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명 |
개벽 제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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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
제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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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년월일 |
1921-0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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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목 |
소설 貧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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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
憑虛 玄鎭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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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형태 |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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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 「그것이 어쨰 업슬가?」 안해가 장門을 열고 무엇을 찻더니
입안말로 중얼거린다. 「무엇이 업서?」 나는 우둑허니 책상머리에 안저서 책장만 뒤적뒤적 하다가 물어보앗다. 「모번단 저구리가
하나 남앗는데... 」 「... 」 나는 그만 묵묵하엿다. 안해가 그것을 차저 무엇하랴는 것을 알미라. 오늘밤에 엽집 한멈을 시켜
잡히려 하는 것이다. 이 2년 동안에 돈한푼 나는 대는 업고 그래도 줄이면 시장할 줄 알아 器具와 의복을 典當局倉庫에 들여밀거나 고물상 한
구석에 세워두고 돈을 어더 오는 수밧게 업섯다. 지금 안해가 하나 남은 모번단 저구리를 찻는 것도 아츰ㅅ거리를 장만하려 함이라. 나는
입맛을 쩝쩝 다시고 펴던 책을 덥허노코 후- 한숨을 내쉬엇다. 봄은 벌서 반이나 지내엇건마느 이슬을 실흔 듯 한밤 긔운이 방구석으로부터
슬금슬금 기어나와 사람에게 안키고 비가 오는 까닭인지 밤은 아즉 깁지 안흔데 인적조차 끈허지고 왼天地가 비인 듯이 고요한데 투닥투닥 떨어지는
비소리가 한업는 구슯흔 생각을 자아낸다. 「빌어먹을 것 되는대로 되어라」 나는 점점 견딜 수업시 두 손으로 허터진 머리칼악을
쓰다듬어 올리며 중얼거려 보앗다. 이 말이 더욱 처량한 생각을 일으킨다. 나는 또 한번 「후-」한숨을 내쉬며 왼팔을 비고 책상에 쓸어지며 눈을
감앗다. 이 순간에 오늘 지낸 일이 불현듯 생각이 난다. 늣게야 점심을 마치고 내가 막 券煙 한 개를 피어 물 적에 漢城銀行 단이는
T가 공일이라고 놀러왓섯다. 親戚은 다 머지안케 살아도 가난한 꼴을 보이기도 실코 차저 갈 적마다 무엇을 뀌어내라고 조르지도
아니하엿건만〈161〉행여나 무슨 구차한 소리를 할가봐서 미리 방패 막이를 하고 눈ㅅ살을 집흐리는 듯하여 나도 발을 끈코 딸아서 차저오는 이도
업섯다. 다만 이 T는 촌수가 가까운 까닭인지 자로 우리를 방문하엿다. 그는 성실하고 恭順하며 屑屑한 小事에 슯허하고 깃버하는 인물이엇다.
동년배인 우리들은 늘 친척간에 비교ㅅ거리가 되엇섯다. 그리고 나의 평판이 항상 조치 못하엿다. 「T는 돈을 알고 爲人인 진실해서 그 애는
돈푼이나 모을 것이야. 그러나 K(내이름)는 아모짝에도 못쓸 놈이야. 그 잘난 諺文석거서 무어라고 끄적어려 노코 제 주제에 무슨 조선에 유명한
문학가가 된다니- 실업의 아들놈!」 이것이 그네들의 평판이엇다. 내가 문학인지 무엇인지 하는 소리가 까닭업시 그네들의 비위에 틀인 것이다.
