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가 프랑스어보다 아름다운가? |
김상준의 한국어 바로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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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가 프랑스말보다 아름답다!” 최근 ‘욘사마’를 사랑하는 일본의 열성 팬들이 이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 연말 방송계의 원로로부터 들은 이 말은 세계 언어학계를 뒤흔들만한 발언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에서 열린 한?중?일 3국 방송제작자들의 모임에서 한 일본인 프로듀서가 모임의 공식언어를 한국어로 하자고 제안했다는 말을 들었다. 필자는 이런 말들이 단순한 것이 아니라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말과 프랑스어에는 음성학적으로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두 나라말에는 ‘ㄴ’구개음과 같은 음이 발달해 있다. 프랑스어의 ‘아비뇽, 다르따냥’에 있는 ‘냥, 뇽’과 같은 음이 한국어에 많이 발달해 있다. ‘상냥, 안녕, 숭늉’과 같은 말이나, ‘청룡[청뇽], 영업용[영엄뇽]’과 같은 말에 있는 음소이다. 받침이 없는 구개음 ‘냐, 녀, 뇨, 뉴, 니'와 같은 음들도 말을 부드럽게 하는 음소이다. 이 계열의 음들은 스페인어를 비롯한 일부 유럽 언어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말소리를 부드럽게 하는 구개음 계열 음소들은 외국인들이 어렵게 느끼는 발음이다. 또한 우리말의 다양한 활용어미들과 의태어 의성어, 경어법 등을 어렵게 느낀다. 외국인들이 어렵다고 하니까, 우리말을 비과학적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언어는 비과학적인 말이 없다. 왜냐하면 인간의 조음기관은 다른 어떤 기관보다 과학적으로 돼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한국어는 대단히 과학적인 말일 뿐만 아니라, 언어학적으로 수준이 높은 말이다. 프랑스어는 세계적으로 아름답다고 정평이 나있는 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대단히 중요한 조건에서 우리 한국어는 프랑스어보다 우위에 있는 말이다. 프랑스어는 고유의 문자가 없다. 프랑스어를 기록하는 문자는 프랑스 고유의 문자가 아닌 로만 알파벳이다. 알파벳은 로마인이 라틴어를 표기하기 위해 완성한 문자이다. 우리 한국어는 훈민정음이라는 고유의 문자가 있는 말이다. 이렇게 우리 한국어는 음성언어와 문자언어가 완벽하게 갖춰진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와 같은 소수가 사용하는 언어는 머지않아 말살될 것이기 때문에 영어를 공용어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미래의 세계는 영어와 중국어 등 세력이 큰 언어만 남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어를 빨리 공용어로 지정해 교육을 강화하고, 한국어를 버리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들의 주장 중에는 인터넷상의 언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한국어를 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주장이야말로 미래를 잘 내다보지 못한 결과의 하나이다. 인류의 지혜의 산물인 전자통신의 발달로 인해 세계 각국의 언어를 자동 통역하는 기계가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2020년경에는 통역기의 완성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생활언어의 자동통역이 이뤄지면 당연히 인터넷상에서의 세계 각국 언어도 web으로 연결해 완벽하게 호환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언중의 수는 7500만이다. 어떤 이는 우리 한국어를 일컬어 “다수가 쓰는 언어의 말석, 소수가 쓰는 언어의 선두”로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말과 글의 경쟁력을 연구하는 이들은 “한글과 한국어는 사용하는 언중의 수, 한글의 과학성과 경제성, 그리고 컴퓨터 등의 활용을 바탕으로 해서 영향력 면에서 중국어와 일본어 등 동양언어를 압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영어 등 로마자를 바탕으로 쓰는 언어들과도 충분한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동남아와 미주, 유럽 등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등에서의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어에 대한 해외에서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때맞춰 국회는 2004년 12월 29일 본회의를 열어 국어기본법을 통과시켰다. 국어기본법의 제정으로 안으로는 한국어의 발전을 꾀하고, 밖으로는 국제적 보급과 확산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어렵게 마련된 한국어에 관한 기본법이 자연스러운 한국어의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처럼 ‘한글전용이냐’, ‘국한문 혼용이냐’와 같이 국력낭비를 초래하는 논쟁을 불러일으켜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각종 이익집단이나 개인들이 국익과 무관한 한국어 관련 사업을 펼치려 하거나, 국어전문가 등의 이름으로 자리를 차지려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국민이 감시해야 할 것이다. 정보화 시대에서는 음성언어가 대단히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컴퓨터가 말을 알아듣고 말을 만들어 내는 시대, 전자기기와 인간이 대화를 나누는 시대, 외국인과의 즉시 통역시대는 표준화된 음성언어의 필요성이 절실해질 것이다. 따라서 한국어 정책과 교육도 이와 같은 전자기기와의 대화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한국어를 ‘정확한 발음, 알맞은 크기, 적절한 속도’를 갖춘 세련된 언어로 가꿔 나가도록 국어기본법이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어는 프랑스말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주어야 한다. 또한 각종 국제회의,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회의에서는 “한국어를 공용어로 한다.”는 말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어정책 당국과 교육계, 언론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 김상준(동아방송대학 교수, 언론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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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1월 26일 17:12:05 / 수정 : 2005년 01월 26일 17:28: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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