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語學

70번이나 고쳐 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강기 2015. 10. 1. 13:17

 

 

70번이나 고쳐 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호 세상만사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영·미 작가 중 193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펄벅(Pearl Buck· 1892~1973)의 대표작 대지’(The Good Earth· 大地)는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그런데 이 책의 원고는 12개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다는 기록이 있다. 195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어네스트 허밍웨이(Ernest Hemingway·1899~1961)무기여 잘있거라’(Farewell to Arms)의 마지막 쪽을 무려 39번이나 다시 썼다고 한다. 글을 쓰는 데는 이와 같이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른다.

 

필자가 이번에 다루고자 하는 미국의 작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로 유명한 마거릿 미첼(Margaret Mitchell·1900~1949)이다. 그는 이 대작의 첫 장을 70회나 다시 썼다고 전한다.

미첼은 유일한 그의 이 대작이 나올 때까지 무명의 여류작가로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주부에 불과했다. 그러던 1935년 어느 날 우연히 유명한 맥밀란출판사중역에게 한 뭉치의 원고를 보여줄 기회가 있었다. 그 책은 1,037쪽에 이르는 거작이었으니 그 원고뭉치의 크기가 가히 짐작이 간다.

 

겨우 5,000권쯤 팔릴 것으로 생각됐던 이 책은 지금까지 30여개 국어로 번역되어 모두 800만권이 팔렸다고 전한다. 그는 평소 자못 수줍은 성격이어서 기자들과의 인터뷰도 언제나 사양했다. 1937년 퓰리처상을 받고 처음으로 뉴욕의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또 다른 작품을 집필하는 중이냐는 질문에 그는 전화 받기, 손님 접대, 독자들의 편지 회신 등 때문에 다른 일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1943년에는 조지아 주지사가 교육위원으로 위촉하겠다고 제의했을 때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저자라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빠 다른 일에는 시간을 낼 수 없다고 정중히 사양했다고 한다.

 

그 책의 내용은 주로 미국 남부 개척의 역사적 배경을 다룬 것이다. 저자는 한때 다리를 다쳐 걷기 힘들자 앉아서 할 수 있는 소설 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작품의 내용은 어려서부터 아버지, 흑인들 그리고 친척과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다.미첼의 글 쓰기 특징은 이야기 줄거리를 엮어 가는 순서다. 언제나 줄거리 첫 부분의 구상이 너무도 힘들어 끝 부분을 먼저 써놓고 그 다음에 앞 부분을 쓰는 독특한 방법을 이용했다고 한다.

그는 49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던 한 젊은이가 미첼을 친 후 뺑소니쳤다가 그의 죽음 소식을 듣고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자수했다고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실은 1949817일자 뉴욕타임스지의 사망 기사란에 자세히 보도되었다.

 

마거릿 미첼은 일개 무명 작가라기보다 오히려 평범한 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유일한 역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일약 혜성같이 부상했다 49세의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린애석한 일생을 마쳤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였다. 한 쪽을 무려 70번이나 고쳐 썼을 만큼의 고뇌가 관객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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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석좌교수,국제해양법재팡소 재판관

 

 

 

 

 

월간중앙200210월호 | 입력날짜 200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