더군다나 나는 그네들의 생일이나 혹은 大事 때에 돈 한푼이러 타는 일이 업고 T는 소위 착실히 돈벌이를 하여 가지고 국수밥소래나 보조를 하는
까닭이다. 「얼마 아니되어 T는 잘 살 것이고 K는 거지가 될 것이니 두고 보아!」 오촌당숙은 이런 말슴까지 하엿다 한다. 입밧게는
아니 내어도 친부모 친형제까지라도 심중으로는 다 이러케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부모는 달라서 화가 나시면 「네가 그리하다가는 말경에 벌엉방이가
되고 말것이야」라고 꾸중은 하셔도 「사람이란 늣福모르느니라」「그런 사람은 또 그러케 되느니라」하시는 것이 스스로 위로하는 말슴이고 또 며느리를
위로한는 말슴이엇다. 이것을 보아도 하는 수업는 놈이라고 단념을 하시며서 그래도 잘되기를 바라시고 축원하시는 것을 알겟더라. 여하간
이만하면 T의 사람됨을 가히 알 수가 잇다. 그러고 그가 우리집에 올 것 가트면 지어서 쾌활하게 웃으며 힘써 滋味스러운 이악이를 하엿다. 단둘이
孤寂하게 그날 그날을 보내는 우리에게는 더할 수업시 반가웟섯다. 오늘도 그가 활발하게 집에 쑥 들어오더니 신문지에 싼 길음한 것을
「이것봐라」하는 듯이 마루우에 올려노코 분주히 구두끈을 끌른다. 「이것은 무엇인가?」나는 무러보앗다. 「저- 제 妻의 양산이야요-
쓰던 것이 벌서 다 낡앗고 또 살이 부러젓다나요」 그는 구두를 벗고 마루에 몰라서며 나오는 웃음을 참지〈162〉못하야 벙글벙글하며서 대답을
한다. 그는 나의 안해를 보며 돌연히 「아지머니 좀 구경하시럅니까?」하더니 싼조히와 집을 벗기고 양산을 펴 보인다. 힌 비단바탕에 두어가지
매화를 繡노흔 양산이엇다. 「검정이는 조흔 것이 만하도 넘우 칙칙해 보이고... 회색이나 누렁이는 하나도 그것이야 십흔 것이 업서서
이것을 산걸요」 (그는 이것보다 더 조흔 것을 살 수가 잇나)하는 뜻을 보이랴고 애를 쓰며 이런 발명까지 한다. 「이것도 퍽
조흔데요」 이런 칭찬을 하며서 양산을 펴들고 이리저리 홀린 듯이 드려다 보고 잇는 안해의 눈에는「나도 이런 것을 하나 가젓스면」하는 생각이
역역히 보인다. 나느 갑작이 불쾌한 생각이 와락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오며 안해의 양산보는 양을 빙그레 웃고 바라보고 잇는
T에게 「여보게 방에 들어오게 그려. 우리 이악이나 하세」 T는 딸아 들어와 물가폭등에 대한 이악이며, 자기의 월급이 오른 이악이며,
株券을 몃 주 사두엇더니 꽤 이익이 남앗다던가, 이번 각 은행사무원경기회에서 자기가 우월한 성적을 어덧다던가, 이런 것 저런 것 한참
이악이하다가 돌아갓섯다. T를 보내고 책상을 향하야 짓던 소설의 결미를 생각하고 잇슬 지음에 「여보!」 안해의 떠는 목소리가
바로 내 귀겨테서 들린다. 피ㅅ긔업는 얼굴에 살짝 붉은 빗이 들며 어느결에 내 겨테 바싹 다가안젓더라. 「당신도 살 도리를 좀
하셔요」 「... 」 나는 또「시작는구나」하는 생각이 번개가티 머리에 번적이며 불쾌한 생각이 벌컥 일어난다. 그러나 무어라고 대답할
말이 업서 묵묵히 잇섯다. 「우리도 남과 가티 살아보아야지요!」 안해가 T의 양산에 단단히 자극을 바든 것이다. 예술가의 妻 노릇을
하랴는 독특한 결심이 잇는 그는 좀처럼 이런 소리를 입밧게 내지 아니하엿다. 그러나 무엇이 상당한 자극만 바드면 참고 참앗던 이런 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이런 소리를 들을 적마다 「그럴만도하다」는 동정심이 업지 아니하나 심사가 어쩐지 조치 못하였다. 이번에도 「그럴만도
하다」는 동정심이 업지 아니하되〈163〉또한 불쾌한 생각을 억제키 어려웟다. 暫間잇다가 불쾌한 빗을 들어내며 「급작스럽게 살 도리를 하라면
어찌할 수가 잇소. 차차 될 때가 잇겟지!」 「아이구, 차차란 말슴 그만두구려, 어느 천년에...」 안해의 얼굴에 붉은 빗이 지터가며
전에 업던 흥분한 어조로 이런 말까지 하엿다. 자세히 보니 두 눈에 은은히 눈물이 고이엇더라. 나는 잠시 멍멍하게 잇섯다 성낸 불길이
치바텨 올라온다. 나는 참을 수가 업다. 「막버리군한테나 시집을 갈 것이지 누가 내게 시집을 오래ㅅ서! 저 따위가 예술가의 妻가 다
뭐-야」 사나운 어조로 몰풍스럽게 소리를 꽥 질럿다. 「에그... 」 살짝 얼굴빗이 변해지며 어이업시 나를 보더니 고개가 점점
숙으러지며 한 방울, 두 방울 방울방울 눈물이 장판우에 떨어진다.- 나는 이런 일을 가슴에 그리며 그래도 내일 아츰ㅅ 거리를 장만하랴고
옷을 찻는 안해의 심중을 생각해보니 말할 수 업는 슯흔 생각이 가을 바람과 가티 설렁설렁 心骨을 분질르는 것갓다. 쓸쓸한 비소리는 굵엇다
가늘엇다 의연히 적적한 밤 공기에 더욱 처량히 들리고 그림 안진 燈皮속에서 비추는 불빗은 구름에 가린 달빗처럼 우는 듯 조으는 듯 구차히 어더산
몃 권 洋冊의 表題金字가 번쩍어린다.
