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保, 軍事, 戰史

한미 미사일 정책의 변화로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무기들

이강기 2015. 9. 26. 18:07

 

한미 미사일 정책의 변화로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무기들

 

 

한미 미사일 지침 해설 

 

표1)  탄도 미사일

 

사거리 300km 550km 800km
탄두 중량 2t 1t 500kg

 

 

표2) 순항미사일

 

사거리 무제한 300km
탄두중량 500kg 무제한

 

 

표3) 현재의 무인기

 

  글로벌호크(고고도, 미국) 프레데터(중고도, 미국) 송골매(저고도, 한국)
비행고도 20km 7.6km 4km
탑재중량 2250kg 1000kg 290kg

 

 

표4) 앞으로의 무인기

 

비행고도 무제한
탑재중량 2500kg

 

 

위의 표 1과 2는 10월 7일 천영우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발표한 ‘새로운 미사일 정책선언’을 정리한 것이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탄도미사일 부문은 사거리를 300km로 하면 2t, 550km로 하면 1t, 800km로 하면 500kg의 탄두를 달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사거리를 300km로 하면 2t의 탄두를 달 수 있다’고 한 부분이다.

 

미군은 지대지 미사일은 사거리 320km를 경계로 육군용과 공군용을 나누고 있다. 320km 이하의 지대지 미사일은 육군에서 운용하고, 그 이상은 공군에서 운용한다. 사거리 320km가 넘는 미사일의 대표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이 미사일은 미국 본토에 있는 공군 우주사령부가 관리 운용한다.

 

미국 본토에서 미사일로 적을 공격하려면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넘어가야 하니, 미 공군 우주사령부는 대륙간탄도미사일만 보유 운용한다. 공군 우주사령부는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사거리가 조금씩 짧은 ‘중거리탄도미사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넘어가는데 한계가 있어 보유하지 않는다. 이 공간을 해군이 메워준다. 미 해군의 트라이던트급 전략핵추진잠수함은 중거리나 준중거리에 해당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싣고 다닌다. 여기까지는 핵탄두를 탑재하는 전략미사일에 해당한다.

 

그리고 바로 앞의 적과 싸우는 육군이 320km 이하의 전술 미사일을 운용한다. 과거에는 전술 미사일에도 핵탄두를 달았지만 지금은 고(高)폭약인 재래식탄두만 탑재한다. 미 육군이 운용하는 사거리 320km 이하의 전술 탄도미사일의 대표가 ATACMS(‘에이타킴스’로 발음)다. 미국 육군에서는 사단과 군단이 대표적인 작전부대이게, 군단과 사단의 포병여단에서 ATACMS를 운용한다.

 

같은 발사대를 사용할 경우 미사일의 탄두중량과 사거리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 탄두중량을 늘이면 그만큼 탑재하는 연료를 줄여야 하니 사거리가 짧아진다. ATACMS의 사거리를 300km로 하면 탄두중량은 230kg이 되고, 160km로 줄이면 560kg짜리 탄두를 달 수 있다. ATACMS는 순항미사일이나 항공기에서 투하하는 합동집속탄(JDAM)만큼은 아니지만 탄도미사일 중에서는 명중도가 매우 높은 게 특징이다.

 

한국의 현무-2 지대지미사일은 사거리 300km에 탄두중량은 500kg이다. 그러나 현무-2는 300km 사거리를 가진 ATACMS보다 명중도가 떨어진다. 한국 육군의 유도탄사령부는 현무-2와 ATACMS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데, 정확한 사격이 필요한 초전(初戰)에는 300km짜리 ATACMS를 발사한다. 현무-2는 덜 정확한 사격을 해도 되는 표적을 부수는데 사용한다. ATACMS의 정확도가 높기에 한국은 사거리가 200km 이하일지라도 ATACMS만큼 정확도가 높은 전술용 지대지 미사일을 개발해 육군 군단에 배치하려고 한다.

