딸아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너도 년다라 흐릅듸다려.

素月이의「가는 길」의 用語를 볼 때에 우리는 實로 그 妙한 驅使에 歎服치 아니 할 수가 업는 것이외다. 言語를 산대로 잡아다가 산 고대로 使用하엿든 것이외다.
그러나 이러한 詩人이 좀 더 새로운 詩的 世界를 보여주지 못하고 그만 死身하여 버렷으니, 이 다 朝鮮詩壇의 不幸이외다. 오래동안 沈?을 직히다가 昨年부터 作品을 始作해 보겟노라고 하든
素月이가 새로운 作을 멧 개 내여 놋치 못하고서 뜻박게 아조 永永 돌아가 버리고 말앗으니, 우리의 愛惜은 實로 마른 하늘에 벼락이외다.
사람의 힘으로는 엇지 할 수 업는 이 不幸한 事實를 나는 다시금 오래동안 매자온 友誼로나 또는 詩壇의 損失로나 깁히깁히 설어 하지 아니 할 수가 업는 일이외다. 그러고「薄倖한 詩人
金素月이의 夭折이어」하는 생각에 나의 가슴에 덜컥 문허지는 것이외다.

엄마야 누나야 江邊살자
뜰에는 반짝는 금모래빗
城門 밧게는 갈닙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江邊살자.

이러한 노래를 다시는 들을 길이 업스니, 생각하면 생각사록 이 不幸한 詩人이 못내 생각되야 前後가 어울니지 아니하는 이 글을 草하야써 위선 나의 설어하는 一面을 表하는 바외다. (차차 遺稿를 어더서 좀 더 全體로의
素月이를 이야기하고저 합니다. 次號續)
-昭和 10年 1月-
城北洞서<219>
<216-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