二 장압헤 ?然히 서 잇던 안해가 무엇이 생각낫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들릴 듯 말 듯
목안의 소리로 「으흐... 올치 참 그날... 」 「차젓소?」 아니야요, 벌서 ... 저 인천사시는 형님이 오셧던 날...
」 「... 」 안해가 애써 찻던 그것도 벌서 전당포의 고흔 몬지가 안젓구나- 종지 하나라도 차근차근 알안곳하는 안해가 그것을
잡혓는지 아니 잡혓는지 모르는 것을 보면 빈곤이 얼마나 그의 정신을 물어뜨덧는지 가히 알겟다. 「... 」 「... 」 한참동안
서로 아모말이 업섯다. 가슴이 어째 답답해지며 누구하고 싸움이나 좀 해보앗스면, 소리껏 고함이나 질러보앗스면, 실컷 울어보앗스면 하는 일종
이상한〈164〉감정이 부글부글 피어오르며 전신에 이(?)가 스멀스멀 기어단이는 듯, 옷이 어째 몸에 끼이고 견딜 수가 업다. 나는 이런 감정을
노골적으로 들어내며 「점점 구차한 살림에 실증이 나서 못 견디겟지?」 안해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게 정신을 일코 섯다가 그게
섬치레한 눈이 둥글해지며 「네에? 어째서요?」 「무얼 그러치!」 「실흔 생각은 족음도 업서요」 이러케 말이 오락가락함을
딸아 나는 흥분의 도가 점점 지터간다. 그래서 안해가 떨리는 소리로 「어째 그런 줄 아셔요?」하고 반문할 적에 「나를 菽麥으로
알우!」라고 격렬하게 소리를 놉혓다. 안해는 실짝 분한 빗이 눈에 비최며 물끄럼이 나를 들여다 본다. 나는 괘씸하다 하는 듯이
흘겨보며 「그러면 그것 모를가! 오늘날까지 잘 참아오더니, 인제는 점점 기색이 달라지는 걸, 뭐- 물론 그릴만도 하지마는!」 이런
말을 하는 내 가슴에는 지낸 일이 활동사진 모양으로 얼른 얼른 나타난다. 6년 전에 (그 때 나는 16세이고 저는 18세이엇다) 우리가
결혼한지 얼마 아니되어 지식에 목마른 나는 지식의 바다ㅅ물을 어더 마시랴고 표연히 집을 떠낫섯다. 광풍에 나부끼는 버들葉 모양으로 오늘은 支那,
내일은 日本으로 구을러 단이다가 金錢의 탓으로 지식의 바다ㅅ물도 흠씬 마셔보지도 못하고 半거둬충이가 되어 집에 돌아오고 말앗다. 내게 시집올
때에는 방글방글 피랴는 꼿뿡오리 갓던 안해가 어느 결에 이울어가는 꼿처럼 두 뺨에 鮮姸한 빗이 슬어지고 이마에는 벌서 두어금 가는 줄이
그리엇다. 妻家 덕으로 집간도 장만하고 세간도 어더 우리는 소위 살림을 하게 되엇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지내엇지마는 한푼 나는 대업는
살림이라 한달 가고 두달 갈스록 점점 곤란해질 따름이엇다. 나는 보수업는 독서와 가치업는 창작으로 해가지고 날이 새며 쌀이 잇는지 나무가 잇는지
망연케 몰랏섯다. 그래도 때때로 맛난 반찬이 상에 오르고 입은 옷이 과히 추하지 아니함은 전혀 안해의 힘이엇다. 전들 무슨 벌이가 잇스리요.
부끄럼을 무릅쓰고 친가에 가서 눈치를 보아가며 구차한 소리를 하여가지고 어더온 것이엇다. 그것도 한 번 두 번 말이지 장구한 세월에 어찌 늘
그럴 수가 잇스랴-말경에는 안해가 가저온〈165〉 세간과 의복에 손을 대는 수밧게 업섯다. 잡히고 파는 것도 나는 알은 체도 아니하엿다. 그가
애를 쓰며 특명스러운 엽집 한멈에게 돈푼을 주고 시켯섯다. 이런 고생을 하며서도 그는 나의 성공만 마음 속으로 깁히 깁히 밋고 빌엇섯다.
