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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만교수의 21세기 전망

이강기 2015. 9. 11. 16:42

폴 크루그만교수의 21세기 전망

 

(아래 글은 니혼게이자이 98년 1월 6일자에 게재된 폴 크루그만 MIT 교수의
글 ["현재의 연장"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세계, 21세기]를 옮긴 것이다. 알려
져 있는 바와 같이 크루그만교수는 국제무역분야 이론에 관한 공헌 외에 경쟁
력론이나 아시아경제의 문제점 지적 등으로 항상 논단의 중심이 되어온 인물이
다.)

 

 

 - 21세기는 현 시점에서 상상할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80년대 이후 세계 2대 조류가 되고 있는 기술혁신과 글로벌
   리제이션도 21세기에는 현재와 양상을 달리할 것이다. 기술혁신은, 단
   순노동시절과는 달리 지적활동의 가치를 떨어뜨려(고도의 업무는 자동
   화가 쉽지만 보통의 업무는 자동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옮긴이) 사회의
   불평등을 줄일 지도 모르겠다. 글로벌리제이션은, 경쟁의 격화와 정치
   적 반발 때문에 정체 또는 쇠퇴할 가능성마져 있다. -

 

<> 과거의 예측과는 다른 오늘의 현실

 

장기예측을 하려면 그것이 아무리 어줍잖은 것일지라도 과거역사에서 배우지 않
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1970년대 후반에 존재한 미래상과 오늘의 현실세계가 얼마나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당시 지구상의 세력균형은 소련측으로 기울어져 분명히 자본주
의 진영에 불리했다. 富는 선진공업국들로부터 카르텔의 위력을 알게 된 원료생산
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반서구적인 혁명가들이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지의 나라
에서 권력의 좌에 앉아 있었다.

80년대 이후의 세계경제를 지배하게 되는 2가지 조류를 미리 감지한 사람들도 극
히 적었다. 2가지 조류의 하나는 글로벌리제이션이다. 70년대 후반에는 아시아에
서 몇몇 소국들이 급성장했는데,([신흥공업국=NIES]라는 말은 78년에 처음으로 등
장했다.) 그것은 극히 예외적인 일로 간주되고 있다. 또한 중국이 국제시장에 얼
굴을 내밀었던 78년 직후에도 그것의 큰 의미를 감지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다른 또 하나는 정보기술의 대두다. 70년대 후반, 미래의 PC업계 거인들은 아직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었고 지하실이나 갸라지에서 手製의 컴퓨터를 주물럭거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미래학자들은 로마클럽처럼 어두운 예측을 하는 것에 찬동하는
경향이 농후했다. 로마클럽은, 세계의 성장이 둔화되어 앞으로 10년간은 저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기술진보와 글로벌리제이션이라고 하는 2개의 조류를 자세하게 살펴보면, 향후 20
- 30년이 과거 20년과는 전혀 다를 것으로 보인다. 기술은 계속 진보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의 경제적 영향은 이외로 적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글로벌리제이션
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아주 약해져 그대로 스러져 버리지 않을까싶다.

<> 고도의 업무는 자동화가 쉽지만 보통의 업무는 자동화가 어렵다

우선 기술부터 얘기해 보자. 80년경부터 기술변화가 추진된 것은 반도체 칩의 고
도화였다. 그 결과, 반도체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이른바 "무어의 법칙"대로 반도
체 가격이 18개월마다 절반씩 떨어진 것이다.

저렴한 가격의 반도체는 기술의 눈을 뜨게 하는, 발전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가 되
었다. 팩스, 휴대전화, PC, 數値제어(NC)공작기계등의 발전이 반도체의 가격인하로
가능했다. 무어의 법칙이 언제 끝나게 될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는 없지
만, 적어도 앞으로 20년간 반도체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말해도 무리는 아
닐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의 힘으로 우리들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정보처리능력의
향상은 종래의 비 숙련 노동자들을 대체할 수 있었다. NC 공작기계는 職人들을 대
체했으며, 워드프로세서는 타이피스트의 수요를 줄인것 같다. 반면,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새로운 정보미디어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고
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수요가 급증했다.