 

북한은 무기공장과 지휘소 등 전략시설은 전부 갱도진지 안에 넣어놓았다. ATACMS는 매우 정확한 탄도미사일이지만, 탄두중량이 작아 땅굴 속에 숨어 있는 특수 진지를 부수지 못한다. 이러한 땅굴 진지는 해군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공격한다. 정리하면 미국은 초정밀 사격이 필요한 표적은 해군 구축함과 순양함 잠수함(LA급)에서 발사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파괴하고 그보다 덜 정확히 맞혀도 되는 표적은 육군의 ATACMS로 부수는 것이다. 이렇게 육해공군이 무기를 중복해서 갖지 않고, 혼합해서 사용함으로써 전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합동성 제고(提高)’라고 한다.

 

軍, 北의 서울포격 상정한 평양타격 첫 가상훈련 - 현무급 순항미사일 (2012.06.19)

이번 선언에서 한국이 사거리를 300km에 탄두 중량 2t의 지대지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탄두는 거대한 고폭약 하나로 만들 수도 있고, 수류탄 만한 자탄(子彈) 수백~수천 개로 만들 수도 있다. 수백, 수천 개의 자탄으로 구성된 탄두를 클로스터 탄두라고 하는데, 이 탄두는 목표물 상공에서 찢어지면서 광범위한 지역에 자탄을 떨어뜨려 불바다로 만든다. 그러나 지하진지나 뚜꺼운 콘크리트로 된 시설은 붕괴시키지 못한다.

 

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목표물에 떨어질 때는 마하 10 정도의 속도를 낸다. 탄일 탄두 미사일은 이러한 운동 에너지에 고폭약이 터지면서 일으키는 폭압 에너지가 보태지기에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한국이 2t의 탄두를 단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북한의 땅굴 진지를 부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미사일에 달 수 있는 핵탄두의 최소 무게가 1t이기에 미국은 한국이 개발하는 미사일의 탄두는 500kg을 넘지 못하게 했는데 이번에 그 제약을 풀어주었다.

 

이로써 한국은 북한의 갱도진지를 부술 수 있게 되었다. 탄도 미사일은 낙하 속도가 워낙 빨라 현재의 기술로는 땅속에 파고 들어가 터지는 관통탄두를 못한다. 따라서 강력한 충격으로 뚫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는데 2t의 탄두를 만들 수 있게 됨으로써 한국은 그 길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북한의 전략 신설은 한국군 전략기지인 충북 음성에서 300km쯤 떨어진 곳에 많이 있으니, 300km-2t 탄도미사일 개발은 상당한 대북 억제력을 갖게 된다.

 

사거리를 550km-탄두 중량 1t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의미를 갖는다. 1의 탄두도 웬만한 갱도진지를 부숴버린다. 한반도 최북한은 함북 온성군인데, 온성군은 음성군에서 직선거리로 550km쯤에 있다. 사거리 800km이면 500kg의 탄두를 달 수 있게 됐는데, 이는 포항에서 발사해 온성을 때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전남 해안에서 발사하면 신의주도 공격할 수 있다. 한국군은 ATCMS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도 절대 바보는 아니다. 북한은 땅 속에 건설한 전략시설의 입구를 전부 중국 쪽으로 내놓았다. 전략시설을 파괴하려면 갱도입구를 부숴야 효과적이다. 정확히 맞추지 못하더라도 갱도입구를 때려야 내부를 허물어뜨릴 수 있다. 때문에 북한의 갱도진지 입구를 정확히 파괴하려면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F-15K가 날아가 초정밀 유도폭탄인 JDAM을 투하해야 한다는 판단이 많았다.

 

그런데 몇몇의 북한 전략시설은 북한-중국 국경선 근처에서 북쪽으로 입구를 만들어놓았기에 침투한 F-15K는 일시적으로 중국 영공으로 들어가야 회전해 갱도 진지 입구를 마주할 수 있었다. 유사시 출격한 한국 공군기가 중국 국경을 침범하면 중국이 예민해진다. 때문에 비행기처럼 날아가서 북한-중국 국경을 넘어가지 않으면서도 회전해 정확히 갱도 입구를 부수는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그 해법이 바로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순항미사일 개발이었다.

