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권’ 환수 왜 지금]<2>위협적인 北장거리포-특수부대
2004년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
미사일에 이어 북한의 두 번째 위협으로 꼽히는 장사정포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윤광웅 국방부장관과 김종환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서로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김 의장은 “북한군 장사정포가 오발로 민간아파트를 타격할 수 있어 서울 안보에 심대한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장관은 “장사정포가 포격 움직임을 보이면 6∼11분에 격파할 수 있다”며 위협수준이 그리 심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장사정포 대응은 미군 의존 불가피=이 같은 논란이 있은 지 1년여 뒤인 지난해 10월, 주한미군이 맡아오던 북한군 장사정포 무력화를 위한 대(對)화력전의 지휘통제 임무가 한국군으로 이양됐다. 당시 국방부는 “한미 군 수뇌부의 평가결과 한국군이 충분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위협수준이 그리 심하지 않고 충분히 격파할 수 있다’는 윤 장관의 판단에 무게가 실린 셈이었다.
과연 그럴까.
북한군은 전방지역에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 등 총 1000여 문의 장사정포를 배치해 놓고 있다. 이 중 서울과 수도권에 위협이 되는 것은 300문가량.
한 군사 전문가는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은 개전 초 수천 발의 포탄을 서울과 수도권에 퍼부을 것”이라며 “북한군 장사정포가 남한의 핵심 군사시설과 함께 기습효과의 극대화를 노려 민간지역도 타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한국군이 대응 포격에 나서더라도 북한이 장사정포로 다량의 화학탄을 발사하면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미 2사단이 북한군 대화력전 임무를 맡은 것은 KH-12 정찰위성과 무인정찰기, JSTARS전자전기 등 첨단감시장비를 통해 북한군 장사정포의 움직임을 샅샅이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한미연합사령부는 북한군 장사정포에 대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수해 발사 징후를 포착하는 즉시 한미 포병부대에 선제포격을 지시하게 된다.
반면 한국군은 대화력전 임무를 이양받았지만 북한군 장사정포를 감시하는 ‘눈’은 여전히 미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군 정보소식통은 “전시작전권을 환수해도 북한군 장사정포 감시를 위해선 미군의 협조가 절대적”이라며 “유사시 한국군이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더라도 정보전력이 부족한 한국군의 지휘를 미군이 수용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북한국 특수부대 대응엔 아파치 헬기가 효과적”=전현직 주한미군 사령관은 수차례에 걸쳐 미사일과 장사정포에 이어 북한군 3대 위협의 하나인 특수부대의 심각한 위협을 공개 경고했다.
최대 12만 명 규모의 북한군 특수부대는 전쟁 직전 잠수함과 고속 반잠수정, 고무 침투정을 타고 해상과 육상 침투를 감행한다. 특히 북한이 100여 척을 보유한 공기부양정은 척당 완전무장 병력 50명을 싣고 최대 시속 50노트(9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어 포착과 추격이 쉽지 않다.
군의 한 관계자는 “특수부대는 상륙 후 소규모 팀을 이뤄 핵심 공공시설과 통신시설 파괴, 미 증원군 유입 차단, 요인 암살 등을 통해 남한 전역에 대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1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비밀 해제된 미군 전쟁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반도 전면전 발발 시 고도로 정예화된 최소 5만 명의 북한군 특수부대가 남한 후방에 침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전시작전권을 가진 한미연합사는 1996년부터 해상 침투하는 북한군 특수부대를 주한미군의 아파치 공격헬기로 막는 작전계획을 세워 여러 차례 훈련을 해 왔다. 전직 주한미군 고위 관계자는 “훈련을 거듭할수록 아파치 헬기가 북한군 특수부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2004년 10월 주한미군 감축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아파치 헬기 3개 대대 중 1개 대대는 철수하고 나머지 2개 대대는 최신형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주한미군 10대 임무 이양에 따라 내년부터 한국군이 북한군 특수부대 저지 임무를 맡는다. 앞으로 전시작전권 환수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주한미군의 아파치 전력은 다른 지역으로 차출되거나 더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합사 관계자는 “한국군의 해·공군 전력만으로 북한군 특수부대를 저지하기란 전략 전술적으로 쉽지 않다”며 “북한이 미사일과 장사정포, 특수부대 등 3대 치명적 무기를 갖고도 도발을 못한 데는 한미연합사의 완벽한 전시 대비태세 덕분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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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硏 “미군 없으면 南이 열세”…핵-화학무기 감안땐 ‘비교 불가’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2004년 8월 미국 랜드연구소의 군사력 평가방법을 적용해 수십 가지의 평가 요소를 토대로 남북한 전력을 분석한 결과 한국군의 군사력 지수는 북한군에 비해 육군 80%, 해군 90%, 공군 10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의뢰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남북한 전력을 분석한 결과 주한미군 전력과 북한의 생화학무기, 핵전력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한국군의 종합전쟁 수행능력이 북한군에 비해 열세라고 평가하고 있다.
양적으로 평가할 때 북한은 남측에 비해 전차가 1.54배, 야포 2배, 방사포 22배, 전투함 3.3배, 전투기 1.5배 등으로 월등히 우세하다.
국방대 한용섭 교수도 2003년 발표한 논문에서 남한 지상군은 북한의 65%, 남한 공군은 북한의 130%, 남한 해군은 북한의 163% 수준이지만 총체적으로는 남한 군사력이 북한의 77.7% 수준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장기간에 걸쳐 심각한 경제난을 겪으면서도 군사력 증강에 지속적으로 신경을 쓰는 데다 중장거리 미사일과 화학·생물학 전력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어서 전력의 우위를 지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북한의 핵무기 개발 움직임 등도 이 같은 견해를 뒷받침한다.
한 예비역 장성은 “핵 보유 가능성이 높고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전력을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론도 있다. 북한의 군사력이 우위에 있다는 결론은 남한이 무기의 질적인 측면에서 앞서 있는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남한 해군은 1000t 이상인 함정이 40여 척인 데 반해 북한군은 3척에 불과하며 최신 전차 비율도 1050대와 350대로 남한이 북한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군의 통신장비와 컴퓨터 네트워크 등 전술지휘자동화체계(C4I) 능력이 북한군에 비해 월등히 우세한 점도 유사시 남한에 유리한 대목이다.
그러나 남한의 군사력이 질적으로 북한을 앞섰다고 해도 북한이 평양∼원산 이남에 전력의 70%를 배치한 상황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남측의 천문학적인 인적, 물적 피해는 피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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