어느 때에는 내가 무엇을 짓다가 마음에 맛지 아니하며 쓰던 것을 집어더지고 화를 낼 적에 「웨 마음을 조급하게 잡수셔요.- 저는 꼭 당신의
이름이 세상에 빗날 날이 잇슬 줄 미더요. 우리가 이러케 고생을 하는 것이 장래에 잘 될 근본이야요」하고 그는 스스로 흥분되어 눈물을 흘리며
나를 위로한 적도 잇섯다. 내가 외국으로 돌아단일 때에 소위 신풍조에 띠어 까닭업시 구식 여자가 실혓섯다. 그래서 나의 일즉이 장가든 것을
매우 후회하엿다. 어떤 남학생과 어떤 여학생이 서로 연애를 주고 밧고 한다는 이악이를 들을 적마다 공연히 가슴이 뛰놀며 부럽기도 하고
비감스럽기도 하엿섯다. 그러나 나ㅅ살이 들어갈스록 그런 생각도 업서지고 집에 돌아와 안해를 격겨보니 의외에 그에게 따뜻한 맛과 순결한
맛을 발견하엿다. 그의 사랑이야말로 이기적 사랑이 아니고 헌신적 사랑이엇다. 이런 줄을 점점 깨닷게 될 때에 내 마음이 얼마나 행복스러웟스랴-.
밤이 깁도록 다딤이를 하다가 그만 옷 입은 채로 쓸어저 곤하게 자는 그의 파리한 얼굴을 들여다보며 「아아 나에게 위안을 주고 원조를 주는
천사여-」하고 감격이 극하야 눈물을 흘린 일도 잇섯다. 내가 아다십히 내가 별로 天?은 업스나 어쨋던 무슨 著作家로 몸을 세워보앗스면 하야
나날이 창작과 독서에 全心力을 바치엇다. 물론 아즉 남에게 인정될 가치는 업는 것이다. 그 영향으로 자연 일상 생활이 末由하게
되엇다. 이런 곤란에 그는 近 2년을 견디어 왓건마는 나의 하는 일은 오히려 아모 보람이 업고 방안에 노혀던 세간이 줄어가고 장농에 찻던
옷이 거의 다 업서 젓슬 뿐이다. 그 결과 그다지 견딜성잇던 저도 요사이 와서는 때때로 쓸대업는 탄식을 하게 되엇다. 손잡이를 잡고
마룻끄테 우둑허니 서서 하염업시 먼 산만 바라보기도 하며 바느질을 하다가 말고 失心한 사람 모양으로 멍멍히 안젓기도 하엿다. 窓鏡으로 비추는
으스름한 해빗에 나는 흔히 그의 눈물먹음은 근심잇는 눈을 발견하엿다. 그럴 때에는 말할 수 업는 쓸쓸한 생각이 들며 일업시 「마누라!」하고
부르면 그는 몸을 흠칫하고 고개를 저리로 돌리어 치마자락으로 눈물을 씻으며〈166〉 「네에?」하고 울음에 떨리는 가는 대답을 한다. 나는
등에 찬물을 끼언는 듯 몸이 으쓱해지며 처량한 생각이 싸늘하게 가슴에 흘럿섯다. 그러치 안해도 自卑하기 쉬운 마음이 더욱 심해지며 「내가
무자격한 탓이다」하고 스스로 蔑視를 하고나니 더욱 견딜 수업다. 「그럴만도 하다는 동정심이 업지 아니하되 그래도 그만 불쾌한 생각이
일어나며「계집이란 할 수업서」혼자 이런 불평을 중얼거리엇다.- 幻燈모양으로 하나씩 둘씩 이런 일이 가슴에 나타나니 무어라고 말할 용기조차
업서젓다. 나의 유일의 신앙자이고 위로자이던 저까지 인제는 나를 아니밋게 되고 말앗다. 그는 마음 속으로 「네가 6년 동안 내 살을 깍고
저미엇구나! 이 원수야!」할 것이다. 이러케 생각하매 그의 불갓던 사랑까지 엷어저가는 것 가탓다. 아니 흔적도 업시 살아지고 만 것 가탓다.
나는 感傷的으로 허둥허둥하며 「낸들 마누라를 고생기키고 십허 시켜겟소. 비단옷도 해주고 십고 조흔 양산도 사주고 십허요! 그러킬래 왼종일
쉬지 안코 공부를 아니하오, 남보기에는 펀펀히 노는 것 가타도 실상은 그러치 안해! 본들 모른단 말이요」 나는 점점 강한 가면을 벗고 약한
眞相을 들어내며 이와 가튼 가소로운 변명까지 하엿다. 「왼세상 사람이 다 나를 誹笑하고 모욕하여도 상관이 업지마는 마누라까지 나를 아니
미더주면 어찌한단 말이요」 내 말에 스스로 자극이 되어 마츰내 「아아」길이 歎息을 하고 그만 쓸어젓다. 이 순간에 고개를 숙이고 아마
하염업시 입술만 물어뜻고 잇던 안해가 홀연 「여보!」 울음소리를 떨며서 문허지는 듯이 내 얼굴우에 쓸어진다. 「容恕...