그 결과 소득의 불평등이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고등교육을 받고 기술적 사고가
가능한 사람들은 좋은 시절을 만났지만, 보통의 노동자들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가
난해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이 길게 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을만한 이유들이 있다. 정보기
술의 중요한 역할은 표상(symbol)화와 추상화능력 - 소수의 사람들 밖에 갖고 있
지 않은, 높은 가치가 있다고 간주되는 능력 - 이 필요하지 않는 노동력을 배제하
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에 정통한 사람들이라면 알수 있듯이 인간에게 어려
운 것이 컴퓨터에게도 어렵다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
다.

실제로 컴퓨터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서양장기선수가 되었으며, 컴퓨터
프로그램은 인간 작곡가 보다도 더 훌륭하게 바하의 음악을 교모하게 흉내내어
작곡할 수 있다. 그러나 보통의 아파트를 청소할 수 있는 로보트가 등장하는데
는 수십년, 경우에 따라서는 수세대가 걸릴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컴퓨터가 장래 고도한 능력을 가진 노동자들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최근에 미국의 어떤 뉴스잡지는 "전자 퍼포먼스 지
원 시스텀"이 조용한 부움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옛날 같으면 많은
전문지식을 필요로 한 업무를 그렇지 않은 사람도 손수 다룰 수 있는 소프트웨어
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을 이용하면 수년간의 훈련과 경험이 필요한 업무를, 고등
교육을 받지않은 사람들도 수일내에 습득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이른바 보통의
일 - 운전수나 기계공등 - 은 자동화에 장기간 저항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기술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면, 과거 20년간 확대를 계속해 온 불평등
의 압력은 아주 간단히 역전될 것이다. 그래서 기상천외한, 그러나 결코 불합리하
지 않는 예측을 하고싶다. 21세기는 고도의 표상화능력에 대한 가치가 떨어지며
그 결과 불평등이 줄어드는 시대가 될 것이란 점이다.

그렇다면 글로벌리제이션은 어떻게 될까? 신흥공업국들의 공업화는 기술적, 역사
적으로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되는 점이 많다. 그러나 글로벌리제이션의 현실을 자
세히 보면, 그 대부분이 놀라울 정도로 우발적이며 빈약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 정치적인 반발이 자유무역을 저해

 

신흥공업국의 전형적인 수출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그들은 선진국에서 생산된 고
도의 제품(부분품이나 부품)을 사 들여 노동집약형 공정을 통해 부가가치를 붙여
다시 수출하고 있다.

제조공정의 일부를 발전도상국이 맡아도 최종 소비자로서는 가격이 겨우 수 % 내
려가는데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발전도상국에서 생산하고 있
는 것은 저렴한 수송 코스트와 기술발달로 정보이용이 용이하기 때문이지만, 무엇
보다도 자유무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산체제를 세계는 어느 정도로 필요로 하는 것일까? 보다 많은 나라들이
공업화를 지향하고 있으며 한정된 시장에서 서로 경쟁하고 있다. 이 경쟁 때문에
이러한 나라들의 성장이 제약을 받을 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이미 그 전조를 보고
있다. 중국의 수출증가가 동남아의 위기를 일으키는 요인의 하나였음에 틀림없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리제이션이 자유무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과 도상국 쌍방에서 글로벌 경제에 반대하는 정치적 반발이 강하다는 사실
은, 이미 비밀도 무엇도 아니다. 철저한 보호주의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겠지만,
과거 10년간 급속하게 신장된 국제무역은 약간의 무역장벽으로도 쇠퇴하게 될 것
이다.

예를 들어 선진국들이 제 3 세계의 수출품에 관세를 5%만 인상해도 도상국 제조업
대부분이 최종가격 베이스에서 3-4% 밖에 코스트다운 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 만
으로도 수출이 스톱될 것이다.

이상의 것으로부터 나의 2번째 기상천외한 예측이 나온다. 글로벌리제이션은 앞으
로도 계속 진전되지는 않을 것이며, 향후 수십년간 정체하거나 또는 쇠퇴할 것으
로 생각된다는 점이다.

나는 이러한 예측이 꼭 타당한 것이라고 믿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가 그대로
연장된 세계가 찾아올 가능성과 함께 내가 예측하는 세계가 찾아 올 가능성도 있
다고 믿는다.

확실히 말해 둘 것은, 21세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 상상하고 있는 것처럼 되
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