 

순항미사일 부문은 탄두 중량을 500kg 이하로 하면 한미 미사일 지침과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의 규제를 거의 받지 않기에 한국은 순항미사일 부문을 집중적으로 발전시켜 왔었다. 그리하여 사거리 1000km-탄두중량 500kg의 순항미사일 현무-3B를 개발하고, 이어 사거리 1500km-탄두중량 350kg의 현무-3C를 개발했다. 미국은 한국의 발전한 순항미사일 실력을 인정해 탄두중량을 500k 이하로 할 경우 사거리는 무제한으로 개발해도 좋다는 동의를 했다.

 

현무-3 순항미사일은 미 해군의 토마호크에 비교된다. 한국은 사거리 1000km-탄두중량 500kg의 현무-3B를 개발해 놓은 만큼 정확도를 토마호크만큼 올리는 것이 과제가 된다. 갱도진지의 입구를 정확히 파고 들어가 터지는 순항미사일을 만들 수 있다면 북한은 큰 압박을 받게 된다. 지하는 폐쇄된 공간인지라 500k의 화약이 터져도 폭압과 화염 때문에 내부는 완전 파괴돌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격을 피하려면 북한은 가짜 입구를 여러 개 만들어 놓고 진짜와 섞어 사용함으로써 혼란을 주는 수밖에 없다.

 

이에 속지 않으려면 한국은 정찰위성과 고고도 무인(정찰)기 등으로 정밀히 갱도진지를 감시해야 한다. 순항미사일은 본래 대함(對艦) 미사일에서 발전해 나왔다. 따라서 순항미사일 분야를 잘 연구하면 한국은 서해에서 작전하는 라오닝(遼寧) 항모 등 중국 함정을 잡는 대함미사일을 개발할 수도 있다. 유사시 중국은 북한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한국은 중국을 억제할 수단을 가져야 하는데 그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순항미사일보다 더 정확한 공격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인기다. 무인기는 TV방송에 많이 사용하는 ENG 카메라 비슷한 것을 싣고 비행하며 촬영하기에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알 수 있다. 무인기 중에서 최고는 적의 대공(對空) 미사일이 올라 올 수 없는 20km쯤에서 비행하는 고고도 무인기이다. 날씨가 좋으면 ENG 카메라 비슷한 것으로 찍어 송신한다. 구름이 끼었거나 밤이면 레이더 영상(SAR) 촬영을 한다. 레이더 영상 장비는 구름과 어둠을 뚫을 수 있는 레이더파로 촬영해 흑백사진을 만들어 바로 송출한다.

 

미국의 글로벌호크 고고도 무인기가 바로 이러한 장비를 싣고 적국 영공으로 날아가 정찰을 한다. 정찰위성은 2분만에 한반도를 지나간다. 한반도를 통과하기 전후에도 한반도를 촬영할 수 있다고 해도, 정찰위성이 한반도를 살피는 시간은 길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호크는 10여 시간 이상 한 곳을 맴돌며 계속 촬영할 수 있다. 총 비행시간이 30시간이 넘으니 오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지 않으면, 표적지역에서 10시간 이상 떠있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고고도는 물론이고 중고도 무인기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선언으로 탑재중량이 2500kg 이하면 어떠한 무인기를 만들어도 좋다는 동의를 받았다(표 4참조). 글로벌호크의 탑재중량이 2250kg이니 고고도무인기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한국이 자력으로 만든 무인기는 4km까지 올라가는 육군 군단의 정찰대대가 사용하는 저고도 무인기뿐이었다. 고고도 무인기는 전략 무기이니 공군에서 운용하게 된다(표 3 참조).