」하고는 북바처 나오는 울음에 말이 막히고 불ㅅ덩이 가튼 두 뺨이 내 얼굴을 누르며 흙흑 느끼어 운다. 그의 두 눈물으로부터 새암솟듯하는 눈이
제 뺨과 내 뺨 사이를 따뜻하게 저저퍼진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나린다. 뒤숭숭하던 생각이 다 이 뜨거운 눈물에 봄눈 슬 듯 슬어지고
말앗다. 한참 잇다가 우리는 눈물을 엇어다 내 속이 얼마콤 시원한 듯 하엿다. 「容恕하여 주셔요! 그러케 생각하실 줄은 참
몰랏서요.〈167〉이런 말을 하는 안해는 눈물에 불어오른 눈껍질을 압픈 듯이 끔적어린다. 「암만 구차하기로니 실증이야 날까요! 나도 한번
먹은 마음이 잇는데... 」 가만가만히 변명을 하는 안해의 눈물 흔적이 어룽어룽한 얼굴을 물끄럼이 바라보며 겨우 심신이 가든
하엿다. 三 어제ㅅ일로 심신이 피곤하엿던지 그 이튼날 늣게야 잠을 깨니 간 밤에 오던 비는 어느결에 그치엇고 명랑한 해ㅅ발이 미다지에
놉핫더라. 안해가 다시금 장문을 열고 잡힐 것을 차질지음에 누가 中門을 열고 들어온다. 우리는 누군가하고 귀를 기울일 적에
밧게서 「아씨!」하는 소리가 들리엇다. 안해는 급히 방문을 열고 나갓다. 그는 처가에서 부리는 한멈이엇다. 오늘이 장인 생신이라고
어서오라는 말을 전한다. 「오늘이야 참 올치 오늘이 이월 열엿셋날이지-나는 깜박이젓서!」 「원 아씨는 딱도 하십니다. 어쩌면 아버님
생신을 이즈신단 말슴이요, 아모리 살림이 滋味가 나시더래도...」 시큰둥한 한멈은 선웃음을 처가며 이런 소리를 한다. 艱難한 살림에
汨沒하노라고 자기 親父의 생신까지 이젓는가 하매 안해의 情地가 더욱 惻然하엿다. 안해는 한멈을 수작해 보내고 방으로 들어오며 「오늘이
본가 아버님 생신이라요, 어서 오라시는데... 」 「어서 가구려... 」 「당신도 가셔야지요, 우리 가티 가셔요」안해는 하염업시
얼굴을 붉힌다. 나는 처가에 가기가 매우 실혓섯다. 그러나 아니가는 것도 내 도리가 아닐 듯하야 하는 수업시 두루막을 입엇다. 안해는
머뭇머뭇하며 양미간을 보일 듯 말 듯 찡그리다가 겻눈으로 살짝 나를 보더니 돌아서 급히 장문을 연다. 「흥, 입을 옷이 업서
망상거리는구나」 나도 슬쩍 돌아서며 생각하엿다. 우리는 서로 등지고 섯건마는 그래도 안해가 거의 다 비인 장 안을 들여다보며 입을만한
옷이 업서 눈ㅅ살을 찝흐린 양이 눈압헤 선연하며 어찌할 수가 업섯다. 「자아 가셔요」 무엇을 생각는지 모르게 정신을 일코 섯다가
안해의〈168〉부르는 소리를 듯고 나는 기계적으로 고개를 돌리엇다. 안해는 唐木옷을 갈아입고 내 마음을 알앗던지 나를 위로하는 듯이 방글에
웃엇다. 나는 더욱 쓸쓸하엿다. 우리집은 川邊 배다리겨테 잇고 처가는 安國洞에 잇서 그 거리가 꽤 멀엇다. 나는 천천이 가노라고 가고
안해는 속히 오노라고 오건마는 그는 늘 뒤떨어젓섯다. 내가 한참 가다가 뒤를 돌아보면 그는 꽤 멀리 떨어저 나를 딸아오랴고 애를 쓰며 주츰주츰
걸어온다. 길가에 단이는 어느 여자를 보아도 거의 다 비단옷을 입고 고흔 신을 신엇는데 안해는 唐木옷을 허술하게 차리고 청목당혀로 타박타박
걸어오는 양이 나에게 얼마나 哀然한 생각을 일으켯는지! 한참만에 나는 넓고 놉흔 처가 대문에 다달앗다. 내가 안으로 들어갈 적에 낫선
