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왜 지금…]<1>불안한 한국 영공
《지난달 5일 새벽 동해로 쏘아 올린 미사일 7발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가상’이 아닌 ‘실제’가 됐다. 그런데도 ‘북한 미사일은 남측이 아닌 미국과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는 정부 내 인식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은 9일 지금이라도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해 행사할 수 있으며 북한의 군사 위협을 부풀리는 경향을 고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군 최고 통수권자의 이 같은 안보관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깊은 우려를 나타내는 가운데 북한 위협의 실제와 한국의 대비, 한국군의 전력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의 관계를 들여다봤다.》
‘201×년 9월 새벽, 정적을 깨고 후방 공군기지 몇 곳에 100여 발의 스커드 미사일이 날아들었다. 급변사태가 발생한 북한의 과격 군부세력이 대규모 미사일 기습을 시작으로 자포자기식 전면 남침을 감행한 것.
오산, 군산, 광주의 미군 기지는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이 요격에 나서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한국군 기지의 지휘시설과 활주로가 대파(大破)돼 아군 항공 전력이 사실상 마비됐다.
몇 년 전 환수한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개전 3일 내 서울 점령’이 목표인 북한은 화학탄두가 탑재된 수십 발의 스커드를 추가로 발사했다. ‘북한 미사일의 위협을 과소평가’했다는 군 수뇌부의 탄식이 터져 나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 같은 ‘악몽의 시나리오’는 과연 북한 미사일의 위협을 과대포장한 것일까. 많은 군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우선 북한 미사일이 어떤 경우에도 남측을 겨냥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리언 러포트 전 주한미군 사령관을 비롯한 주한미군 수뇌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이 한미 양국군의 핵심시설을 타격할 최대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질적 전력에서 남한보다 열세인 북한의 유일한 기습 수단이 미사일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북한은 이미 남측지역의 모든 지리정보를 갖고 있고, 유사시 위치확인시스템(GPS)을 결합한 수백 기의 단거리 미사일로 대량 기습을 감행해
개전 초 남한의 전쟁수행능력을 무력화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국방안보분야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2004년 관련 보고서에서 북한이 미사일에 탄저균이나 사린가스와 같은 화학탄두를 장착해 공격할
경우 23만∼9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120km 떨어진 북한 신계기지에서 스커드를 발사할 경우 서울은 3분 30초, 경기 수원시는 4분 10초면 도달할 수 있지만 우리
군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 공군이 40년 전에 도입한 나이키 지대공(地對空) 미사일이 유일한 요격무기이지만 수차례 오발사고와 공중폭발을 일으킨
‘애물덩어리’다,
군 당국은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약 1조 원을 들여 독일로부터 중고 패트리엇(PAC-2) 미사일의 도입을 수년째 추진 중이지만
지지부진하다.
게다가 지난해 공군 내부보고서는 이 미사일의 북한 스커드 요격능력이 50%에 불과해 PAC-3로 성능 개량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 초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서 보듯 스커드와 노동의 경우 발사준비에 각각 1시간 반, 3시간에 불과해 한국군 독자적으로 사전 발사
징후를 포착하기가 불가능하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도 “이동식 차량 발사대에
탑재돼 수시로 옮겨 다니며 발사하는 스커드와 노동은 사전 징후를 포착하기 힘들다”고 인정했다.
반면 주한미군은 2003년 북한 미사일의 위협에 대비해 PAC-2를 PAC-3로 모두 대체했고 한국보다 ‘위협체감’이 낮은 일본도 미국의
미사일 방어(MD)체제를 도입해 신형 SM-3 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함과 PAC-3의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연합사령부가 전시작전권을 행사하면 미군이 수집한 북한에 관한 수많은 고급 전략정보와 조기경보체계를 공유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최단시간에 포착하고 선제타격에 나서 개전 초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국이 몇 기의 다목적 실용위성과 공중조기경보기를 도입해 전시작전권을 환수하더라도 미국의 고성능 정찰위성과 조기경보위성(DSP), U-2
고공정찰기 등 첨단 정보자산의 도움이 없으면 북한 미사일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한미연합사 관계자는 “미국이 수집한 수많은 대북 전략정보는 한미연합사에 실시간으로 전달돼 한국 정부도 공유하는데, 전시작전권이 환수돼
한미연합사가 해체될 경우 과연 제대로 공유가 이뤄지겠느냐”며 “전시작전권의 환수를 군사주권의 문제로 봐선 안 된다는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한국이 직면할 유일한 안보위협은 북한” 美랜드연구소
盧대통령 ‘北군사위협 부풀리는 경향’ 발언과 배치▼
노무현 대통령은 9일 회견에서 “북한의 군사위협을 부풀리고 한국의 국방력을 폄훼하는 경향은 고쳐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군의 역량이
많이 축소되고 ‘과소선전’돼 왔지만 이제는 정부가 사실대로 홍보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해도 좋으냐고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10일 모인 역대 국방부 장관들도 북한군의 전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1만3500여 문의 야포전력과 12만의
최정예 특수부대, 핵과 미사일까지 보유한 북한을 상대로 한국이 독자적인 전쟁수행 능력을 갖추려면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것. 군사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 미사일의 표적은 미국과 일본’ ‘북한이 남측을 직접 도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현 정부 내의 안이한 인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 국방안보 분야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는 2005년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의 의뢰로 만든 연구보고서에서
“앞으로 수십 년간 한국이 직면할 유일한 안보 위협은 북한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또 한국의 후방지역 공격, 해상교통로 및 공중교통로 공격 등 북한의 공격 유형을 상정한 뒤 한국군이 국방개혁을 통해 자주국방을
이룰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특히 북한이 핵과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자주국방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전지작전통제권::
작전통제권은 작전계획이나 작전명령에 따른 특정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휘관에게 위임된 권한. 현재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은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위기 사태가 발생할 때 주한미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게 된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전면 기습남침을 상정한
다양한 작전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으며, 전쟁 발발 시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군 당국 간 협의를 통해 작전계획을 발전시킨다. 유사시가 아닌 평상시에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인 평시작전통제권은 1994년 12월 1일 미국으로부터 환수했다.
굿바이, 하얄리아
부대
10일 오후 4시 부대 폐쇄식이 열린 부산 부산진구 연지동 하얄리아부대 사령부 본부 앞에서 미군 관계자들이 하기식을 한 뒤
성조기를 접고 있다. 하얄리아부대 터는 연지동과 범전동 일대 16만4000여 평에 이르며 6·25전쟁 이후 미군 병력이 주둔해 왔다.
부산=최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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