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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2 07:44 , 조선일보
[日 '지성의 전당'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 두 가지]
反韓 시위엔 나치 깃발 등장… 日王 비판 만화책
추방운동도
일본 도쿄 스기나미(杉竝)구에 있는 미나미오기쿠보(南荻窪)도서관은 며칠째 열람실 서가 한쪽이 텅 비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박해를
받아 숨어 살던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의 체험기인 '안네의 일기' 관련 서적 20권이 꽂혀 있던 자리이다.
도서관 측은 21일 "누군가가 열람실에 있던 '안네의 일기' 서적들을 찢고 구기는 등 고의로 훼손한 사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한꺼번에 10여쪽이 찢긴 책도 있었다. 도서관은 관련 서적을 폐쇄식 서고로 옮겨 놓고 신청을 받아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도서관 측은 21일 "누군가가 열람실에 있던 '안네의 일기' 서적들을 찢고 구기는 등 고의로 훼손한 사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한꺼번에 10여쪽이 찢긴 책도 있었다. 도서관은 관련 서적을 폐쇄식 서고로 옮겨 놓고 신청을 받아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 일본 도쿄의 신주쿠도서관에 있던 책 ‘안네의 일기’가 책장이 찢기는 등 심하게 훼손돼 있다. 다른 도서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극우 단체의 조직적 소행으로 추정된다. /AP 뉴시스
전문가들은 극우 단체와의 관련성을 거론한다. 일본 내 극우 인사들은 자국의 침략사뿐만 아니라 나치의 유대인 학살도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1995년 문예춘추(文藝春秋) 계열의 월간지 '마르코폴로'가 '유대인 학살은 날조됐다'는 기사를 실어 국제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반한(反韓) 시위 현장에는 나치 깃발이 등장하기도 한다.
원폭의 참상을 그린 만화 '맨발의 겐'도 수난을 겪고 있다. 극우 단체들은 이 책이 "일본군의 잔학 행위를 날조했다" "일왕을 모욕했다"는 등의 이유로 학교 도서관에서 추방하자는 청원을 각 교육위원회에 제출하고 있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우경화된 사회 분위기 탓에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유대인 단체 '사이먼 비젠탈센터'도 "유대인 학살에 관한 인류의 기억을 모욕하는 조직적 시도"라며 수사를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