사람들이 나를 흘끔흘끔 본다. 그들의 눈에「이 사람이 누구인가. 아마 이 집 차인인가보다」하는 경멸히 여기는 빗이 잇는 것 가탓다. 안 대청
가까가 들어오니 모다 내게 분분히 인사를 한다. 그 인사하는 소리가 내 귀에는 어쨰 誹笑하는 것 갓기도 하고 모욕하는 것 갓기도 하여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후끈거리엇다. 그 중에 제일 내게 친숙하게 인사하는 사람이 잇다. 그는 안해보다 삼년 마지인 처형이엇다. 내가
어려서 장가를 들엇슴으로 그 때 그는 나를 못 견디게 시달렷다. 그 때는 그가 실키도 하고 밉기도 하더니 지금와서는 그 때 그리한 것이 돌이어
우리를 무관하고 정답게 맨들엇다. 그는 인천 사는데 자기 남편이 期米를 하여가지고 이번에 돈 10만원이나 착실히 땃다 한다. 그는 자기의 잘사는
것을 자랑하고저 함인지 비단을 나리감고 치감고 얼굴에 부유한 태가 질질 흐른다. 그러나 粉으로 숨기랴고 애쓴 보람도 업시 눈우에 퍼러케 멍든
것이 내 눈에 띠엿다. 「웨 마누라는 어?고 혼자 오셔요?」그는 웃으며 이런 말을 하다가 中門편을 바라보더니 「그러면 그러치! 同夫人
아니하고 오실라구!」 혼자 주고 밧고 한다. 나도 이 말을 듯고 슬쩍 돌아다보니 안해가 벌서 中門안에 들어섯더라. 그 수척한 얼굴이 더욱
수척해 보이며 눈물 고인 듯한 눈이 하염업시 웃는다. 나는 유심히 그와 안해를 번갈아 보앗다. 처음보는 사람은 分揀을 못하리만콤 그들의 얼굴은
혹사하다. 그런데 얼굴빗은 어쩌면 저러케 틀리는지? 하나는 이글이글 만발한 꼿갓고 하나는 시들시들 마른 낙엽갓다. 안해를 형이라 하고 처형을
아오라 하엿스면 아모라도〈169〉속을 것이다. 또 한번 안해를 보며 말할 수 업는 쓸쓸한 생각이 다시금 가슴을 누른다. 딴 음식은 별로 먹지도
아니하고 못먹는 술을 넉 잔이나 마시엇다. 그래도 바늘방석에 안진 것처럼 안저 견딜 수가 업다. 집에 가랴고 나는 몸을 일으켯다. 골치가 힝하며
내가 선 방바닥이 마치 폭풍에 洶洶하는 波濤가티 놉핫다 나잣다 어질어질해서 곳 쓸어질 것 갓다. 이 擧動을 보고 장모가 惶忙이
일어서며 「술이 저러케 취해가지고 어대로 갈라구. 여긔서 한잠 자고 가게」 나는 손을 내저으며 「안돼요, 안돼요. 집에
가겟서요」 취한 소리로 중얼거리엇다. 「저를 어쪄나!」장모는 걱정을 하시더니「한멈! 어서 인력거 한 채 불러오게」한다. 취중에도
인력거를 태어주지 말고 그 인력거 삭을 나를 주엇스면 책 한 권을 사보련만 하는 생각이 잇섯다. 인력거를 타고 얼마 아니가서 그만 잠이 들고
말엇다. 한참 자다가 잠을 깨어보니 방안에 벌서 람푸불이 키엇는데 안해는 어느 곁에 왓는지 외로히 안저 바느질을 하고 화로에서는 무엇이
끌는 소리가 보글보글 하엿다. 안해가 나의 잠깬 것을 보더니 급히 화로에 언즌 것을 만져보며 「인제 고만 일어나 진지를
잡수셔요」 하고 불이나케 일어나 구돌목에 파무더둔 밥 그릇을 끄어내어 미리 차려 둔 상에 언저서 내 압헤 갓다노코 一邊 화로를 당기어 더운
반찬을 집어 언즈며 「자- 어서 일어나셔요」 나는 마지 못하여 하는 듯이 부시시 일어낫다. 머리가 오히려 압흐며 목이 몹시 말라서
국과 물을 連해 들이켯다. 「물만 잡수셔 어째요. 진지를 좀 잡수셔야지」 안해는 이런 근심을 하며 밥상 머리에 안저서 고기도 뜨더주고