 

고고도 무인기를 여러 대 띄우면 기막힌 합동작전을 펼칠 수 있다. 한 대는 SAR 장비 등으로 현재의 적진 상황을 살펴보고, 또 한 대는 초정밀 폭격을 하는 합동직격탄(JDAM)을 달고 있다가 허점이 발견되면 바로 투하해 파괴하는 것이다. 순항미사일은 속도가 느리기에 1000여km를 날아가려면 70여분 이상이 걸린다. 그 사이 적은 갱도진지의 문을 닫아 버릴 수 수 있는데, 고고도 무인기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JDAM을 떨어뜨려 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한 중고도 무인기 프레데터를 띄워놓고 있다가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지도자급이 발견되면 바로 사격해 제거하곤 했었다.

 

고고도 무인기가 떠 있는 24km 고도까지 올라오는 대공미사일은 없으니 적은 손을 쓸 수가 없다. 이번 선언으로 한국은 4km 고도까지 올라가는 저고도 무인기 송골매만 개발했던 한국은 글로벌호크급 고고도 무인기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표 4 참조).

 

한국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최대 전력은 북한 미사일이다. 북한은 다양한 미사일을 개발한 것 같지만 실전배치한 것은 스커드와 노동이다. 스커드와 노동은 액체연료를 사용하기에 발사하려면 기립을 시킨 후 연료를 주입해야 한다. 때문에 한미 양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기립시키지 않는지 눈에 불을 켜고 살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북한이 1000여기로 알려진 스커드와 노동을 일시에 기립시키면, 한국과 미국은 1000기의 미사일을 동시에 타격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올해 9월 국방부는 유도탄 증산(增産)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2조7000억원의 예산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예산이 확보되고 이번 선언으로 새로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무인기가 개발된다면, 한국은 만성적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한계는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기립시키면 우리는 선제사격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다. 북한을 먼저 공격했다는 비난을 무릅써야 하는 것이다.

 

북한은 교묘하기에 미사일을 실은 트럭을 예상치 못한 곳으로 보내 쏜다면 우리는 불의의 일격을 당할 수도 있다. 때문에 보다 완벽한 안보를 하고 싶다면 PAC-3를 도입하거나 한국형 MD(미사일방어체계) 혹은 미국과 연합으로 MD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PAC-3나 MD가 구축돼 있으면 선제공격을 피할 수 있고, 불의의 일격도 막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PAC-3와 MD의 레이더 체계는 정교하기에 고공으로 올라온 탄도미사일을 바로 발견해 요격시킬 수 있다.

 

이번 선언을 위한 한미 협상에서는 우주발사체용 고체연료로켓 개발 부문이 배제됐다. 이번 협상은 미사일에 국한된 것이라 우주발사체에 탑재하는 고체연료로켓은 아예 논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액체연료로켓은 스커드와 노동의 경우처럼 기립을 한 후 연료를 주입해야 하지만, 고체연료로켓은 고체연료를 항상 내장해 놓고 있기에 급작 발사를 할 수 있다.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주로 사용한다. 그리고 우주발사체에서도 사용한다. 이유는 훌륭한 추력 때문이다.

 

일본이 자랑하는 H-2A는 액체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최첨단 우주발사체이다. 그러나  H-2A를 올려주는 진짜 힘은 액체수소로켓을 단 몸통이 아니라 주변에 부스터로 붙여 놓은 고체연료로켓이 낸다. H-2A는 고체연료 엔진으로 올라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발사 초기에 필요한 큰 힘은 고체연료로켓이 내주고 있다. 오는 10월 하순 한국은 나로호 3차 발사를 한다. 나로호는 순수 액체연료로켓이다. 한국이 우주개발을 제대로 하려면 고체연료로켓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규제를 미국은 풀어주어야 한다.

 

한국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회원국인데 미국이 미사일지침으로 한국을 규제하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다른 자리에서 한국도 일본처럼 고체연료로켓을 개발할 수 있도록 미국은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한국은 MTCR을 지키면서 우주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