생선뼈도 추려 주엇다. 이것은 다 오늘 처가에서 가저 온 것이다. 나는 맛나게 밥 한 그릇을 다 먹엇다. 내 밥상이나매 안해가 밥을 먹기
시작한다. 그러면 지금ㅅ것 내 잠깨기를 기다리고 밥을 먹지 아니하엿구나 하고 오늘 처가에서 본 일을 생각하엿다. 어제ㅅ일이 잇슨 후로 우리
사이에 무슨 벽이 생긴 듯 하던 것이 그 벽이 점점 엷어저 가는 듯하며 가엽고 사랑스러운 생각이 일어낫섯다. 그래서 우리는 정답게 이런 이악이
저런 이악이 하게 되엇다. 우리의 이악이는 오늘 장인 생신잔치로부터 처형〈170〉눈우에 멍든 것에 옴겨갓다. 처형의 남편이 이번 그 돈을
딴 뒤로는 晝夜요리점과 기생집에 돌아단이더니 일전에 어떤 기생을 어더가지고 미쳐 날뛰며 집에만 들면 집안 사람을 들복고 걸핏하면 처형을 친다
한다. 이번에도 별로 大?치 안흔 일에 처형에게 밥상을 냅다 갈겨 바로 눈우에 그러케 멍이 들엇다 한다. 「그것보아- 돈푼이나 잇스면 다
그런 것이야」 「정말 그래요. 업스면 업는대로 살아도 의조케 지내는 것이 행복이야요」 안해는 衷心으로 共鳴해 주엇다. 이 말을 들으매
내 마음은 말할 수 업시 만족해지며 무슨 승리자나 된 듯이 득의양양하엿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올타 그러타. 이러케 지내는 것이
행복이다」하엿다.
四 이틀 뒤 해 어스름에 처형은 우리집에 놀라왓섯다. 마츰 내가 정신업시 무엇을 생각하고 잇슬 지음에
쓸쓸하게 다처잇는 중문이 찌긋둥 하며 비단옷 소리가 사으락사으락 들리더니 알에ㅅ목은 내게 빼앗기고 웃목에 바느질을 하고 잇던 안해가 문을 열고
나간다. 「아이고 형님 오셔요」 안해의 인사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처형이 계집하인에게 무엇을 들리고 들어온다. 나도 반갑게 인사를
하엿다. 「그날 매우 욕을 보셧지요. 못먹는 술을 무슨 짝에 그러케 잡수셔요」그는 이런 인사를 하다가 급작스럽게 계집하인이 든 것을
앗더니 그 속에서 신문지로 싼 것을 끄집어내어 안해를 주며 「내 신 사는데 네 신도 한켜레 삿다. 그날 청목당헤를... 」 말을
하랴다가 나를 겻눈으로 흘끔보고 고만 입을 다친다. 「그것을 웨 또 사셧서요」 핼슥한 얼굴에 꼿물을 들이며 안해가 致謝하는 것도
들은체 만체하고 또 이악이를 시작한다. 「올적에 사랑양반을 졸라서 돈 백원을 어덧겟지. 그래서 오늘 종로에 나와서 옷감도 바꾸고, 신도
사고...」 그는 자랑과 깃븜의 빗이 얼굴에 퍼지며 싼 褓를 끌러 「이런 것이야-」하고 우리 압헤 펼처 놋는다. 자세히는
모르나 여하간 갑만코 品조흔 비단일 듯하다. 紋儀업는 것 紋儀잇는 것·회색·옥색·초록색·분홍색이 갓가지로 윤이 흐르며 색색이 빗이 나서 나는
한참〈171〉恍惚하엿다. 무슨 칭찬을 해야 되겟다 십허서 「참 조흔 것인데요」 이런 말을 하다가 나는 또 쓸쓸한 생각이 일어난다.
저것을 보는 안해의 심중이 어떠할가?하는 의문이 문득 일어남이라. 「모다 조흔 것만 골라 삿습니다 그려」 안해는 인사를 차리노라고
이런 칭찬은 하나마 별로 불버하는 기색이 업다. 나는 적이 의외의 감이 잇섯다. 처형은 자기 남편의 흉을 보기 시작하엿다. 그
밉살스럽다는 둥, 그 축은축은하다는 둥 말끗마다 자긔 남편의 不美한 점을 들다가 문득 이악이를 끈코 일어섯다. 「웨 벌서 가시랴고 하셔요.
모처럼 오셧다가 반찬은 업서도 저녁이나 잡수셔요」하고 안해가 만류를 하니 「아니 곳 야가돼. 오늘 저녁 차로 떠날 것이니까, 가서 짐을
매어야지. 아즉 차시간이 멀엇서? 아니 그래도 停車場에 일즉이 나가야지 만일 기차를 노치면 오죽 기다리실라구. 벌서 오늘 저녁 차로 간다고
편지까지 하엿는데... 」 재삼 만류함도 돌아보지 아니하고 그는 총총히 나간다. 우리는 그를 보내고 방에 들어왓다. 나는 웃으며
안해다러 「그 까짓 것이 기다리는데 그다지 急急히 갈 것이 무엇이야」 아내는 하염업시 웃을 뿐이엇다. 「그래도 옷감 바꿀 돈을
주엇스니 기다리는 것이 애처롭기는 하겟지! 밉살스러우니, 축은축은하니 하여도 물질의 만족만 어드면 그것으로 위로하고 깃버하는 그의 생활이
참 가련하다 하엿다. 「참 그런가 보아요」 안해도 웃으며 내 말을 밧는다. 이때에 처형이 사준 신이 그의 눈에 띠엇는지 (혹은 나를
꺼려 보고십흔 것을 참앗는지 모르나)그것을 집어들고 조심조심 펴보랴다가 말고 머뭇머뭇한다. 그 속에 그를 害케할 무슨 危險品이나 든 것
가티 「어서 펴보구려」 안해가 하도 머뭇머뭇하기로 보다 못하여 내가 催促을 하엿다. 안해는 이 말을 듯더니「자키조흐랴」하는 듯이
활발하게 싼 신문지를 허틴다. 「퍽 이뿐걸요」그는 近日에 드문 깃븐 소리를 치며 방바닥 우에 사뿐 나려노코 버선을 땅기며 곱게
신어본다. 「어쩌면 이러케 마저요!」〈172〉 연해연방 감탄사를 부르지즈는 그의 얼굴에 欣然한 희색이 넘쳐 흐른다. 「...
」 묵묵히 안해의 깃버하는 양을 보고 잇는 나는 또다시 「여자란 할 수 업서!」하는 생각이 들며 「조심하엿슬 따름이다!」하매 밤빗가튼 검은
그림자가 가슴을 어둡게 하엿다. 그러면 아까 처형의 옷감을 볼적에도 물론 마음속으로는 불버하얏슬 것이다. 다만 표면에 들어나지 아니하엿슬
따름이다. 겨우「어서 펴부구려」하는 한마디에 가슴에 숨겻던 생각을 속임업시 나타내는구나 하엿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잇는지 저는 모르고
새신 신은 발을 족음 쳐들며 「신 모양이 어때요」 「매우 이뻐!」 거트로는 조흔 듯이 대답을 하엿스나 마음은 쓸쓸하엿다. 내가
제게 신켜레를 사주지 못하야 남에게 어든 것으로 만족하고 깃버하는 도다- 웬일인지 이번에는 그만 불쾌한 생각이 일어나지 아니하엿다. 처형이
동서를 밉다거니 무엇이니 하며서도 기차노치면 남편이 기다릴가 염려하야 급히 가던 것이 생각난다. 그것을 밀우어 안해의 心思도 알 수가 잇다.
부득이한 경우라 하일업시 정신적 행복에만 만족하랴고 애를 쓰지마는 기실 부족한 것이다. 다만 참을 따름이다. 그것은 내가 생각해야 된다. 이런
생각을 하니 전날 안해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이 후회가 난다. 「어느 때라도 제 은공을 갑하줄 날이 잇겟지!」 나는 마음을 좀 너글업게
먹고 이런 생각을 하며 안해를 보앗다. 「나도 어서 출세를 하여 비단 신 한켜레 쯤은 사주게 되엇스면 조흐련만... 」 안해가 이런
말을 듯기는 참 처음이다. 「네에?」 안해는 제 귀를 못 미더하는 듯이 의아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얼굴에 살짝 열기가
오르며 「얼마 안되어 그러케 될 것이야요?」라고 힘잇게 말하엿다. 「정말 그럴 것 갓소?」나도 약간 흥분하야
반문하엿다. 「그러먼요, 그러코 말고요」 아즉 아모도 인정해주지 안한 무명작가인 나를 다만 저 하나이 깁히깁히 인정해 준다. 그러킬래
그 강한 물질의 대한 본능적 요구도 참아가며 오늘날까지 몹시 눈ㅅ살을 찌프리지 아니하고 나를 도아준 것이다. 「아아 나에게 위안을 주고
원조를 주는 천사여!」 마음속으로 이러케 부르지즈며 두팔로 덥석 안해의 허리를 잡아 내가슴에 바싹 안앗다. 굀¸ 다음 순간에는 뜨거운 두
입슐이... 그의 눈에도 나의 눈에도 그렁그렁한 눈물이 물끌틋 넘쳐 흐른다. (끗 12월 17일
夜)〈173〉 〈16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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